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노랑어리연꽃의 엄지공주 본문
곤충이야기-연물명나방
노랑어리연꽃
어리연은 하얀색 꽃도 있다
연물명나방
식물이나 곤충의 이름에 '어리'라는 이름이 있는데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노랑어리연꽃은 연꽃을 닮은 노란색 꽃이라는 뜻이 됩니다만
실제로는 연꽃과는 촌수가 다른 남남이다.
(연꽃은 미나리아제비목-수련과,노랑어리연꽃은 국화목-조름나물과)
그다지 깊지 않은 물에서 자라는 노랑어리연꽃
뿌리는 개흙 속에 박혀 있고 가느다란 줄기는 타원형 잎사귀를 물 위에 띄운다.
번식력이 좋아서 여름이 오기도 전에 아예 연못을 뒤덮어 버린다.
초여름 연못 위에 쫙 깔린 노랑어리연꽃 앞에 앉아보면 노랑어리연꽃 잎사귀는 연물명나방 세상이된 것을 볼 수 있다.
연물명나방 애벌레가 어ㅏ떻게 살아가는지 조금이나마 훔쳐볼 수가 있는데 다만 다리가 좀 저릴 수 있을 정도로 앉아있어야 한다.
잎사귀들이 겹쳐진 부분이 약간 볼록하게 올라온 것이 보이거나
잎사귀 위에 조그마한 잎 조각이 얹혀있는 것,
손톱만한 잎 조각 두 개가 포개져서 물 위를 사라살 떠 다니는 것이 보이면 모두 연물명나방의 애벌레 집이다.
애벌레는 길쭉하고 오동통한 소시지처럼 생겼는데 다 자란 애벌레는 몸길이가 13밀리미터 정도로 제법 커서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몸은 투명해서 속이 비치고 연한 녹색을 띈다.
피부는 야들야들 부드러워 만지기만해도 쭈그러질 것 같다.
어른이 될 떄까지 노랑어리연꽃 잎사귀에 몸을 의해 살아야 하는데
여차하면 물에 빠져 죽거나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에 휩쓸리기라도 할텐데 어떻게 살아남는지
그 비결은 애벌레가 직접 만든 재체만점의 집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벌레가 오려낸 잎사귀 한조각이 아래에 따로 놓여있다.
잎사귀를 들추면 애벌레가 잎을 오리다가 깜짝 놀라 잎들이 겹쳐진 틈으로 도망을 간다.
한참을 기다리면 녀석이 슬그머니 다시 잎사귀 위로 나타난다.
그리곤 큰턱을 옆으로 오무렸다 벌렸다 하면서 잎사귀 한구석을 동그랗게 오려낸다.
어림짐작으로 오리는 것 같지만 오린 자국이 참 깔끔하다.
오려낸 손톱만한 잎조각을 큰턱으로 물어 자기가 있는 잎사귀 위로 올린다.
이떄 물의 흐름이 애벌레의 작업을 도우는 것처럼 보인다.
애벌레는 헤엄을 전혀 못치기도 하고 물의 성질을 알 수도 없는데 신기할 뿐이다.
잎조각을 잎사귀 위로 올리자 잎사귀와 잎조각 사이로 들어가서 바느질을 시작한다
아랫입술에서 명주실을 토해 내 커다란 잎사귀와 손톱만한 잎 조각을 약 5밀리미터 간격으로 꼼꼼하게 붙힌다.
그런데 잎사귀와 잎조각을 이렇게 붙여 놓으면 얼굴을 밖으로 내밀어 식사하기가 어렵지만
영특하게도 머리가 들락날락하도록 군데군데 '개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물 위의 집에서 살면서 군데군데 숭숭 뚫어놓은
개구멍으로 머리를 내밀고 밖을 실피다가 바람만 살짝 지나가도 얼른 집 속으로 쏙 들어간다.
촐싹대는 모습에 얄밉기까지 한다.
녀석의 밥과 반찬은 한결같이 노랑어리연꽃의 잎사귀
번데기가 될 때까지 운도 좋게 집 밖에는 온통 노랑어리연꽃이 깔렸으니 먹을 복은 터졌다.
연물명나방 애벌레는 큰턱이 ㅂ잘 발달된 씹어먹는 주둥이를 가졌는데
단단한 큰턱을 가위처럼 양옆으로 벌려 잎을 싹둑 배어 문 다음 좌우로 오무렸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씹어먹는다.
물론 갓 태어난 애벌레는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단단한 잎백은 씹을 수가 없어 부드러운 잎살만 갉아서 씹어 먹는다.
어느새 녀석은 손톱만한 물 위의 집민 남기고 자신이 머물던 커다란 잎사귀를 거의 다 먹어치운다.
다시 집을 지어냐 하는데 이번에는 자그마한 뗏목집을 만든다.
낡은 집에 몸을 싣고서 잔물결을 타고 다니다가 잎사귀 하난를 곻르고 낡은 집에 몸을 숨긴 채
가슴다리 6개로 그 잎을 꼭 잡고는 큰턱으로 잎 가장자리를 오리기 시작한다.
손톱만한 잎조각을 올려 한쪽에 두고 계속 오려댄다.
오려낸 작업이 끝나면 잎조각을 큰턱으로 끌어와서 오려둔 잎조각 위로 포개는데 이때도 물의 흐름을 이용한다.
오려낸 잎조각 두개가 기막히게도 크기가 거의 같다.
드디어 거동안 머물던 낡은 집을 버리고 포개진 잎사이로 들어간다.
처음 집을 지을 때 처럼 가장자리를 약 5밀리미터 간격으로 붙히기 시작한다.
뗏목처럼 생긴 집을 만드는 것이다.
약2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뗏목을 타고 몸길이 10밀리미터 남짓한 애벌레는 연못위에서 떠다니면 장거리 여행을 하는 셈이다.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먹음직허한 노랑어리연꽃이 있으면 머리를 집밖으로 내밀어 식사를 하고
노랑어리 연꼿 대신에 연못에 마름이 자라고 있으면 마름잎으로 집을 짓고 마름잎을 먹으며 자란다.
정부희 곤충의 유토피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