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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맞댄 쌍둥이 토산봉

까미l노 2012. 11. 13. 16:39

"화산체 2개가 어깨 맞댄 쌍둥이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5> 토산봉
등록 : 2011년 03월 08일 (화) 20:54:17
최종수정 : 2011년 03월 08일 (화) 20:54:17
김철웅 기자 cukim@jemin.com
알오름에서 바라본 토산봉 북면
올레4코스 일부…봉수·전설 등 스토리 다양
제주시서 40㎞ 탐방엔 45분 부담 없는 '명소'


토산봉은 작지만 큰 오름이다. 오름 주변을 도는 도로를 기준으로 보면 정상까지 300여m의 아주 작은 오름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그 자락이 내려간 곳까지 헤아리면 정상에서 1.4㎞에 이른다. 도로에서 정상이 가까우니 손쉽게 오를 수 있고, 그 탐방로가 올레4코스의 일부여서 여유로움이 있다. 길게 자락을 드리우면서도 그 세를 과시하지 않으니 겸손함도 느껴진다. 더욱이 오름 남서쪽 자락엔 옛날 5개 마을 사람들이 이용했다는 '단새미'라는 샘이 있다. 정상엔 조상들의 '무선통신' 봉수도 갖고 있는 토산봉, 할 말이 많은 듯하다.

토산봉은 서귀포시 표선면의 서쪽 경계인 토산1리(산13번지)에 위치한다. 각각 동쪽과 서쪽에 말굽형 화구를 가진 2개의 화산체가 어깨를 나란히 하듯 8~9부 능선을 공유하고 있는 복합화산체다. 동쪽 화산체의 북쪽 사면이 함몰되면서 토산봉은 능선이 북서-남동 방향으로 형성된 '쌍둥이' 오름이다. 동쪽 동우리가 정상이고 표고 175.4m에 비고는 75m로 낮은 편이다.

이름은 오름의 형태가 토끼 형국이어서 붙여졌다고 한다. 북봉 정상에 조선시대 시설한 군사통신 수단인 봉수대가 있어 '토산망(兎山望)' 혹은 망오름·망산(望山)이라고도 불리운다.

A: 탐방로 북쪽 입구(올레4코스 표선 방향), B: 정상부분 좌우 분기점, C: 토산봉 정상, D: 토산봉수, E: 탐방로 서쪽 입구(올레4코스 남원 방향), F: 주차장 및 정자 쉼터, G: 거슨새미, H: 단새미(영천사)
토산봉 탐방로 입구는 2군데다. 북쪽 입구(A)는 올레4코스 표선 방향과 연결되고 서쪽 입구(E)는 올레4코스 남원 방향과 연결된다.

토산봉은 제주시(제주종합경기장 기준 39㎞)에서 번영로에 이어 남조로를 탄 뒤 수망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중산간동로를 진행하면 된다.

북쪽 입구에선 새롭게 단장된 돌계단을 출발, 동·서 화산체의 갈림길(B)을 거쳐 동쪽 정상(C)까지 20분이 걸리지 않는다.나무들이 빽빽해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북동쪽 1㎞의 가세오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최정상에선 동쪽 매오름과 달산봉 등 오름군과 남쪽 바다가 보인다.

다시 발길을 되돌려 서쪽 봉우리로 가면 봉수 직전에 15m 높이의 곰솔 2그루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뿌리를 내린 구실잣밤나무가 눈길을 끈다. 좋은 의미로 '상생'처럼 보이나 결국엔 상록활엽수인 구실잣밤나무가 이기는 생존 경쟁이어서 '적과의 동침'이라 이름 붙여본다.

토산봉 서쪽 정상부분의 토산봉수
그 다음 만나는 게 토산봉수다. 토산봉수는 제주봉수의 기본 형태이고 동쪽의 달산·서쪽의 자배봉수와 상응했다. 세종 21년(1439년) 이전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봉수에서 내리막길을 10분 타면 서쪽 입구(E)다. 북쪽 입구를 떠나 45분 내외다. 바로 남쪽에 있는 정자쉼터(F)에서 숨을 돌린 뒤 올레 안내를 따라 420m 정도 가면 숲속에 거슨새미(G)가 나온다. 단새미(H)는 거슨새미에서 올레코스를 따라 1㎞ 더 가면 영천사 입구 오른편에 있다.

이들 샘에도 옛날 제주섬의 산혈(山穴)과 수혈(水穴)을 끊기 위해 중국에서 왔었다는 지관 '호종단(胡宗旦)'의 전설이 전해진다. 호종단은 토산리에 당도, 자기 앞에 놓인 길마 밑의 놋그릇에 샘물의 '처녀 주인'이 숨었음에도 길마는 꼬부랑나무로 만들었고 행기는 놋그릇임을 알지 못하고 "꼬부랑나무 아래 행기물"만 찾다가 실패한 덕분에 수맥이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거슨새미는 '거슬러 흐른다'하여 명명됐듯 바다가 아니라 한라산 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거슨새미는 샘터를 돌도 쌓고 계단별 저수조 등 외형적으로 정비된 모습이나 겨울철 수량 부족으로 말라버려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옛날 5개 마을에서 이용했다는 단새미
반면 단새미는 제주말로 '오른쪽' 또는 '바른'의 의미의 '단'에서 비롯, 한라산을 기준으로 거슨새미보다 오른쪽에 있고 산으로 거슬러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수량은 겨울철임에도 풍부했으나 방치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20년전엔 콘크리트로 잘 둘러져 보호되고 있었다는 기록과 달리 지금은 콘크리트는 부서져 흔적만 보이고 잡초만 무성, 거슨새미와 대비된다.

단새미는 과거 남원읍 신흥2리 고수동·온천동·세화리·가시리와 웃토산까지 5개 마을에서 이용했고 수량이 풍부, 논농사도 지었다고 한다. 올래꾼들의 땀을 식히는 제주 암반수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토산봉 북쪽은 정상까지 거리가 400m에 불과하지만 서쪽으론 표선면과 남원읍 경계인 솔내(松川)까지 1.3㎞, 남서쪽으론 단새미까지 1.1㎞ 뻗어있어 남후북박(南厚北薄)의 형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2개의 화산체는 선후 관계 등 다소 시차가 있더라도 크게는 동시대로 봐야 한다"며 "비교적 오래(20만~30만년) 전에 송이와 화산탄을 많이 분출한 전형적인 스트롬볼리형 화산"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토산봉의 하단부는 대부분 과수원·경작지·조림지로 이용되고 있다. 20년 전에는 난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춘란(보춘화)이 많았으나 도채 등으로 멸종위기다.

구실잣밤나무1그루와 곰솔2그루간 '적과의 동침'
토산봉의 식생은 삼나무·곰솔 등 침엽수 조림지와 녹나무과가 우점하는 상록활엽수림으로 대표되며 침엽수림에서 상록활엽수림으로 식생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상반부부터 관찰되는 빽빽한 상록활엽수림은 생달·후박·참식나무 등이 주를 이루고 지표면에는 자금우와 백량금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먼나무, 모새나무, 붉가시나무 등 다양한 상록활엽수들이 분포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록활엽수종은 조경적·경관적 가치와 함께 식물지리학적 경계구분이나 주변지역의 평균기온 예측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토산봉 정상 부분 소나무에 자라는 콩짜개덩굴

"토산망 제주봉수 전형 문화재지정 가치 충분"

●인터뷰/ 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


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
"토산봉수는 문화재로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

탐라문화보존회 김창집 회장은 "토산봉수는 상응(교신)봉수와의 거리·규모나 형태적으로도 제주봉수의 전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옛 통신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며 문화재로 지정,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봉수제(烽燧制)는 불을 피워 연락하되 '봉'은 밤의 횃불, '수'는 낮의 연기를 뜻한다"며 "비록 정보의 양은 제한돼 있었지만 지금의 이동전화처럼 짧은 순간에 멀리 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효율적인 통신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산봉수는 정의현 소속으로 동쪽의 달산봉수와 서쪽의 자배봉수와 상응했다"며 "달산봉수와는 6.1㎞, 자배봉수와는 9.3㎞ 등 상응봉수와의 거리도 10㎞ 미만이라는 제주봉수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토산봉수는 축조형태 역시 도내 대다수의 봉수처럼 이중으로 원형 고랑을 파고 흙으로 축조됐다"는 그는 "가운데 도드라진 곳은 불을 피우는 곳이고 이중으로 파여진 고랑은 배수의 목적과 함께 잔디나 풀을 자라지 못하게 했던 방화선일 것"이라고 봤다.

김 회장은 그러나 "도내에 봉수는 25개였으나 관리나 보존실태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며 "의식이 있는 마을의 봉수는 관리되고, 복원도 되고 있지만 대부분 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방치 속에 형태가 멸실되는 봉수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봉수가 있던 오름은 거의 무슨 봉(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봉수를 토산망(兎山望)처럼 무슨 망(望)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다보니 망오름은 고유명사라기보다 일반명사화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 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 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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