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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의 곡선미

까미l노 2012. 11. 13. 16:21

아기자기하게 흐르는 곡선미를 가진 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23>따라비
등록 : 2011년 11월 16일 (수) 09:27:07
최종수정 : 2011년 11월 16일 (수) 09:27:07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새끼오름 방면에서 바라본 따라비 북면
세쌍둥이 분화구가 빚어내는 독특한 매력
탐방 짧게 40분 길게는 '나그네' 마음 따라

따라비는 아기자기한 곡선의 매력을 가진 '팔색조' 오름이다. 탐방이 시작되는 남면은 그냥 평범한 오름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면 그게 아니다. 3개의 굼부리가 모여 하나가 됐다. 저마다 완만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따라비의 진면목은 북면이다. 새끼오름 방면에서 바라보면 왜 팔색조인지 답이 나온다. 하나의 오름이나 크고 작은 봉오리가 6개나 된다. 그 사이를 곡선이 아기자기하게 흘러가며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고 보면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 같다는 생각도 드는 따라비다.

따라비(표고 342m)의 소재지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2번지 일대다. 따라비의 경우 비고는 107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96번째, 면적은 44만8111㎡로 69번째여서 규모에선 넉넉하게 상위 3분의1에 포함되는 오름이다.

도내 오름 이름 가운데 특이한 '따라비'의 유래는 주변에 모지오름·장자오름·새끼오름을 거느린 '땅의 할아버지' 오름이라는 의미로 '땅하래비'에서 비롯돼 따래비를 거쳤다고 하나 확실치는 않다.

기록상으론 탐라순력도(1703년) 등 이른 문헌에는 다라비악(多羅非岳) 등으로 표기돼 있는 반면 오름 주변 비문에서 발견되는 지조악(地祖岳)·지조봉(地祖峰)·지옹악(地翁岳) 등의 표기는 제주군읍지(1899년·地祖岳)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일찍부터 '따라비' 등으로 부르며 다라비악(多羅非岳)·다라비(多羅非) 등으로 표기하다 19세기부터 따라비를 땅할아버지로 '이해'하여 한자로 지조악(地祖岳) 또는 지조봉(地祖峰)으로 표기했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비 탐방로>

A=주차장 B=목장 입구 C=오름 입구 D=정상부 갈림길 E=최정상 F·G·H·I=탐방로 갈림길 J=오름 중심 탐방로 교차점 K·L·M=남쪽·동쪽·서쪽 분화구

따라비는 제주시(종합운동장)에서 38㎞다. 번영로를 타고 가다 대천동 사거리에서 우회전 1㎞진행 후 녹산로를 타고 가시리 방면으로 10㎞를 가면 가시리사거리다. 여기서 좌회전 60m 진행한 뒤 북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3㎞ 진행하면 넉넉한 주차장(탐방로 지도 A)이 나온다.

주차장을 출발, 80m를 가면 철조망이 쳐진 목장입구(〃B)다. 그래도 친절한 사람들이 '따라비오름' 등반로 입구라는 팻말과 함께 철조망도 헝겊 등으로 감싸놔 통과하기 어렵지 않다. 말들이 방목되고 있는 목장을 북서방향으로 100m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에 오름 입구(〃C)로 들어가는 철문이다. 통과하면 숲길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탐방이다.

오름 남면 자락을 서쪽으로 5분정도 진행하다 계곡 같은 곳을 만나게 된다. 첫 분화구가 말굽형으로 터져 나간 곳이다. 본격적인 오르막의 시작이나 그리 가파르지 않다. 조금 있으면 목재 계단이 나타나고 정상부에 깔린 야자수매트(〃D)로 이어진다. 출발한 지 15분이다.

▲ 따라비 오름의 두꺼비 형상 바위
정상부에 서면 일단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세쌍둥이 분화구다. 쌍둥이 분화구는 종종 봤어도 세 쌍둥이 분화구(Triple crater)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분화구 깊이도 그리 깊지 않고 은빛 물결의 억새 등으로 덮여 있어 수려한 곡선미가 묻어난다.

정상부를 5분 정도 반 시계방향으로 돌면 최정상(〃E)이다. 가는 길에 누군가의 소원을 담은 방사탑과 함께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것 같은 두꺼비 형상의 돌도 보인다. 더욱이 이상기온 등 온난화의 영향인지 늦가을임에도 '철없는' 철쭉이 피어 가을의 진객 억새와 어색한 동거를 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왼쪽으로 새끼오름, 앞쪽의 모지오름과 그 옆의 장자오름 등 따라비를 할아버지로 하는 '한 가족'일 수도 있는 오름 군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모지오름 너머 영주산, 새끼오름 저편의 백약이·성불오름과 서쪽으로 대록산·소록산 남쪽의 번널오름·갑선이오름 등 주변의 오름군들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멀리 한라산도 보인다. 제주 오름 어딘들 그렇듯 따라비에서의 경관도 좋다.

최정상을 출발하면 정상부 탐방로 교차점(〃F·G)을 지나 서쪽 정상부(〃H)를 거쳐 갈림길(〃D)까지 10여분이다. 바로 내려가면 40분 정도 소요되는 셈이다. 하지만 3개의 분화구 사이를 오가는 길도 있고 북쪽 교차점(〃G)에서 북쪽 새끼오름 방향으로 왕복 15분 걸리는 코스도 있어 결국 탐방시간은 '오름 나그네' 마음대로다.

▲ 따라비 오름의 물매화
▲ 따라비 오름 자락의 섬잔대

 

 

 

 

 

 

 

 

 

 

더욱이 따라비의 진수를 보기 위해선 새끼오름 방향으로 내려갔다 와야 한다. 남쪽에서 보면 평범해 보였던 오름이 새끼오름 쪽에서 보면 그야말로 팔색조다. 주봉을 형성하는 3개의 굼부리는 물론 앞쪽의 작은 화산체들이 만들어내는 곡선의 미를 음미해보지 않고선 결코 따라비를 전부 봤다고 할 수가 없다.

지질학적으로 따라비는 최소한 4개 이상의 분화구를 갖는 오름으로 분석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따라비는 깨끗하게 세쌍둥이 분화구가 한 번에 터져 형성된 게 아니라 최소한 2차에 걸쳐서 터졌다"면서 "남서사면 바깥부분, 계곡 같이 보이는 곳에서 1차 폭발한 뒤 화구가 이동하며 지금 정상부에서 3개 분화구가 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 소장은 이어 "북쪽의 봉우리들도 침식된 게 아니라 알오름식으로 분화한 분화구로 볼 수 있다. 정상부도 세쌍둥이만 있는 게 아니고 울룩불룩한 것들 모두 하나의 분화구, 용암이 터진 불기둥 기둥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생성 연대는 그리 젊지 않은 10만년 전후로 봤다.

따라비는 풀밭오름답게 식생은 정상부와 분화구 내부 등에 초지대가 넓게 형성된 가운데 참억새와 솔새 등이 우점하고 있다. 하지만 외사면을 따라 인공조림지가 형성돼 있고 동쪽과 서쪽 분화구 사면 일부를 중심으로 관목들이 자라면서 초지오름의 앞날이 위협받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따라비는 정상부와 사면에 노출된 암석 지대를 중심으로 산철쭉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중산간지역 오름 정상부에 노출된 바위는 적당한 습도도 유지할 수 있고 철쭉이 관목으로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비의 주요 식물은 사스레피나무·보리수나무·검노린재나무·후박나무·산딸기·보리밥나무·국수나무·팽나무·산철쭉·줄사철·고비·풀고사리·물매화·꽃향유·산부추·자주쓴풀·참억새·솔새·김의털·개솔새·고비·쇠서나물·개시호 등이다. 김철웅 기자

따라비, 아들·손자·며느리 거느려
새끼·모지·장자오름과 오순도순
정설 아닐지라도 따뜻한 스토리

'따라비' 제주의 오름 이름 치고는 아주 독특하다. 유래도 분분하다. 그만큼 정설도 없다. 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주변의 모지(母地)오름·새끼오름·장자(長子)오름과 결부된 '가설'이다.

따라비가 할아버지 오름이고 바로 북쪽에 위치한 새끼오름은 '아들', 북동쪽의 모지오름은 '며느리', 동쪽의 장자오름은 모지오름의 아들, 즉 따라비의 '손자'라는 얘기다. 1988년 발간된 가시리지는 "주변의 모지오름·장자오름·새끼오름 등을 거느리고 있는 오름, 즉 땅의 할아버지인 '땅하래비'에서 비롯, 따래비를 거쳐 따라비로 쓰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 작명이 그러했는지, 아니면 후에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나름 그럴듯해 보인다. 사실 따라비·새끼오름·모지오름·장자오름은 사각형을 형성하면서 오름 4개 모두를 담는 면적도 4㎢에 불과하다. 군산의 면적이 2.84㎢인 점을 감안하면 큰 오름 2개의 면적도 되지 않는 공간에 4개가 오순도순 모여 있는 셈이다. 특히 할아버지(따라비)와 아들(새끼오름) 오름간 거리는 400m에 불과하고 아들과 며느리(모지오름) 오름 사이는 1㎞, 며느리와 손자(장자)오름 사이는 33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높이도 따라비가 107m로 가장 높고 모지오름 86m·새끼오름 51m·장자오름 31m 순으로 대(代)가 앞설수록 높은 형국이다.

물론 이의는 있다. 오창명 제주학연구소장은 "땅하래비는 탐라순력도(1703년) 등 옛 지도에 나타나는 다라비(多羅非)의 표기와 거리가 있고 모지오름도 못지오름 또는 뭇지오름의 잘못"이라며 "재고의 여지가 많은 민간어원적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비록 정설은 아닐지 모르나 따라비에 올라 새끼오름·모지오름·장자오름을 바라보며 '아들·손자·며느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단순한 화산체 이상의 감흥이 인다. 스토리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따뜻함을 담아 풀어나가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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