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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 영아리 오름

까미l노 2012. 11. 13. 16:24

감춰진 다양함과 경외감의 '자연산' 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20>영아리오름
등록 : 2011년 10월 05일 (수) 10:10:24
최종수정 : 2011년 10월 05일 (수) 10:10:24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바라본 영아리오름
3개 봉우리 같은 듯 다른 느낌 매력 발산
인공 시설 전무한 탐방로 1시간20분 소요

영아리오름은 감춰진 매력이 넘치는 오름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듯한 오름이나 속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다양함과 경외감이 넘친다. 우선 산체를 형성하고 있는 다른 듯 같은 3개의 봉우리다. 원래는 하나였으나 지금은 '세월에 밀려' 서로 다른 풍광과 맛을 선사한다. 남봉은 붉은 송이로, 서봉은 암석과 바위로, 북봉은 전형적인 화산재로 뒤덮힌 모습이다. 더욱이 서봉 아래쪽에는 영아리오름의 '트레이드 마크'인 습지가 있다. 언제나 물은 평온함을 주지만 산행 중 만나는 물은 '물 이상의 감동'이다.

영아리오름(표고 693.0m)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24번지 일대에 소재한 비교적 펑퍼짐한 오름이다. 면적은 47만7656㎡ 전체 368개 오름 가운데 57번째로 넓지만 비고는 93m로 131번째이다. 어원은 '신령 영(靈)'에 산(山)을 뜻하는 만주어 '아리'가 붙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즉 신령스런 산이라는 얘기다.

영아리오름의 위치는 나인브릿지골프장 바로 남쪽이나 자동차로는 평화로를 거쳐 산록남로를 타야 한다. 신제주로터리에서 산록남로로 빠지는 평화로 상 광평교까지 23.3㎞다. 광평교 교차로에서 핀크스골프장을 지나 6.2㎞ 달리다 앞쪽에 '서귀포시 예래동'이란 큰 이정표가 보이면 뒤 좌회전, 산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상천교 130m 전방이다.

▲ <영아리오름 탐방로>

A=주차공간 B=오름 초입 C=정상부 갈림길 D=남봉 정상 E=남쪽 전망점 F=서봉 정상 G=서봉·북봉 갈림길 H=습지 갈림길 I=동굴 J=습지 K=최정상(북봉) L=나인브릿지 골프장
산록남로서 올라가는 길은 돌오름 탐방로와 함께 안덕쓰레기매립장으로도 연결된다. 시멘트포장길을 2.4㎞ 진행하면 전방에 쓰레기매립장 건물이 보이고 왼쪽으로 빠지는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진입 후 300m 지점 갈림길에서 좌회전 약 900m 더 가면 영아리오름 탐방로 입구(탐방로지도 A)다. 자동차 몇 대를 세울 공간이 있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도로가 휘어지는 부분이다.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을 위해 골프장을 기점으로 제작한 안내판 'NB-4구간 출발에서 1.9㎞, 정상까지 600m'를 세워놓기도 했다.

출발하자마자 오름 초입(〃B)이다. 오름 경사는 가파르나 탐방로가 갈지자로 형성된 탓에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약 5분이면 정상부 갈림길(〃C)이다. 시계방향으로 10분 정도 나아가면 남봉 정상(〃D)이다.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영아리오름 정상 685m'라는 팻말을 세워놔 정상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영아리오름의 최고봉은 북봉으로 해발 693m다.

정상 부분에 대형 암괴들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2개의 암괴는 마주하고 있어 한쪽이 입을 맞추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도 한다.

서쪽으로 6분 정도 가면 남쪽 전망점(〃E)이다. 유독 이 구간에만 조릿대가 보인다. 멀리 산방산은 물론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 시원한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여기서 서봉정상(〃F)까진 3분이다. 북봉 능선을 조망하고 왔던 길을 조금 되돌려 서봉 북동 사면을 타고 내려가는 게 안전하다. 서봉은 그야말로 암괴의 천국이다. 정상은 물론 사면도 수많은 암괴들이 아슬아슬 걸려 있다. 마치 곶자왈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갈림길(〃G·H)을 거쳐 영아리오름의 트레이드마크인 습지(〃J)까지 내려가는데는 20여분이다. 안타깝게도 가을 가뭄이 길어지며 물이 없었다. 비록 말라버렸지만 그곳에 뿌리를 내려 여전히 건재한 물풀과, 그곳에 넘실댔을 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은 충분했다. 습지 바로 붙어 서쪽에 있는 용암동굴(〃I)과 용암이 여러 차례 흘러나가면서 시루떡처럼 층층이 형성된 용암단위(lava unit)가 눈길을 끈다.

이곳 영아리오름에는 지킴이가 있다고 한다. 노루다. 한 마리가 떠나지 않고 습지 주변에 서식하고 있어 종종 조우가 이뤄진다. 노루와 이별을 하고 습지를 돌아 갈림길(〃H·G)을 거쳐 북봉 정상(〃K)까지 20분이다. 여기가 해발 693m의 진짜 정상이다. 하지만 억새 등 수풀로 뒤덮여 사방이 꽉 막혀 정상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세운 '삼각점' 표지만이 최고봉임을 알려주고 있다.

전망이 탁 트여 멀리 한라산까지 보였던 남봉을 정상이라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결국 남봉은 '심리적 정상'이고 북봉은 '지리적 정상'인 셈이다. '겸손한' 정상을 뒤로 하며 반성도 인다. 최고의 자리는 항상 튀어야 할 것이라는 잘못된 강박관념, 세태에 젖은 우리네 모습이 투영되는 탓이다.

최고봉에서 동쪽으로 몇분만 진행하면 개활지가 나온다. 갈림길(〃C)을 거쳐 하산하니 1시간20분이 걸렸다. 오름 탐방로 어디에도 계단이나 타이어매트 등 인공적인 시설물이 전혀 없는 완전한 '자연산' 탐방로의 오름이다.

▲ 영아리오름 남봉에서 입을 마주한 돌
영아리오름은 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산체다. 그 자락에 습지가 형성됐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검은오름과 비슷하게 용암이 분화구에서 빠져나와 하류로 흐르면서 말굽형 분화구가 된 것 같다"며 "이때 용암수로(Lava channel)가 형성됐고, 용암이 어려차례 흘렀다는 증거인 용암류 단위 (Lava unit)도 분화구 전면에서 확인된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영아리오름은 수만년 단위다. 3만~5만년으로 오름 가운데는 젊고 하나의 스코리아로 된 분석구로 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분석구가 송이와 용암으로 형성돼 있다가 송이 침식으로 암괴들이 노출되면서 같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봉우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영아리오름은 계곡이나 곶자왈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바위들이 위태롭게 쌓여 있는 색다른 경관적 특징이 독특한 식물상을 조성하고 있다.

▲ 영아리오름 정상부의 미역취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암괴지역을 따라 동백나무를 비롯, 새덕이·참식나무·사스레피나무 등 상록활엽수의 분포가 많은 것이 특징적"이라며 "노출된 바위겉면에 넉줄고사리와 땅채송화·바위수국 등이 빼곡하게 분포하는 것도 독특하다"고 밝혔다.

주요 식생은 암괴지역 주변으로 팥배·때죽·산딸·비자나무 등이, 토양형성이 빈약한 하층부에는 개승마·한라돌쩌귀·십자고사리·남산제비꽃·미역취·참취 등이 자라고 있다. 특히 습지에는 좀어리연꽃이 덮고 있으며 송이고랭이·세모고랭이 등도 분포하고 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영아리습지' 마소가 기여
희귀종 좀어리연꽃 자생
●인터뷰/정상배 박사(습지생태)

▲ 정상배 박사
"영아리오름 습지는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정상배 박사(습지생태)는 "영아리오름 습지는 인위적인 간섭이 거의 안 된 상태로 오랜 시간 동안 유지돼 왔다"면서 "좀어리연꽃·송이고랭이·택사·사마귀풀 등의 주요 식생 가운데 좀어리연꽃은 생물자원으로 등록돼 국외반출시 승인을 얻어야 하는 희귀식물"이라고 밝혔다.

정 박사는 영아리오름 아랫부분에 습지가 형성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소나 말 등 방목의 영향을 꼽았다.

그는 "스코리아(송이)가 쌓인 분화구에 고이지 못해 유출된 물이 오름의 바깥 면에 모일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영아리오름의 경우 마소가 밟아 바닥의 보수능력이 더욱 커진 게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마소의 출입이 없어도 한번 만들어진 습지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박사는"화구호 습지는 화산폭발 후 화산쇄설물과 화산 먼지들이 화구로 들어가 쌓여 흘러든 지표수의 땅속 침투를 막아 물이 차며 형성되지만 오름 주변의 습지는 방목을 위해 필요에 따라 인공적으로 조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제주에는 백록담·사라오름·물장올·물찻오름·물영아리·동수악·금악 등 10여개의 화구호가 있으나 거의 고지대에 위치한다"며 "이들 화구호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습지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고 외국과도 차이점이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주로 저지대의 원당봉·삼뫼소 등은 과거 화구호로 추정되는데 현재는 원형을 잃어버렸다"며 "반면 원형 분화구를 가진 많은 오름들은 시차는 있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화구호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내 오름 습지의 가치에 대해 "매우 높다. 오름 주변에 고여 있는 습지들도 인공적이고 크진 않지만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라며 "양서류와 파충류·어류·조류·습지식물 등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공간이자 홍수 피해 예방과 지하수 형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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