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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이 아름다운 저지오름

까미l노 2012. 11. 13. 16:22

모든 것이 아름다운 보석 같은 오름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 <22>저지오름
등록 : 2011년 11월 02일 (수) 09:50:50
최종수정 : 2011년 11월 02일 (수) 09:50:50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산록도로 방림원 인근서 바라본 저지오름 동면
균제미·탐방로·경관·분화구 모두 수준급
제주시서 35㎞·탐방 짧게 한 시간 가능

저지오름은 숨겨진 보석 같은 오름이다. 비고는 104m에 불과,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그게 아니다. 원추형의 단아한 균제미의 외관은 물론 트레킹 코스, 시원한 주변 경관에 완벽한 분화구까지 모든 게 아름답고 경이롭다. '2007년 아름다운 숲 대회 전국 대상'에 빛나는 푸근하고 고운 트레킹 코스를 갖고 있다. 정상은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경관을 자랑한다. 더욱 압권인 것은 숨이 막힐 듯 태고의 감동을 솟구치게 전해주는 분화구다. 감탄사만으론 경탄하기에 부족한 분화구까지 있는 저지오름이다.

저지오름의 소재지는 한경면 저지리 산51번지(표고 239.3m)다. 오름의 동쪽 자락을 저지마을회관과 접하고 있다. 비고는 104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100번째, 면적은 37만9316㎡로 99번째로 넓다. 규모면에서도 상위 3분의1에 속하는 준수한 오름이다.

애초 이름은 닥오름이었으나 마을이름이 저지(楮旨)로 바뀌면서 오름이름도 저지오름으로 바뀌었다. 저지는 닥나무(楮)가 많다고 하여 닥루라고 불려왔다. 한자로는 당지악(堂旨岳) 저지악(楮旨岳) 등으로 표기하다가 저지악으로 정착됐다. 오름 모양이 새를 닮았다하여 새오름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제주시(신제주로터리)에서 탐방을 위한 '저지오름 휴게소'까진 35㎞다. 평화로를 타고 가다 광평교차로에서 우회전, 금악리를 거쳐 저지마을로 들어서면 마을회관을 지나 금방이다.

▲ <저지오름 탐방로> A=탐방로 입구 B=밑숲길 갈림길 C=정상부·둘레길 갈림길 D=정상부 갈림길 E=정상(전망대) F=분화구 전망대 G=분화구 H=가메창 I=녹차분재로
휴게소를 출발, 안내판을 따라 마을 안길으로 500m 정도 들어가면 탐방로 입구(탐방로지도 A)다. 입구 오른쪽에 '2007년 아름다운 숲 대회 전국 생명상(대상)'이란 팻말이 자랑스레 붙여져 있다.

시작은 조금 힘들다. 돌계단 82개다. 그래도 고생해 올라가면 아름답고 고즈넉한 숲길이 기다리고 있다. 밑숲길 갈림길(〃B)에선 어느 쪽으로 돌아도 밑숲길·분화구숲길 갈림길(〃C)로 통한다. 시계 방향으론 710m, 반대 방향은 830m면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진 390m이다.

▲ 저지오름의 '아름다운 숲길'
밑숲길에서 분화구숲길(정상부)로 가기 위해선 또다시 돌계단이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곱이상이다. 계속해 이어지는 돌계단만 196개를 오른 뒤 몇 걸음 더 가 있는 5개는 덤이다. 정상부 갈림길(〃D)에선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낫다. 바로 전망대(〃E)가 있고 분화구(〃F)를 갈 수 있는 최정상으로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탐방을 시작한 지 30분 정도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올라가는 길에 가을이 깊어진다고 들국화(산국)가 얼굴을 내민다.

정상 전망대에선 사방 360도의 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쪽 바다엔 비양도가 앙증맞게 떠있다. 동쪽엔 오름군들을 위시한 한라산이다. 남쪽에는 산방산이 송악산·모슬봉과 형제섬까지 데리고 섰다. 그리고 서쪽에는 차귀도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저지오름은 동서남북 비양도·한라산·산방산.차귀도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 저지오름 분화구
분화구는 반드시 봐야 한다. 각오도 필요하다. 계단이 정확히 260개다. 낮은 건물로 치면 10층 높이다. 분화구는 감동 그 자체다. 분화구 안쪽 사면은 마치 엊그제에야 분출을 멈춘 듯 거칠고 가파르다. 하지만 분화구 속 전체는 나무와 덤불 등 온통 '초록'으로 채우고 있어 원시림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송악산 분화구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이다. 가파른 경사와 거칠음 등은 송악산과 비슷하다. 하지만 송악산 분화구 사면은 여전히 붉은 송이가 흘러내리는 반면 저지오름의 분화구는 초록의 자연림 형태여서 또 다른 '신비감'을 선사한다.

분화구에서 260개의 계단을 올라 시계방향으로 나아가면 690m의 분화구숲길을 돌아 다시 정상부 갈림길(〃D)이다. 분화구숲길 역시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 아주 좋다. 돌계단 101개를 내려와 앞서 돌던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면 밑숲길 1540m도 한바퀴 완보(〃B)다. 밑숲길과 분화구숲길과 정상부로 이어지는 탐방로 왕복구간 등을 포함한 전체 탐방 코스는 약 3.2㎞로 성인 기준으로 1시간 정도다. 하지만 탐방시간은 숲을 느끼고 꽃을 보고, 분화구에서 저지오름 폭발 당시를 상상하는 '타임머신'을 타는 시간 등에 달렸다.

오름은 산상의 분화구를 중심으로 어느 쪽 사면이나 경사와 거리가 비슷한 원형 오름이나 북쪽에 최정상을 두고 남북이 다소 높다. 침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원추형에 안식각을 갖는 균제미도 일품이다.

화산 폭발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분화구는 깊이 62m에 직경 255m, 둘레는 800m규모다. 대정읍 송악산과 함께 분화구의 형태가 가장 완전하게 남아있는 대표적이 화산체로 꼽힌다.

바로 남서쪽 자락에 비고가 6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가장 낮은 가메창(면적 1만7037㎡·361번째)이 자리하고 있다. 둥글 넙적한 지형에 가운데가 움푹 패여 오름 같지 않지만 확실히 화산을 분출한 화구여서 6m임에도 오름의 막내로 이름을 올렸다.

저지오름은 3만5000년 전쯤에 형성된 아주 젊은 오름으로 분석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저지오름은 젊은 화산체로서 많은 양의 용암류를 분출했고, 동시에 분화한 화산들이 지형 경사를 따라 저지오름 서쪽 가까이에 분포되어 있는데 머오름·송아오름·이계오름 및 가메창"이라고 말했다.

▲ 저지오름의 산국
저지오름의 식생은 해송이 우점하고 있다. 해송림의 하부에는 후박나무·참식나무·센달나무·까마귀쪽나무·육박나무·생달나무 등 녹나무과 식물들이 주로 자라고 있다. 예덕나무·천선과나무·소태나무·보리수나무·윤노리나무·상동나무·산뽕나무 등도 보인다. 오름 상부로 이어지면서 상산·윤노리나무 등이 분포가 많아지고 돌토끼고사리·송악·나도물통이·소엽맥문동·맥문동·점고사리·산박하·산국·자금우·돌외 등이 분포하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해송림의 하부에는 드물게 멸종위기야생식물인 대흥란이 자라고 있다"면서 "저지오름은 제주 서부지역에서 대흥란의 매우 중요한 자생지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분화구 폭발 당시 모습
엊그제까지 분출한 느낌"
●인터뷰/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저지오름 분화구는 화산 폭발 당시 모습 그대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저지오름은 분화구의 형태가 잘 남아 있어 이채롭다"며 "저지오름 분화구는 바로 엊그제까지 화산폭발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저지오름 분화구의 보전상태를 극찬했다.

이어 그는 "분화구의 가파른 경사 등 형태와 보전상태가 완벽, 마치 공상과학의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 지질시대로 여행을 가듯 저지오름이 폭발하고 분화구가 형성될 당시의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분화구(crater)는 마그마와 같은 화산물질을 지표로 쏟아내는 장소여서 화산의 중심"이라며 "특히 제주와 같은 현무암질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지대에서 분화구는 화산활동의 실체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름으로 인정할 때 이용되는 '오름의 3요소'는 분화구·내용물(송이·scoria), 그리고 형태(cone shape)"라면서 "도내 360여개의 오름(분석구), 화산체 가운데 분화구의 형태가 가장 완전하게 남아있는 것은 송악산과 저지오름이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강 소장은 저지오름을 아주 젊게 봤다. 그 이유로 측정 결과 형성연대가 3만5000년으로 나타난 병악현무암을 제시했다. 그는 "예전에 연대측정 결과 병악현무암이 3만5000년으로 가장 젊은 연대치를 나타낸 바 있는데, 도내에 병악현무암이 분포하고 있는 곳은 안덕면의 병악과 저지오름 단 2곳뿐"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강 소장은 "더 정밀한 방법으로 연대측정을 할 경우 저지오름의 암석은 1만년이나 수천년으로 훨씬 더 젊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도내 일부 해안가의 화산체들이 불과 5000년 전에 폭발한 매우 젊은 화산들이라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강조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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