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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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체루(涕淚)variation & recluse

까미l노 2012. 10. 15. 23:23

 

 

누군가 그러더라,

한갓진 숲을 찾아 걸어다니기 좋아하고 낯 선 곳을 헤매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려 하면 자살을 할 확률이 높다고...

그런들 어떠하랴,

어차피 대문 밖은 저승인 것을...

 

어제 안타깝게 죽은 사람이 그토록 궁금해 하던 또 다른 내일이라는 오늘에 

다음이라는 날이 밝아지기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다시 맞이한 날이 너무나 행복치(?) 않아서 모레 쯤엔 그만 죽으면 어떤데?

죽음을 선택하는 것 또한 그 사람의 고뇌의 선택인 것을 누가 탓을 하는가,

그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말하듯 그냥 살기 싫어 대충 삶을 포기하는 그런 것만은 아닐테니 말이다...

 

깊은 밤에 깨어 있었다가 이른 아침의 나는 조금씩 바뀌어져 간다.

스스로도 내가 아닌 듯 하던 낮 시간을 버티어 내면서 수차례 변이 과정을 거치려 버둥거렸다.

 

그랬다...

변덕이 아닌 언제나 처럼의 변화가 맞는 것이다.

삶이란 언제나 나를 속이거나 거짓 아니었던가

 

낯선 곳 낯선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며 있어야 했던 시간이 익숙치가 않아

순간순간 변화를 꿈 꾸며 도망을 궁리했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였던가?

나 아닌 다른 이 누군가와도 약속을 했었을까?

이처럼 된통한 곳에서 숨죽이며 오랫동안 엎드려 있겠노라고 그랬었던지 기억이 없다고 말 하고 싶어진다.

 

삶이 힘들고 살아 내는 행위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지금의 이런 시간과 장소와

나와는 전혀 다른 동 떨어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나에게 그들은 틈을 내어 주지도 않으면서 

용케 그 틈을 잘 비집고 들어와봐라는 식으로 맹목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서이다.

 

내 선택이었고 부딪쳐 보려고 했었던 시도였었고 언제나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서인가

되돌아 보면 유년 시절에도 수 없이 변화를 선택했었고 어김없이 그 환경에서 꼭꼭 숨어버렸던 것 같다.

낯선 곳을 찾아다니기를 즐겨 하고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을 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 어쨌거나 적응은 곧 잘 했던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하게 산다는 세상 사람들

나는 그들이 표현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내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내지 않았고 한 사람과 평생을 살아내지 않았으며 한 곳에 뿌리 내리고 살고 있지도 않으니

어떤 이는 이런 나를 보고 역마살이 끼었노라 그러는데 그건 그야말로 함부로 말하는 억지이다.

지나치게 가정적이었던 나로서는 한곳에 뿌리를 내릴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견고하게 뿌리를 박은 채 살고 싶었으니 말이다...

 

혼자가 되면서 여행을 좋아할 수 밖에 없었고(?)

내 손을 잡아주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며 내가 내민 손 그냥 편하게 잡아도 될 사람은 여태도 아주 멀다. 

나는 미덥지 못한 사람인가...

내가 떠나 오면서 등 보이지 않았으며 나를 떠난 사람들도 내게서 돌아서지 않았는데 나는 혼자이고 그들도 아마 혼자이다.

 

밤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이제는 자야할 시간이라고들 한다.

왜 자야할 시간이 생긴 것일까?

하루 또는 이틀 설친 잠 탓의 다음 날 고통이(?)무척이나 싫은가 보다. 

 

사람들은 나보다 참 잘 하기도 하고 잘 살기도 한다.

먹기 싫은 것 하기 싫은 것 좋고 나쁜 것 참 잘 구분해서 선택을 하는데 난 왜 아직도 잘 못하는지...

 

밤 시간은 참 행복하다.

지금 이렇게 아늑한데 생은 어지간히 슬프다.

가을이고 사람이 곁에 없어서 그런 외로움이 아닌...

창 밖을 보니 나는 참 멀리도 와 있구나...

 

체루...

언제였던가?

중년의 사내는 편하게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

하루만 더 살아내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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