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카미노표 된장찌개 본문
식도락?
그런 거 없고 그저 배 고프면 어쩔(?) 수 없이 먹는 수준인데 유년시절부터 군입대 까지 몸무게 53 kg을 넘어보지 못했기에
허리 27~8 사이즈는 잘 팔지를 않아 맞는 바지 사기도 어려워 살 찌는 게 소원이어서 한끼 굶으면큰일이라도 생겨질 듯 서러웁기도 해서
기회만 생기면 하루 세끼 꼭 챙겨먹자 주의였었고 꼭 한끼만이라도 쌀 삶은 밥으로 해결하려고 애를 썼었다.
요즘엔 그저 건너 뛰면 뛰는대로 고프면 그때 그떄 땡기는 것으로 해결하다시피 한다만
누구 같이 하거나 먹어줄 인간이 없다보니 잘 해먹는 편도 아닌데 가끔 밥과 찌개를 만들어 먹긴 한다.
간만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 한술과 된장찌개를 떠 입에 넣는 순간 그 맛에 감탄을 하며 급히 사진을 찍었는데
저녁생각 없다던 같이 근무하는 사람에게 술 안주삼아 먹어보라며 한그릇 떠주고 남은 찌게냄비라 사진이 볼품 없어졌다만...
이거 내가 끓였지만 요즘의 시중 식당에서는 전혀 먹을 수 없는 맛이다.
서귀포 재래시장 장날이라 싸게 샀던 마른멸치(쓴맛 제거를 위해 대가리 아래 까만색 창자를 뺀다)
표고버섯 부스러기 애호박 감자 두부 시금치 재래식 된장 두숟갈 고추장 작은 한 숟갈 마늘 몇알 잘게 썰어 넣은 게 전부
쌀 씻은 뜨물을 붓고 쏀불로 한참을 끓이다가 약한 불로 한동안 더 끓였는데 애호박과 시금치는 맨 나중에 넣었다.
자화자찬을 요리 따위로 할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없고 혼자 먹어야 하는 식사라 자주 매식을 하는 사람인데 미식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맛잇는 음식 찾아다니며 먹는 것 또한 전혀 취향은 아니다만 내가 맛있다고 한 음식이라면
그 음식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다 좋아할만큼 맛이 괜찮은 음식인데 내가 대충 끓인 된장찌개를 내가 맛이 대단하다고 한다는 게
다소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건더기 건져 밥을 비벼 먹어도 정말 맛있다...
종종 콩나물국 콩나물 비빔밥 황태해장국 수제비 김치찌개 고등어 김치조림 무우생채 오니무침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곤 하는데
혼자 먹어야 하다보니 요리하는 즐거움도 없고 귀찮아서 좀체 안 한다만 먹어본 사람들 이구동성 감탄과 개눈 감추듯...
내 식성은 사 먹는 음식이든 집밥이든 국이나 찌개에 들어있는 건 멸치 건더기도 무조건 다 건져먹는데
술 때문이었을까만 보통의 남자들은 떡국이든 짬뽕이든 국물 위주로 먹는 어리석음으로 살더라...
옛말에 깔끔하게 먹지 않아 남겨진 그릇의 밥이나 음식 찌꺼기를 턱찌꺼기라 그랬는데 어른들에게 혼나던 기억도 있다.
절집 공양의 발우는 아니지만 비빔밥 먹고 나서도 그 그릇으로 물을 부어 마시기도 하는 나로서는
밥이며 음식이며 남겨 버리는 거 참 싫어하는데 햄버거 피자 치킨 등 양식은 좀처럼 남기는 게 거의 없는 걸 보기 때문에 더 화가 나고...
하루도 마시지 않고 못 사는 대한민국의 알콜중독자들 술은 또 왜 남기는지...
이중섭 거리엘 갔다가 본 길가의 돌판에 새겨진 제주도 사투리
LP레코드판이랑 풍로가 보인다.
고무줄 끼워 풍로 돌리던 어릴적 기억이 새록새록
야외전축을 들을 때 부터 한때 레코드 모으는 게 취미였고 행복한 즐거움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자취하듯 독거남으로 살다보니 그런 것들이 다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조차 까맣게 잊고 살았네...
색깔이 화려하거나 곱거나 그래서 그럴까?
왜 꽃들은 여자라고 느껴지는지...
한라산 숲으로 들어갔더니 숲가에 한겨울 이질풀이 곱게 피어 있고 그 뒤로 조그맣게 핀 보라색 개불알꽃도 보인다.
저그 아부지 옴마가 지은 이름도 아닐텐데 이름들도 참 고약타...
남천은 한겨울에 붉디 붉은 열매와 잎을 보는 게 괜찮은데 서리 내린 날이거나 간밤 내린 눈에 덮혀있을 때 보면 더욱 더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후추등 열매가 예쁘게 데롱데롱
이땅 숲이나 풀밭 어디든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와 들플이며 꽃들이 약용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데
그러고 보면 약용인지 독성인지 알아낸 옛사람들에게 탄복할 따름이다.
녹나무 열매가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것만 같이 까맣게 익었다.
사진을 찍는데 까치란 녀석들이 연신 열매를 쪼아대고 있었다.
방년18세 꽃띠 소녀같이 푸르른 싱싱함으로 열린 담팔수 열매
아쉽게도 사람이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열매는 아닌데 갯수가 엄청 많이 달린다.
몇몇 나뭇잎들엔 새싹으로 나오는 이파리가 붉은색들이 있는데 담팔수 잎도 가을 단풍이 든 것처럼 붉은색으로 나오기도 한다.
녹색의 푸르름이 살짝 벗겨지기 시작하는 열매
서귀포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먼나무
처음 제주도를 온 사람들이 묻는말(갱상도 버젼으로)
" 저 나무는 이름이 먼나뭅니꺼? "
'예!"
"예? 저 나무 이름이 먼나무냐고요?"
'예~"
"아니? 여보씨요! 저 나무 이름이 먼나무냐고 묻지 않쏘?"
"맞다고요~ 저 나무 이름이 먼나무 맞다고요..."
서귀포 효돈 문복실 농장에서 무농약 감귤농사를 짓는 누님이 만든 말린 감귤
입에 넣으면 살살 녹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데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 껍질 채 썰어 말린 것이다.
그냥 물만 부어 차로 끓여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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