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길에서 누가 던져버린 화두 본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
삼라만상의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 심지어 내세까지 한꺼번에 몰려와 목이 메고 눈이 멀게 만드는 도시
어둠이 몰려오는 갠지스
어둠 속 강물 위로 붉은 꽃불들이 흘러간다.
금방 이승을 떠나는 혼령처럼 너울너울 흘러가던 곳
작은 접시에 꽃과 기름을 담아 불을 붙여 띄운 꽃불은 푸자 신에게 바치는 선물이었다.
모신(母神) 강가(Ganga) 푸자는 하루 종일 끊임이 없는 것이다.
강물에는 쇠똥과 꼬리를 쳐든 채 죽은 소 그리고 음식 찌꺼기가 떠다녔다.
군중들은 그 물에 뛰어들어 몸을 씻고 영혼을 씻고 목을 축이며 아침을 준비한다.
'마하강가'(Maha Ganga 위대한 강가)라는 말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바라나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홍수 재앙을 힌두의 제일신 시바가 머리로 받아 막은 곳이라고 한다.
그 이래 바라나시는 힌두교도들이 염원하는 순례지가 됐다.
이미 그 영적 정화 능력은 인도인들의 염색체에 기록돼 있다.
그물로 밥을 짓고 차를 마시지만 강물로 배앓이를 하는 이 없다고 한다.
이방인들의 지갑을 노리는 잡상인들
1백루피를(2,500원)벌기 위해 한 시간을 땀흘려 마사지를 하는 강변 안마사들
볼펜 하나만 달라며 관광객의 뒤를 쫓는 어린이들
뒤쫓을 힘도 없어 손만 내미는 늙은 거지
매캐한 자동차 매연으로 뒤덮힌 도시의 택시는 사이드 미러가 아예 없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사이드 미러를 보게 되면 뒷차에 신경이 쓰인다며 무조건 먼저 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웃고 있다.
눈만 마주치면 모두들 웃는다. 가난한 저들은 왜 웃는가?
버닝가트(Burning ghat)
이방인들은 마니카르니카(Manikarnika)가트를 '불타는 강변'이라 부른다.
그 아침 그들은 그곳에서 불가사의한 미소의 원천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죽음'이다
내일 다시 보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너무도 덤덤하게 죽은 자를 태워보내는 화장터다.
죽음은 이렇게 진행됐다.
화려한 황금빛으로 감싼 시신이 들것에 실려온다.
강물에 담가 정화한 시신은 장작더미 위에서 불이 붙는다.
그 위로 또 쌓이는 장작,그리고 불길,그리고 허물어지는 장작더미 아무도 울지 않는다.
숯으로 변한 시신은 대나무로 머리를 내리쳐 영혼을 육신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퍽,하는 불쾌한 파열음이 들린다.
그때 쯤 타다 남은 살점을 노려 개들이 나타나고 재는 아무 조치없이 강으로 떠내려 보낸다.
가끔은 장작을 살 돈이 모자라 덜 탄 시신이 흘러가기도 하고 빨래를 하고 마시고
목욕을 하는 그 강물에 해가 저물 때까지 연기는 끝없이 하늘로 퍼져 올라간다.
그들의 죽음이란 동쪽으로 거처를 옮겨 가는 것이고 윤회를 믿지 않아 내세에 다시 태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 번도 정색을 하고 바라본 적 없는 그 죽음을 만나기 위해 수 많은 이방인들이 화장터로 몰려온다.
나처럼 그들도 얼굴에 담겼던 호기심은 순식간에 충격으로 변해갔다.
갠지스가 그날의 소임을 끝내고 진리를 묻는 법을 가르쳐 준다.
떌감을 가득 실었던 배가 텅 비었다.
갠지스가 가르쳐 준 것은 포용이고 껴안음이었다.
모든 것을 껴안고도 내세우지 않았고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냐고 강물이 묻는다....
너는 행복하더냐
너는 포용하느냐
너는 진라로 사느냐
갠지스가 하루동안 들춰 보여준 진리의 속살
그 충격마저 다시 강물은 받아들인 채 삶과 죽음과 가난과 번민과 협잡과 행복과
굶주림을 다 껴안고 갠지스는 그렇게 흘러갔다.
서귀포의 밤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데
멀리 서귀포 앞바다를 빙 둘러 포위라도 한 듯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만 휘황하다.
술 같은 유흥문화를 원래 마뜩치 않아 하던 사람인지라 조용해서 좋기만 하고
언덕 아래 큰 도로에도 차들이 지나는 불빛도 보이잖고 근처 마을에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새벽의 나는 늘 깨어있구나...
오늘 길바닥에서 누가 던져버린 화두를 내가 주었는데 그건 바로 머물고 싶은 만큼만 머무른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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