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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사려니와 비자림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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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사려니 숲길·비자림로 | ||||||||||||
김순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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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있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를 보면 사려니 오름(523m)은 머체오름(426m)·넙거리오름(437m)과 함께 삼각형 별자리를 이뤄 솟아있으며 이 세오름 가운데 가장 높은 오름으로 넓고 깊은 굼부리가 있다. 그의 글을 조금 더 읽어보면 박용후의 '제주도 옛땅이름 연구'를 인용해서 사려니오름 남서녁에 있는 '허더귀'를 설명하고 있다. '허더귀'는 옛말 '허다기'의 와음으로 만화(晩花), 즉 제철을 지나 늦게 피는 꽃이라 해, 꽃이 떼판으로 피는 곳을 말한다고 했다. 우리는 걸으며 꽃들을 무심히 보고 지나지만 꽃이 피는 식물은 1억 5000만년도 더 전에(애너 파보르드/2000년 식물 탐구의 역사/글항아리)진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꽃을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들꽃들을 보며 길손은 조천읍 교래리의 '물찻오름'(717m)을 저만치 지나게 된다. 숲으로 덮혀있는 이 오름의 정상에는 둘레가 1000m 가량의 큰 굼부리가 있는데 검푸른 물이 하나 가득 담겨있다. 낚시꾼들이 한가로이 붕어 낚시를 하고 있다. 아마도 주위가 표고밭이니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져다 놓았을 것이다. 10여 년전의 기억이니, 내년 봄에도 복수초가 잔설을 뚫고 피어 나겠지. 느림의 미학이랄까 잠시 숨을 고른 나그네는 15㎞의 끝 '비자림로'에서 발길을 멈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비자림로'가 있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걸어 또는 자동차로 제주시 봉개동에 이르는 27.3㎞의 이 도로는 숲에 싸인 '사려니 숲길'과 다르다.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비자림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숲이다. 500~800년이 넘은 비자나무 군락지를 떠난 올래꾼들은 봄이면 평대리에서 송당리까지 이어지는 왕벚꽃의 길을 따라, 가을이면 황량한 들녘의 억새꽃의 은빛 추억을 만들며, 미려한 삼나무 숲길 제주시 봉개동 '5.16도로'에 이른다. 북제주군이 제주시에 합병되기전에 길가의 전주를 없애고 전기·전화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사업'을 펼친 곳이다.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비자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평가하고 '대상'을 줬다. 그후 이 길은 가끔 영화 촬영을 위해 길을 막는 참을만한 불편들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화로운 명품도로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로 1호인 '비자림로'가 불법주차장이 돼 버렸다. 숲과 길옆은 주차장이 되고 간이화장실은 냄새가 진동하다. 더욱이 주말이면 친절하게도 자치경찰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비자림로'를 '사려니숲길'의 출발점으로 한 것이 원인이다. '비자림로'의 출발점은 비자림 인근의 터를 골라 주차장도 만들고 수세식 화장실, 간이 식당, 기념품상 등을 만들어 올래꾼들을 편안하게 하고 있다.'사려니 숲길'의 출발점도 '사려니오름'이 있는 남원읍 한남리 감귤가공공장 주변으로 하는 것은 어떨까. '사려니 숲길'의 명분도 찾고, 아름다운 도로 '비자림로'의 명예도 찾아 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더욱이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옳다고 본다. 평대리 '비자림로'의 출발점에서는 가공한 비자열매, 포장한 더덕, 더덕구이 식당 등을, 한남리 '사려니 숲길'출발점에서는 포장한 표고버섯, 표고버섯을 이용한 식당, 감귤(가공품 포함)판매점 등을 펼치면 두 곳의 차별화, 지역주민의 소득증대, 이에 따른 관광객의 선택도 이끌어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내년 9월이면 제주에서 WCC총회가 열린다. 선진국으로 평가하는 기준의 하나는 '못사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는가', 그리고 '숲을 잘 가꾸고 있는가'이다. '행정도 경영이다'라는 명제는 오래된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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