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남겨둔 고향 서우봉 본문
"남겨둔 고향처럼 푸근한 느낌의 오름" | |||||||||||||||||||||||||||||||||||||||||||||||||||||||||||||||||||||||||||||||||||||||||||||||||||||||||||||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9>서우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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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은 함덕해수욕장 동쪽 끝에 자리(비고 111.3m)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169-1번지다. 면적에 비해 비고가 낮아 온순한 느낌의 오름이다. 면적은 83만5758㎡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12번째이나 비고는 106m로 97번째에 이름을 올린 탓이다. 오름 2개가 수십만년 동안 어깨를 맞대고 있어 얼핏 1개의 화산체로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2개다. 이름도 북쪽의 낮은 화산체가 망오름, 남쪽의 높은 게 서모봉, 합쳐서 서우봉(犀牛峰)이다. 서모·서산(西山)으로도 부른다. 유래는 분명치 않다. 망오름은 봉수대가 있었던 탓에 그렇게 붙였다고 여길 뿐이다. 서우봉은 물소가 바다에서 올라오는 형체여서 물소 서(犀)자를 썼고, 서모는 '서우'의 잘못 전해진 발음이라는 얘기가 있다. 반면 '서산'에서 서모가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모가 뫼·메의 옛말이고, 메는 산(山)의 예스러운 말인 만큼 '서모'란 서쪽에 있는 산이라 풀이다. 제주시에서 가는 길은 간단하다. 동회선 일주도로를 타고 가면 함덕리 해수욕장 동쪽 주차장(탐방로 지도 A)까지 17㎞다. 대부분 주차장과 가까운 서쪽으로 오른다.
정상부 갈림길(D)에선 선택이 필요하다. 그냥 바깥쪽 트레킹 코스를 타고 망오름 중턱을 돌아도 되고 정상부(E)를 거쳐 트레킹코스와 합류할 수도 있다. 정상을 봐야한다고 올라가면 4분이다. 정상이라곤 하나 평평하다. 송이로 된 분석구였으나 오랜 시간 침식을 거쳐 널따란 풀밭으로 변했다. 옛날 서쪽의 원당봉과 동쪽의 구좌읍 입산봉과 교신했던 봉수대(西山烽·西山望)가 있었다고 하나 흔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주변 마을의 소풍터로 이용되고 정상 주변에 묘들이 들어서면서 돌에 대한 '불필요'와 '필요'에 의해 봉수대가 해체된 탓이다.
갈림길에서 이번엔 동쪽으로 난 탐방로를 5분 오르면 서모봉 정상(G)이다. 숲이 우거져 동쪽의 다려도나 서쪽의 함덕해수욕장은 나무 너머, 나무 사이로 보일 뿐이나 나름 감칠맛이 있다.
정상부를 출발하면 내리막이다. 갈림길(H)을 거쳐 주차장까지 17분, 전체적인 탐방 소요시간은 50분이다. 제주시에서 왕복 운전 시간 등을 넉넉히 계산해도 2시간이면 탐방이 가능한 오름이다. 오래된 만큼 급하지 않고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특징이 오름이다. 그는 "망오름과 서모봉은 지질학적으론 사실상 동시대지만 2개의 선후를 봤을 때는 낮은 바다 쪽 망오름이 먼저"라며 "서모봉이 뒤에 분출하며 망오름에 어깨를 얹은 덕에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급경사인 북사면 낭떠러지 기슭을 중심으로 일본군들이 '벌집처럼' 파놓은 진지동굴이 20개나 된다. 1945년 일제가 침략 전쟁의 종말을 고하기 전에 자살특공대를 결성하며 발악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서우봉 진지동굴은 도내에선 유일하게 현무암 암반을 다이너마이트로 깨서 만들어진 해안갱도다. 일본군은 다른 곳에선 굴착하기 쉬운 수성화산 퇴적층, 즉 응회암에 주로 갱도진지를 만들었다. 그만큼 전략 요충지라는 얘기다. 이에 앞선 1273년(고려 원종 14년) 김방경이 군사 1만과 전선 160척으로 함덕 백사장으로 상륙, 숨어있던 삼별초 군과 대접전을 벌여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뤘던 격전지이기도 하다. 오름의 식생은 경작지 돌담이나 절개지를 따라 사철나무·순비기나무·환삼덩굴 등이 분포하고 있는 가운데 수림이 형성된 중간부에서 정상까지는 곰솔과 까마귀쪽나무가 우점하는 혼효림이다. 각 사면을 따라 형성된 까마귀쪽나무 등 상록활엽수림은 밀도가 높고, 천선과나무·좁은잎천선과나무·후박나무·예덕나무·까마귀배게 등이 분포하고 있다. 초본층에는 송악·후추 등이 우점하며 맥문동·맥문아재비·참반디·가는쇠고사리·털머위·자금우 등이 자라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서우봉의 식생은 해안을 접하고 있어 다른 오름들과 사뭇 차이를 보인다"며 "특히 오름의 중간부터 접할 수 있는 까마귀쪽나무 숲길은 매우 인상적이다. 제주도 해안지역 나지에선 20년 이상이 지났을 때 우점종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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