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숲 속의 그림엽서 본문
이만큼만이면 참 좋으리라...
보존하고 복원하면서 수고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이 길을 걸어간다.
차라리 돈을 내고 들어가는 국립수목원이며 휴양림이며 그런 곳들 보다야 훨씬 나은 것 같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더 많고 여지없이 돌계단을 만들고 방부목으로 바닥이며 목책길을 설치하여 생태계를 황폐화 시키는 그런 곳들보다...
곧게만 자랄줄 아는 편백의 어린 나무가 어쩌다 가던길 비틀어 다른 길로 올라간다.
그때 이 아무에게 무슨 피치 못할 일이 벌어졌었던 것인지 아마도 생존 본능으로 자렇게 뒤털어져 자라게 되었을테지만...
오래오래 고목이 되어서도 굳건하게 잘 살아가기 바래...
참식나무였던가?
애초 밑둥치부터 다른 수종이 아닌 한 형제였는데 올라가면서 팔을 뻗어 한몸이 되려다 만 것인지
접붙히기를 실패한 나무처럼 보이며 살아간다.
옹이 구멍같은 것이 생긴 나무들이 많다.
그속에 수분을 저장해둔 것처럼 물이 고여있기도 하고 더러 제 새싹을 틔우기도 하거나 아예 다른 녀석들이 싹을 틔우기도 한다.
가끔은 벌레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는 구멍들도 있다.
그 누가 베어냈는지 하트 모양의 심장무늬로 보여진다.
그 아래에서 다시 새싹이 단단한 수피를 뚫고 새로이 싹을 틔운다.
없다.
아무도 없는 집
집 주인도 떠난 예쁜 고치 속에 빈 허물 같은 것만 덩그러니 들어있다.
지난 겨울을 나면서 종내는 제 몸을 보호해주고 집을 만들었던 겉껍질의 이파리를 다 갉아먹은 후 성충이 되어 떠난 것이리라...
사람의 손으로 나무 이파리를 가지고 저런 공예품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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