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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홀애비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3

까미l노 2012. 10. 13. 20:35

 

 

옛말에 그랬겠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라고..

 

뜻이야 대충 짐작도 됨직하고 개 같이 번다는 것 까진 이해가 되는데

도대체 정승처럼 쓸려면 어떻게 해야 할런지?

 

하기사 개 같이 벌어봤다고 할 수도 없었고

개 처럼 일을 하거나 살아 본 것 같지는 않기에 함부로 말 할 수는 없겠다.

 

아주 쉽게 돈을 번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지금에사 된통 험한(?)세상에 알몸으로 부딪혀보니

예전의 삶이 참으로 편하고 돈을 번다는 일에도 꽤나 편하게 했었던 것 같아서 정승처럼 쓴다 라는 뜻이 얼핏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십 년도 더 지난 시간이 흘렀는데 그때의 백만 원이라는 돈의 단위가 주는 무게감이

지금보다 훨씬 가벼우니 어떻게 된 것인가?

 

지금의 열배 정도의 수입이 있었던 때 정장을 하고 구두를 신지 않으면 뭔지 모를 불편 불안함 같은 게 있었고

돈이란 늘 무진장 들어오기만 하는 것인줄 알았다...

 

여차저차 해서 주먹 쥔 손아귀속 모래알 처럼 빠져나가던 것들

다시 돈이란 것을 만들어 볼려고 하니 그참 되게 어렵다...

같은 금액의 돈에 대한 가치란 것이 그때보다 더 해졌으니 이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밥풀꽃 같은 홀애비 가계부라는 게

십 원의 수입이 있으면 백 원의 렌즈를 사기도 했다가

삼십 원의 수입이 있으면 삼백 원의 카메라를 사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이너스 수입이 있는 달에도 저축은 한다.

오원의 수입이 있는 달에 칠원의 저축을 한다.

 

그래서 은행에는 적은 액수의 이자를 받으면서도 많은 액수의 대출이자를 지불한다.

어지간한 자동차도 그냥 카드 할부로 구입을 할 정도이다.

 

그래서 재산 한 푼 없고 대출만 있는 상태인데도

규모가 꽤 큰 대형은행에 요상하게나마(?) 최우수고객 대접도 받는다.

어쨌거나 이 행위들은 내 나름의 신용관리 방법이다.

 

평생 현금서비스는 경험하지 않았고 모든 필요경비와 공과금은 자동이체가 필수이다.

카드 연회비 수십만 원을 내는 다이아몬드 카드라는 것은 절대 과소비는 과용을 하는 미친 짓이 아니다.

년중 받는 혜택은 금액적으로 연회비보다 훨씬 더 이익이니 말이다..

또한 반드시 현금서비스 한도만큼은 0으로 한다고 은행에 이야기 한다.

 

카드가 있으면 사용을 하게 되어서 카드를 아예 소지 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더라만

그것이야말로 현대 신용사회를 살아가는데에는 어리석은 방법이다.

 

물론 재산이 아주 많거나 현금을 엄청 많이 가진 사람이라면야...

항상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종합통장 대출을 사용하면서 한편으로는 반드시 저축을 한다.

수입이 없는 달이 있을지언정... 

 

수입...

일을 시작하게 되면 단 하루도 제대로 쉬는 날이 없이 일을 하게 되고

수입만 있을 뿐 지출을 거의 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돈을 쓸 시간조차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래선지 일을 할 떄는 지출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일을 쉴 떄는(수입이 없을 떄)

사치스런(?)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한가지 사치를 누리는 것이 있다.

물론 카메라와 렌즈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건 물건이니까 단발성이고 1~2회성에 그칠 수 있는 것이고

집에 관한한 반드시 괜찮게 마음에 드는 곳에서 잠을 편하게 자려는 주의이다.

 

해서 수입이 적거나 많거나에 구애받지 않고 과도하게 집세가 많이 지출되기도 한다만...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아늑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 힘들게 하루를 버티어낸 스스로에게 미안해져서이다.

거의 녹초가 된 몸으로 집 안을 들어서 스위치를 켜면 훈훈한 공기와 아늑한 이부자리의 침대가 있다는 게 한결 위로가 되기에...

 

어제 퇴근하는 차 안에서 들은 세상의 모든 음악 DJ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중년의 남자가 결혼을 하게 되는 딸아이로 인해 아내가 물어보던 말

사위가 당신 같은 남자라면(딸아이들은 아버지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아버지라는 그 남자는 자기 자신처럼 사는 남편감이라면 그 사위를 반대하겠다고 했다.

자기 자신처럼 비슷한 남편감인 남자라면 딸아이의 남편감으로 반대를 하고 싶다고...

듣고 보니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다 그러할 것 같고 나 역시 그럴 것 같다만...

 

딸아이라는 내게는 없는 대상은 차치하고라도 그렇고 그렇게(?)생을 살아온 내 스스로에게는

잘 살있다 잘 살고 있다 라고 할 수 없겠지만(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을테니)

나로 인해 타인들에게 아픔이나 상처를 준 기억은 없기에 그럭저럭 무난히 살아냈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한 번도 행복이다 아니다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만

지금 나는 행복한 게 아닌가 시플란다.

그냥... 

언제나 그러했지만 육신이 고달프면 마음이 상쾌해지고

하고 싶고 가지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당장 그러할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나는 내 마음대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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