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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둔 고향 서우봉

까미l노 2012. 11. 13. 16:25

"남겨둔 고향처럼 푸근한 느낌의 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9>서우봉
등록 : 2011년 09월 21일 (수) 09:54:03
최종수정 : 2011년 09월 21일 (수) 09:54:03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함덕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서우봉 서면
완만한 경사 오르면 시원한 바다가 가슴으로
제주시서 17㎞·탐방 50분 등 2시간이면 충분

서우봉은 함덕해수욕장 동쪽 끝에 자리(비고 111.3m)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169-1번지다. 면적에 비해 비고가 낮아 온순한 느낌의 오름이다. 면적은 83만5758㎡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12번째이나 비고는 106m로 97번째에 이름을 올린 탓이다.

오름 2개가 수십만년 동안 어깨를 맞대고 있어 얼핏 1개의 화산체로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2개다. 이름도 북쪽의 낮은 화산체가 망오름, 남쪽의 높은 게 서모봉, 합쳐서 서우봉(犀牛峰)이다. 서모·서산(西山)으로도 부른다. 유래는 분명치 않다. 망오름은 봉수대가 있었던 탓에 그렇게 붙였다고 여길 뿐이다.

서우봉은 물소가 바다에서 올라오는 형체여서 물소 서(犀)자를 썼고, 서모는 '서우'의 잘못 전해진 발음이라는 얘기가 있다. 반면 '서산'에서 서모가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모가 뫼·메의 옛말이고, 메는 산(山)의 예스러운 말인 만큼 '서모'란 서쪽에 있는 산이라 풀이다.

제주시에서 가는 길은 간단하다. 동회선 일주도로를 타고 가면 함덕리 해수욕장 동쪽 주차장(탐방로 지도 A)까지 17㎞다. 대부분 주차장과 가까운 서쪽으로 오른다.

 

▲ <서우봉 탐방로>

A=주차장 B=해수욕장 쪽 전망대 C=서쪽 갈림길 D=정상부 갈림길 E=망오름 정상 F=북쪽 전망점 G=서모봉 정상 H=남쪽 갈림길 I=북촌 해동마을 J=일주도로

주차장을 출발해 정상부 갈림길까지 10분 정도가 오르막이다. 서우봉에서 난이도 '상' 구간이나 그렇게 가파르진 않다. 남쪽 정상부까지 개간, 경작이 이뤄지고 있어 시멘트 포장길이다. 중간 전망대(B)에서 바라본 함덕해수욕장 바다와 초가을 하늘이 똑같이 쪽빛으로 물들었다.

정상부 갈림길(D)에선 선택이 필요하다. 그냥 바깥쪽 트레킹 코스를 타고 망오름 중턱을 돌아도 되고 정상부(E)를 거쳐 트레킹코스와 합류할 수도 있다. 정상을 봐야한다고 올라가면 4분이다. 정상이라곤 하나 평평하다. 송이로 된 분석구였으나 오랜 시간 침식을 거쳐 널따란 풀밭으로 변했다. 옛날 서쪽의 원당봉과 동쪽의 구좌읍 입산봉과 교신했던 봉수대(西山烽·西山望)가 있었다고 하나 흔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주변 마을의 소풍터로 이용되고 정상 주변에 묘들이 들어서면서 돌에 대한 '불필요'와 '필요'에 의해 봉수대가 해체된 탓이다.

▲ 서우봉 탐방로 숲구간
정상부 갈림길(D)로 돌아가도 되고 그냥 남쪽으로 진행하다보면 D와 F의 중간 지점쯤에서 만난다. F에선 동쪽 경관이 절경이다. 눈앞에 펼쳐진 다려도와 북촌마을, 그 너머 제주의 오름군들이 한폭의 그림으로 들어온다. F를 지나면서는 까마귀쪽나무 숲길이다. 서우봉 탐방로의 특징은 목재계단과 타이어매트가 거의 없어 흙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탐방로도 비교적 잘 정비됐다. 동쪽 능선을 돌아 다시 정상부 갈림길(D)까지 돌아오면 15분이다. 탐방을 시작한 지는 채 30분이 되지 않는다.

갈림길에서 이번엔 동쪽으로 난 탐방로를 5분 오르면 서모봉 정상(G)이다. 숲이 우거져 동쪽의 다려도나 서쪽의 함덕해수욕장은 나무 너머, 나무 사이로 보일 뿐이나 나름 감칠맛이 있다.

▲ 서우봉 자락의 이질풀
▲ 서우봉 정상부에서 군락을 이룬 무릇

 

 

 

 

 

 

정상부를 출발하면 내리막이다. 갈림길(H)을 거쳐 주차장까지 17분, 전체적인 탐방 소요시간은 50분이다. 제주시에서 왕복 운전 시간 등을 넉넉히 계산해도 2시간이면 탐방이 가능한 오름이다. 오래된 만큼 급하지 않고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특징이 오름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서우봉은 구성 암석과 분화구의 형체가 사라질 정도의 정상부 침식정도 등을 고려할 때 제주도에선 아주 오래된,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화산체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망오름과 서모봉은 지질학적으론 사실상 동시대지만 2개의 선후를 봤을 때는 낮은 바다 쪽 망오름이 먼저"라며 "서모봉이 뒤에 분출하며 망오름에 어깨를 얹은 덕에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망오름에서 억새에 기생하며 꽃을 피운 야고

▲ 짚신나물

 

 

 

 

 

 

 

▲ 서우봉 중턱의 개똥참외
이어 강 소장은 서우봉 때문에 함덕해수욕장이 2개로 나뉘었다고 했다. 수만년 전에 중산간 오름에서 구불구불 뱀처럼 흘러 함덕곶자왈을 형성하며 내려온 용암이 서우봉에 막혀 함덕해수욕장 해변을 가로질러 바다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급경사인 북사면 낭떠러지 기슭을 중심으로 일본군들이 '벌집처럼' 파놓은 진지동굴이 20개나 된다. 1945년 일제가 침략 전쟁의 종말을 고하기 전에 자살특공대를 결성하며 발악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서우봉 진지동굴은 도내에선 유일하게 현무암 암반을 다이너마이트로 깨서 만들어진 해안갱도다. 일본군은 다른 곳에선 굴착하기 쉬운 수성화산 퇴적층, 즉 응회암에 주로 갱도진지를 만들었다. 그만큼 전략 요충지라는 얘기다.

이에 앞선 1273년(고려 원종 14년) 김방경이 군사 1만과 전선 160척으로 함덕 백사장으로 상륙, 숨어있던 삼별초 군과 대접전을 벌여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뤘던 격전지이기도 하다.

오름의 식생은 경작지 돌담이나 절개지를 따라 사철나무·순비기나무·환삼덩굴 등이 분포하고 있는 가운데 수림이 형성된 중간부에서 정상까지는 곰솔과 까마귀쪽나무가 우점하는 혼효림이다.

각 사면을 따라 형성된 까마귀쪽나무 등 상록활엽수림은 밀도가 높고, 천선과나무·좁은잎천선과나무·후박나무·예덕나무·까마귀배게 등이 분포하고 있다. 초본층에는 송악·후추 등이 우점하며 맥문동·맥문아재비·참반디·가는쇠고사리·털머위·자금우 등이 자라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서우봉의 식생은 해안을 접하고 있어 다른 오름들과 사뭇 차이를 보인다"며 "특히 오름의 중간부터 접할 수 있는 까마귀쪽나무 숲길은 매우 인상적이다. 제주도 해안지역 나지에선 20년 이상이 지났을 때 우점종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서우봉 일본군 진지동굴
인간어뢰 특공기지 목적"


▲ 박찬식 전 4·3연구소장
"서우봉의 일제 진지동굴은 인간어뢰로 유명한 카이텐(回天) 특공대를 위한 시설이었다"

박찬식 박사(전 4·3연구소장)은 "서우봉에는 송악산과 함께 카이텐 특공대가 배치될 계획이었으나 '다행히' 빠른 종전으로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소개했다.

박 박사는 "서우봉 동굴진지 구축은 본토 결전을 위해 수립된 '결7호작전'에 따라 1945년초 시작됐다"며 "서우봉 동굴이 도내 다른 일본군 해안동굴보다 훨씬 치밀하고 체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해군의 자살특공부대 주둔이 계획됐던 진지동굴은 북촌 서우봉을 비롯, 모슬포 송악산·고산 수월봉·성산 일출봉·서귀포 삼매봉 등 5군데였으나 실제는 수월봉과 일출봉·삼매봉에만 신요(震洋)특공대 560명과 보트 100대가 배치됐었다"고 말했다.

신요특공대는 길이 5m·무게 1.4t의 목재 보트에 250㎏의 폭약을 싣고 적함에 돌진하는 자살공격정 부대였으며 카이텐특공대는 어뢰를 길이 14.7m·직경 1m·배수량 8t의 잠수정으로 개량, 대량의 폭탄을 달아 1명이 타고 미군 함정을 공격했던 자살 특공어뢰 공격부대다.

박 박사는 "서우봉의 진지동굴은 해안가를 돌아가면서는 물론 오름 중턱에도 설치될 정도로 광범히 하게 구축됐다"면서 "현재 조사된 게 20개로 왕(王)자형 및 직선형 동굴과 벙커로 구성돼 있으며 총 연장은 340m"라고 밝혔다.

서우봉 진지동굴의 가치에 대해 "국가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한 점만 보더라도 보존 가치가 있다는 얘기 아니냐"는 입장인 그는 "특히 서우봉 진지동굴이 도내 5개의 해안동굴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서우봉 해안동굴을 향후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보전과 정비를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정비를 잘 해야 한다"며 "기존 진지동굴들의 문제는 정비가 잘 안돼 있어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가면서 안전과 훼손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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