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아무도받지않았던그때부친편지에대한애착 본문
창밖에비여태도내리는데어찌잠을청하랴떠난듯기억속사람내리는저빗소리밤새창가에마주하고있을것을....
강물에 빠진 달을 보러가듯 새벽에 당신 사는 집으로 갑니다
깨끗한 바람에 옷깃을 부풀리며 고개를 수그러뜨리고 말없이 걷는 동안 나는 생각합니다
어제 부친 편지는 잘 도착 되었을까 첫줄에서 끝줄까지 불편함은 없었을까
아직도 문은 열어두지 않았을까 아예 열쇠 수리공을 부를까 아니야 그건 일종의 폭력이야
새벽에 어울리는 단정한 말들만이 내가 그에게 매달리는 희망인가
신은 그 희망으로 목걸이를 약속하셨지 눈물로 혼을 씻는자에게만 주시는 목걸이
아침이슬이 몸에 오싹하도록 걷고 또 걸어 나는 당신 집앞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골목은 고요하고 문은 굳게 닫겨있습니다 삼 백 열 아홉 번째 부저를 누르지만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습니다
품속에 간직한 초 설같은 편지 한 장 문틈에 꽂아놓고 하늘을 봅니다
--고 정희 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 中에서
비내린다가방을들쳐메고신발끈을단단히동여메고집안을둘러본다베란다고리쇠를잠그고가스벨브를내렸던가다시한번더확인하고전기스위치는껐는지오랫동안돌아오지않을것처럼단속을한다나는까탈스러운사람인가집을나서니살아있음이괜시리다행스러워진다마른수목에생기돌듯잠시맞는비머리와어깨에떨어지니나도덩달아생기가도는듯 하다싫어서도애써바쁘게살지않는삶오랜시간아무도물어오지않는안부걸어본지오래라기억하던전화번호도점점없어진다새가슴같은내속에풍덩빠져버릴듯설쳐대던묘한바람조차잦아든듯하니차라리나조차도다행스럽다정말로허황스러운몸짓일랑털어내고웃으면서오래같이살고싶다고말할사람은비떨어지는강물속으로걸어가버렸던가무릎사이피곤한이마를묻고감은두눈속에서고백을한다남루한생애까맣게타들어간가슴으로선길위모퉁이돌면세상이등돌린꿈아픈사람매만져주지못한상처에헝클어진발걸음돌려세우는회한바람비내리날의비애가쓸쓸한안부를전한다시시껄렁한허풍으로가끔아주가끔씩의안부조차전하지못하는의심많은사람의안녕잠이들면겨우솔직해지려는가허름해진내신발코같은초라함차마헛발내딛을까바람에게만물었다살아가다가끔생각나려나하는사람으로나산다아주먼길걸어가맞이하는사람없어도기다려주는누군가있는듯젖은마음그냥늘그래왔던것처럼외면하고살면될것을언제나처럼시간이야쏜살같이지나가버린세월처럼다시다가와도흘러간강물의끝이가닿는자리에이어지듯그저그러려니뭉개어진마음으로살자문득약속한적없이그대를찾아나선강물에부서지던햇살이눈부신데때늦은그대의눈물을보았고벗은신발두짝움켜쥐고강물로걸어들어가는그대뽀얀맨발뒷꿈치허둥대며따라간다아무런희망도미련도자잘한욕심조차없다던사람세상을살아오면서놓치고싶지않은사람이정녕나였을까만별소식없는듯이리살아도가슴한켠에자리한살아는있느냐고이메일한통이라도보내야할까살아가야할날이더남았다면붙잡고싶은살면서왠지붙잡고싶고세월이흘러흘러그만잊었는가하였는데도문득문득궁금해지는마음이애틋해지는사람잘있는거냐고어디아프지는않은거냐고휴대폰쉰목소리라도던져젖은대답들어볼까연습해본다살아온세월보다덜늙어풋풋한사람처음남자앞에서옷을벗는여자같이부끄러운사람살다가넘어지지않을곳에서넘어져일어선길엔늘혼자였었을터엎드린채숨죽여꺼억꺽울음을삼키는짐승처럼살기도했을게다기나긴겨울한낮이기울때면차창에부서지는여린눈발처럼남루하던유년기의생을부여잡은채차창너머손흔드는듯눈물겨운사람의모습이보이는듯아뜩타겨울이면유난히차갑게시려워지는내손만큼이나내몸안의피는잘돌지않아서인지나는따뜻한사람도못되는가보다그때수만자원고지밤새채워부친편지는구겨진파지만수북히남겨진채아무도받지않았다는데수신인을찾지도못한채아직도어딘가를헤매고다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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