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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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나는 글쟁이는 아니라서...

까미l노 2014. 11. 8. 17:24

 

 

글이라는 거

글씨라는 거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글을 배웠을테고 나이 지금이니 한자도 조금은 배워야만 했을 나이이고 손글씨로 편지를 주고 받았던 세대였음은 틀림 없다.

한글도 제대로(?)모르면서 씨부리는 말 가운데 영어도 간간히 섞여 부끄런 줄도 모르고 마구 쓰기는 하지만

일본말(일본식)은 아예 하지 않을려고 무지 애 쓰긴 한다.

 

요즘은 노안이라서 돋보기 없이 글을 쓰면(주로 컴퓨터 자판으로)오타 투성인데다 잊어먹은 철자도 수두룩해졌고 독수리 타법이라라서 더 심하다.

게다가 나는 글쟁이가 아니라는 핑계로 글씨를 쓸 때 격식(방식)을 전혀 고려치 않는다.

내가 읽어보기 편하게 쓰는 글은 아무래도 남도 읽기에도 편할 것 같아서인데 내가 옳다 생각하면 남도 옳게 볼 것이다 와는 다른 것이다.

     
가끔은 지랄맞은 글을 쓰기도 하는데 그럴 땐 그냥 쓰고 싶어서 쓰기는 하지만 아무도 안 읽어도 될 것 같아서  띄워 쓰기도 않거나

몇글자씩 묶어서 길게 넓게 가지가지 지랄을 하면서 쓰기도 한다.

 

원고지에다 편지든 뭐든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그건 글솜씨가 있어서이거나 글쟁이 연습을 하거나 그딴 거와는 전혀 거리가 멀고

단지 원고지가 예뿌고 종이가 깔끔하고 칸이 가로 세로로 있기에 글이 뻬뚤빼뚤 해질 염려가 없어서일 것이다 아마도...

 

아주 고가의 물건이라도 갖고 싶다 라는 희망이 생기면 어떻게든 내 소유로 만들고 마는데

구할 때 까지 아주 힘들게 노력해서 구하게 되는데 일단 구하고 나면 그것은 사람은 아니기에 보물 다루듯 애지중지 하지는 않는다.

지금 카메라와 만년필이 그렇다...

나는 금 따위 그렇게 좋아 하지는 않는데도 금촉이 달린 만년필을 구했는데 왜 만년필 만드는 장인들은 금촉으로 만들어진 만년필만 에쁘게 잘 만들까...

 

천 만원 정도하는 카메라를 들고 지인들과 장난을 하면서 눈 쌓인 한라산을 내려 오다가 발을 헛디뎌 2미터 정도 아래 눈구덩이에 쳐박혔었다...

쳐박히는 순간 카메라 걱정을 하면서 두팔로 감싸 안은 채 꼬꾸러졌는데 완벽하게 눈 속에 쳐박힌 후에는 카메라 한 번 쳐다보고 눈 털어내고

그것으로 끝 했는데 나 안 다쳤고 이미 쳐박혀 버린 거 카메라 작살 났다한들 이미 자빠져 쳐박힌 거 생각한들 뭐하랴 싶어 금방 잊어준다.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꽤 소심하고 꼼꼼한 타입이라 교과서처럼 산다는 소리도 듣기도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생각해도 참 털털해지고 느슨해진 것 같다.

 

게으른듯 느리고도 느긋하게 산다는 거 전혀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거 참 좋다...

내일 해는 내일 또 뜰테라서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 된다 라는 거 오늘 밤 자기 전 내일 일 준비해두지 않으면 탐탁치않아 했었는데 다행이다...

이젠 내일 일이든 뭐든 설령 내일 해가 떠오르지 않아도 뭐 어떠랴 로 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컴퓨터가 맛이 갔다.

수리를 하고 났더니 모든 사진이며 서류며 중요한 것 별로인 것 할 것 없이 싸그 리 날라가삐따...

조금 불편해지긴 했지만 금새 잊어준다.

원래 없었던 것들이니까 다시 익숙해질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 컴퓨터로 검색이나 불로그 외 하는 게 없기도 하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