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측은지심미안 본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한가지쯤 숨기고 싶은 과거나 상처 같은 게 있을 터인데
무슨 더러운 과거나 숨겨야만 될 추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굳이 밝힐 이유까지는 없거나 자랑할만한 건 아닌 것들
나도 그런 저런 상처가 있다만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가졌던 숨기려고 하던 그 상처를 잘 어루만져 주었던 것일까?
지금 그 사람과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니까 제대로 어루만져 줬다고 할 수는 없을테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두눈 똑바로 뜨고 보는 게 아니라 세심하게 보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인 측은지심을 가지고 섬세한 눈빛으로 바라보아야 보이는 것이다.
당신이 그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것 그가 당신에게 보여졌으면 하는 것 그건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거든...
그의 마음일 수도 있을테고 그냥 당신에게 읽혀지고 싶어하던 당신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그윽한 눈빛이었을 뿐일 수도 있을게야
당신이 여자고 그가 남자든 아니면 그 반대였든
측은지심은 두사람이 서로를 향해 가지면 좋은 것이고
섬세함은 여자가 가지고
세심함은 남자가 가지고
심미안은 두사람이 다 가지고
배려도 두사람이 다 가져야할 것이고
사랑을 부르는 말투는 여자에게 있는 게 좋을 것이고
남자는 여자에게 모성보호 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게 좋은 것이다.
이런 것들이 심미안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심미안으로 바라보라고 할 필요야 뭐 있으랴,
당신의 그 남자가 강인하고 매력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당신에게는 그 남자를 제대로 바라보는 섬세한 심미안이 있다면
당신의 그 여자가 날씬하고 잘 생긴 미인이 아니라도
당신에게는 그여자를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세심한 심미안이 있다면
단 한가지 단 한군데인 매력 그것만 있으면 미치고 환장하게 사랑해서 죽겠다 싶을만큼의 열정이 있을 수 있다.
왜 어떤 여자는 식스팩 같은 건 가식적이라서 싫고 그 남자의 볼록한 똥배가 좋아서 택했다는 미인도 있고
날씬하지도 미인 축에는 얼씬도 못할 그녀에게는 보통의 여자들에게서 볼 수 없는 주근께가 있는데
그게 귀여워서 미치도록 사랑스럽다는 남자도 있다.
그런게 바로 심미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결코 볼 수가 없는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눈빛이거든...
그런데 조심해야 할 건 동정심을 측은지심이랑 심미안으로 착각하지는 말라는 것이야
동정심은 단지 불쌍하게 보는 것이고 세심하게 깊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심미안이 측은지심이라고 난 굳게 믿고 산다.
살아오는 동안 사귀던 여자에게서 이저런 오해를 받은 적이 두어 번 있었는데
내가 뭘 잘했고 못해서의 그런 오해라는 뜻은 아니다만
일일이 해명하기에도 구구절절 변명하기에는 속된 표현 같지만 말 같지도 않은 하찮음으로
스스로가 초라해서 포기한 적도 있고 결단코 오해가 아닐 것이라고 아예 속단을 하고서
고약한 경우로 몰고 가버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는데 무슨 드라마 주제가도 아니고
"나한테 왜 그래?" 라고 일방적으로 말문을 닫아버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무슨 변명을 듣거나
해명을 굳이 하라기보다 눈빛만 봐도 원하는 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차라리 발등을 도끼로 찍혀 자책할 지언정 세치 혀로 무얼 들어서 확인하려 든다면
오히려 당신의 사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나는 그랬다...
이게...겨우 이런 것일진데 과연 이 사람이 나를 사랑했다는 것이었을까?.
내 경우엔 차라리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까지는 아니라도 세 번까지 무조건적인 용서는 하겠다고 작정하고 사랑을 시작한다.
용서든 무조건적인 믿음이고 이해였든 말이지...
물론 부처 가운데 토막도 성인군자도 아니기에 슬프거나 화 나거나 기타 등등은 하겠지만 잘 삭이는 훈련은 필요했다.
쳇! 쳇이었다...그야말로 아니꼽고 더럽고 매시꼽고 유치하고 치사하고 했었는데 나는 안 그랬었거든...
들어주고 믿어주고 덮어주고 그랬었다고
365일 한결같지는 못했다는 거 인정하지만 그 여자가 내가 사랑하던 애인이었으면
어쨌거나 내꺼니까 아끼고 줄창 사랑했었다는 그랬다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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