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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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았다면

까미l노 2014. 12. 8. 15:30

속엣말로 되뇌어 보는 처음 해보는 말

있을 때 잘 할껄...

 

눈 왔다.

베란다에 앉아 폭설에 덮힌 한라산을 바라본다.

 

 

 

 

당신은 나의 멘토입니다.

딩신을 만나서 내 삶은 행복했었습니다.

 

평생 당신만 바라보고 살고 싶습니다.

표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영원토록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고 꼭 갚겠습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

 

아부지...

당신 자식이어서 고마웠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영원히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입니다.

 

때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당신만큼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만날 때 보다 떠날 때 헤어질 때 더 애틋한 당신이어서 고맙습니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것은 영화제목 같은 거와는 다른 사랑은 소유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살아 오면서 아니 주어진 시간 남아있는 시간이 있다면 이런 말들을 들어봤거나 들어볼 수 있을까?

들어볼 수 있을까 라고 한다면 들었거나 들어봐야 될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만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름 남겨야 할 일 뭐가 있겠으며 유명인이거나 훌륭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겨진들 뭐하겠나...

 

단지 잘못 산 건 아니었구나 라고 느껴지면 그나마 다행이리라

이마저도 없어야 홀가분하겠지만 세속에서 버둥대며 살아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서든 저 위의 글들처럼 바램 이런 하나쯤 가지고 떠나는 거 덜 쓸쓸하겠지

다 떠나 보내고 남은  빨간 열매가 이 겨울초입엔 더 아름답게 보인다.


 

 

                        고근산 정상부에 사이 좋게 삼등분한 것처럼 세쪽의 빨간 열매와 샛노란 열매껍질이 곱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우묵사스레피와는 꽃과 열매가 조금씩 다른 산 숲에서 자라는 사스레피 나무의 열매

 

올레 7-1 코스 고근산 아래 숲길에 달린 댕댕이 덩굴 열매 얼핏 보면 개머루처럼 생기기도 했다.

 

고근산 오르는 중간 숲에 핀 산부추의 꽃(산마늘 수레국화랑  비슷하게 생겼다)

 

털머위도 이제 모는 것 다 떠나 보낸 후 씨앗털도 조금씩  날려보내기 시작한다.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게도 달린 야생 남오미자

 

 

사고로 부모를 잃은 현직 소방관으로 재직중인 아는 동생이 있는데 얼마간의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소방관이라는 극한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히고 봉사활동이며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도 서슴치 않는 친구였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나 이웃들에게 쓰는 돈이 아까울 정도여서 넌즈시 물어보면 세상 바깥이 곧 저승이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내 수중에 있는 돈이라고 해서 온전히 내돈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내 돈이란 내가 이미 써버린 것만 내 돈이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으름덩굴에 달린 열매가 무수히 많다.

처음엔 열매가 동글동글하길래 멀꿀인지 알았다가 자세히 보니 열매표면에 털이 뽀송하다.

 

고약한 녀석이다 남의 집 담장안에서 피고 있었는데 들꽃도 아니고 이 겨울에 피는 이유가 뭔지 이름을 아직 알아내지 못해서 미안타... 

 

 

노랑줄무늬줄사철나무가 돌담을 타고 길가로 내려서고 있다.

이녀석들도 올레길을 가려나 보다...

 

감귤이 밭담위에 걸쳐있으니 파란 하늘이 더 눈 부시다.

안 따고 사진만 찍었더니 자꾸 되돌아보지게 되더라...

 

범섬 머리맡에 빛내림이 생겼다.

먹구름 사이를 마치도 칼로 길게 잘라내는 것처럼 햇빛이 빠져나온다.

 

있었을 때 잘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해져서 문득 궁금해지는 사람에게 괜시리 실없는 짓거리 문자 한 줄 보내고도 싶어진다.

미안하다고...

다음 생애 다시는 생명이 있는 그 무엇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은데 행여 또 다시 원치 않게 태어나져 버린다면

이번엔 조금만 더 일찍 당신을 만나서 온전히 첫사랑으로 마지막 사랑이 되어지고 싶습니다.

 

떠날 때 우린 서로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떠나고 난 후 당신이었든 나였든 이제는 영원히 없어지게 되어져도 호들갑스럽지 않은 기억 추억으로

문득 한 번쯤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는 옛사람 정도의 그냥 무심결에 속엣말로 되뇌이는

또 만납시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