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보석같이 아름다운 저지오름 본문
모든 것이 아름다운 보석 같은 오름 | |||||||||||||||||||||||||||||||||||||||||||||||||||||||||||||||||||||||||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 <22>저지오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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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오름은 숨겨진 보석 같은 오름이다. 비고는 104m에 불과,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그게 아니다. 원추형의 단아한 균제미의 외관은 물론 트레킹 코스, 시원한 주변 경관에 완벽한 분화구까지 모든 게 아름답고 경이롭다. '2007년 아름다운 숲 대회 전국 대상'에 빛나는 푸근하고 고운 트레킹 코스를 갖고 있다. 정상은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경관을 자랑한다. 더욱 압권인 것은 숨이 막힐 듯 태고의 감동을 솟구치게 전해주는 분화구다. 감탄사만으론 경탄하기에 부족한 분화구까지 있는 저지오름이다. 저지오름의 소재지는 한경면 저지리 산51번지(표고 239.3m)다. 오름의 동쪽 자락을 저지마을회관과 접하고 있다. 비고는 104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100번째, 면적은 37만9316㎡로 99번째로 넓다. 규모면에서도 상위 3분의1에 속하는 준수한 오름이다. 애초 이름은 닥오름이었으나 마을이름이 저지(楮旨)로 바뀌면서 오름이름도 저지오름으로 바뀌었다. 저지는 닥나무(楮)가 많다고 하여 닥루라고 불려왔다. 한자로는 당지악(堂旨岳) 저지악(楮旨岳) 등으로 표기하다가 저지악으로 정착됐다. 오름 모양이 새를 닮았다하여 새오름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제주시(신제주로터리)에서 탐방을 위한 '저지오름 휴게소'까진 35㎞다. 평화로를 타고 가다 광평교차로에서 우회전, 금악리를 거쳐 저지마을로 들어서면 마을회관을 지나 금방이다.
시작은 조금 힘들다. 돌계단 82개다. 그래도 고생해 올라가면 아름답고 고즈넉한 숲길이 기다리고 있다. 밑숲길 갈림길(〃B)에선 어느 쪽으로 돌아도 밑숲길·분화구숲길 갈림길(〃C)로 통한다. 시계 방향으론 710m, 반대 방향은 830m면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진 390m이다.
정상 전망대에선 사방 360도의 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쪽 바다엔 비양도가 앙증맞게 떠있다. 동쪽엔 오름군들을 위시한 한라산이다. 남쪽에는 산방산이 송악산·모슬봉과 형제섬까지 데리고 섰다. 그리고 서쪽에는 차귀도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저지오름은 동서남북 비양도·한라산·산방산.차귀도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송악산 분화구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이다. 가파른 경사와 거칠음 등은 송악산과 비슷하다. 하지만 송악산 분화구 사면은 여전히 붉은 송이가 흘러내리는 반면 저지오름의 분화구는 초록의 자연림 형태여서 또 다른 '신비감'을 선사한다. 분화구에서 260개의 계단을 올라 시계방향으로 나아가면 690m의 분화구숲길을 돌아 다시 정상부 갈림길(〃D)이다. 분화구숲길 역시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 아주 좋다. 돌계단 101개를 내려와 앞서 돌던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면 밑숲길 1540m도 한바퀴 완보(〃B)다. 밑숲길과 분화구숲길과 정상부로 이어지는 탐방로 왕복구간 등을 포함한 전체 탐방 코스는 약 3.2㎞로 성인 기준으로 1시간 정도다. 하지만 탐방시간은 숲을 느끼고 꽃을 보고, 분화구에서 저지오름 폭발 당시를 상상하는 '타임머신'을 타는 시간 등에 달렸다. 오름은 산상의 분화구를 중심으로 어느 쪽 사면이나 경사와 거리가 비슷한 원형 오름이나 북쪽에 최정상을 두고 남북이 다소 높다. 침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원추형에 안식각을 갖는 균제미도 일품이다. 화산 폭발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분화구는 깊이 62m에 직경 255m, 둘레는 800m규모다. 대정읍 송악산과 함께 분화구의 형태가 가장 완전하게 남아있는 대표적이 화산체로 꼽힌다. 바로 남서쪽 자락에 비고가 6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가장 낮은 가메창(면적 1만7037㎡·361번째)이 자리하고 있다. 둥글 넙적한 지형에 가운데가 움푹 패여 오름 같지 않지만 확실히 화산을 분출한 화구여서 6m임에도 오름의 막내로 이름을 올렸다. 저지오름은 3만5000년 전쯤에 형성된 아주 젊은 오름으로 분석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저지오름은 젊은 화산체로서 많은 양의 용암류를 분출했고, 동시에 분화한 화산들이 지형 경사를 따라 저지오름 서쪽 가까이에 분포되어 있는데 머오름·송아오름·이계오름 및 가메창"이라고 말했다.
김대신 연구사는 "해송림의 하부에는 드물게 멸종위기야생식물인 대흥란이 자라고 있다"면서 "저지오름은 제주 서부지역에서 대흥란의 매우 중요한 자생지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