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팬풀륫 같은 동백나무 잎 애벌레 본문
이것을 벌레라고 믿을 수 있으려나?
사진을 찍으면서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정도로 떼를 지어 붙은 마치 송충이들 집단 같이 보이는데
멜로디온이나 아코디언의 건반이나 남미의 대표적인 악기인 갈대피리 팬풀륫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이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겠지만 나뭇잎에게는 상당히 고역이겠다.
위 사진은 내가 숲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곤충학자이신 정부희 교수의 곤충의 밥상에서 인용한 사진이다.
처음엔 둘 다 같은 종류인 개나리잎벌라고 생각했었는데 상세히 보면
우선 벌레의 색깔이 다르고 갉아 먹고있는 잎사귀 또한 다른 것을 알 수가 있는데
개나리 잎은 왁스층은 아닌데 내가 찍은 사진의 잎은 왁스층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사진의 잎은 동백나무잎 같이 생겼는데 이녀석들을 발견한 것에 흥분을 하는 바람에
미쳐 잎사귀에 대한 자세한 살핌을 잊어버렸다만,
잘라진 잎사귀를 보면 녀석들의 식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있는데
칼로 자른 듯 싹둑싹둑 베어 먹은 자국이 그대로 보여진다.
개나리 잎을 잘 살피면 뒷면에 숨어 식사를 하는 개나리 잎벌레를 발견할 수가 있다.
샛노란 개나리 잎이 질 때쯤이면 파란 새잎이 돋아나는데
개나리잎벌 어미는 개나리 특유의 냄새를 맡고 애벌레의 먹이인 개나리 새잎에 알을 낳는다.
꿀벌처럼 꿀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개나리 잎벌은 천적에게 잡아먹힐까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꽃속에서 새잎을 발견한 어미는 조심조심 잎 위에 앉아 배 끝에 붙어있는 산란관으로 잎살을 자잘하게 썬 후 잎 속에 알을 낳는다.
잎벌의 산란관은 톱니처럼 생겨 잎조직을 잘 썰 수 있는데 잎에다 알을 낳고
또 다른 잎으로 옮겨 가면서 연거푸 알을 낳는다.
대개 1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이 잎 저 잎으로 옮겨 다니며 잎사귀마다 평균 15~6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재미있게도 애벌레가 꺠어날 때쯤이면 잎도 크게 자라 애벌레의 식탁이 풍성해진다.
먹잇감이 풍족해지면 떄맞춰 알에서 꺠어나니 꽤 똑똑한 녀석들이다.
개나리잎벌이 부지런 떨며 이른 봄부터 알을 낳는 이유는 다른 곤충과 먹이경쟁으루 피하려는 것이고
이른 봄은 곤충들이 활동하기에 아직 쌀쌀한데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싹을 틔운 개나리 잎에 알을 낳아
새끼들의 먹이를 충분히 확보하자는 속셈이다.
다른 곤충들이 나오기 전에 알을 낳아야 앱1ㅓㄹ레가 먼저 먹이를 차지할 수 있을테까
곤충 세계에서 먹이경쟁은 살벓한 전쟁이나 다름없다.
알에서 열흘만에 꺠어난 어린 애벌레는 연한 잎사귀의 살만 갉아 먹는다.
아직 큰턱이 약해 잎을 씹어먹기 곤란하기 떄문인데 새로 나온 잎사귀도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서 연하다.
애벌레들은 기어서 잎 하나에 모이는데 잎 뒷면에 질서 정연하게 줄을 맞춰 강해진 턱으로 가위질하듯이 잎 가장자리부터 베어 씹어 먹는다.
얼마나 식성이 좋은지 주맥이고 잎살이고 가리지 않고 잎사귀 전체를 몽땅 먹어 치운다.
다 먹어 잎자루만 남으면 뗴 지어 다른 잎으로 옮겨 가는데 신기하게도 녀석들은 꼭 나란히 앉아 걸신들린 듯이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데
몰염치할 정도로 먹성들이 좋은 녀석들이 지나간 자리엔 잎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기 떄문에 개나리만 죽을 맛이다.
하지만 어쩌랴, 개나리잎벌 새끼들에게는 닥치는대로 열심히 먹어 튼실한 어른벌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니까,
곤충 세계에서 애벌레의 임무는 오로지 먹고 몸을 키우는 일이다.
애벌레의 생김새는 언뜻 보기엔 쏘ㅒ기벌레 같아 처음 보면 징그럽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몸에 억세고 칙칙한 털이 가시처럼 나 있으니 만져 보려 해도 겁이 날 정도이다.
털에 독이 있을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다.
어린 애벌레의 몸은 연한 녹색이고 몸 전체에 까만색 가시털이 나 있지만
나이 많은 애벌레의 몸은 검은 색이고 몸 전체에 갈색 가시털을 뒤집어 쓰고 있다.
가시털은 애벌레의 나이가 많을수록 길고 성장한 애벌레의 털은 어린 애벌레의 털 보다 두 배나 길다.
털을 만져보면 짧은 털보다 부드럽게 느껴진다.
한 달 정도 쉴 새 없이 먹고 자라면 몸길이가 16밀리미터쯤 되는 종령 애벌레가 되는데
번데기가 될 즈음이면 식음을 전폐하고 움직임도 둔해져 개나리 줄기를 타고 땅으로 기어 내려가
개나리 뿌리 근처의 흙 속으로 파고 들어 1센티미터 깊이에서 원통 모양의 방을 만들고 그 속에서 마지막 허물벗기를 한다.
새까만 허물을 벗어던진 녀석의 속살은 회백색이고 온 몸을 뒤덮고 있던 감쪽 같이 사라져 피부가 보송봇ㅇ한다.
겨울 내내 땅 속의 흙방에서 지내는데 애벌레가 모두 자취를 감췄을 때 개나리 뿌리 근처의 땅을 파 보면 녀석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애벌레는 흙방에서 겨울잠을 잔 뒤 이듬해 3월 중순께부터 깨어나 번데기를 만드는데
흙방에서 그대로 번데기가 되며 번데기 기간은 약 20일 정도가 소요 되는데
녀석들은 땅속으로 들어가 우화해 나올 때까지 무려 일곱달이나 흙방에서 지낸다.
개나리 잎벌레를 잡아다 키워 보면 개나리 잎을 넣어 주고 바닥에 휴지 같은 것을 깔아주는데
어느날 감쪽 같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바닥에 깔아둔 휴지 속으로 도망을 쳐서 휴지를 돌돌 말아 타원형으로 집을 만들고
그 속에 숨어 지내는 것인데 흙이 없으니 흙방은 못 만들고 대신에 침샘에서 나온 물질을 이용해 휴지와 섞어 종이 방을 만드는 것이다.
종이방은 상당히 단단해 쪼개 보려 해도 쉽게 잘 뜯어지지 않는다.
잎 뒷면에 붙어 있어서 천적으로 부터 숨을 수도 있고 떼로 붙어있기 때문에
커다란 곤충으로 보여 지레 겁을 지어먹은 천적들이 피할 수도 있어서 항상 뭉쳐 있기도 하는 이유가 되는데
무시무시한 털로 잔뜩 덮혀있는 애벌레들이 한데 뭉쳐있으니 지레 겁을 집어먹은 천적들이 겁을 먹고 가버리기 떄문이다.
개나리는(Porsythia Koreana)우리나라 특산종이고 개나리잎벌레도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정부희 곤충의 밥상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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