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왜 사느냐고 묻거든#7 본문

측은지심

왜 사느냐고 묻거든#7

까미l노 2012. 5. 15. 18:53

카카오톡을 알리는 애기의 목소리...

왜 사는 지 낙도 음꼬 재미도 음따며 지인이 톡을 날렸다.

 

가진 재산이 없으니 돈 쓰는 재미도 없고 시작을 하지 않은 일로 인해 장사하며 돈 버는 즐거움도 없지 않느냐 그랬다만... 

 

유일하게 남긴(?) 내 취미이고 행복을 느끼는 길 위에 서는 행위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평생 할 것 같았던 루어며 모든 낚시장비 일습을 없앤 후 오로지 등정 위주 시 필요하던 대형 배낭마저 포기했었다.

 

80리터 정도 되던 대형 배낭에 꽉꽉 눌러 채워 다녔던 장비로 인해 꽤 오랜 시간동안 혹사시키며 써먹었던 무릎도 이제는 조심해야 할 시기인 듯 하고

이제는 등산이 아닌 입산위주의 산행이며 세로금이 아닌 가로금의 산 속의 숲길을 찾아 다니다 보니 대형 배낭이 별무 소용이 된다.

 

길 위에 서 있으면 아무런 생각이 없다...

 

 

 

 

비가 그쳤다.

아침의 민중각을 나섰다가 어디로 가 볼까 간밤에 게획한 곳이 없는지라 망설이다 김밥 한 줄을 챙겨서 대평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탔다.

 

대평마을 종점에서 내려 그나마 숲길이 있는 박수기정을 오르기로 작정한 셈이다.

오르막에선 땀은 흘러도 언제나 기분은 업이 된다.

 

오랜 경험으로 이제는 오르막은 있어도 내리막은 없거나 덜했으면 하는 바램이 무릎 보호 때문에 생긴다.

 

박수기정 오르는 길도 그렇지만 9코스전역에는 목장이 많아 길바닥에 지천으로 소통이깔려서 걸을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똥 정도야 밟은들 대수랴만 지푸라기 곱게 갈아서 진흙을 섞어 버무려 놓은 듯 했던 그 소똥들이

오늘은 특히나 무른 똥을 올레 길 따라 마치 지뢰밭이라도 되는 양 소들이 갈겨 놓은지라 잘못 밟았다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찍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 그쳐 햇살 비추이는 숲에 이슬조차 말라버렸고  이파리 위도 아닌 마른 바위 위를 어쩌자고 말간 피부를 한 어린 녀석이 겁도 없이 싸돌아 댕기느냐?

마치 어린아이의 연약한 피부가 따가운 햇살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처럼 안습이다...^^

 

그냥 봐도 말간 피부가 건조해져서 바싹 말라 들어가는 것 같다...

등 껍질조차 아직 덜 여물어져 투명하게 속이 비춰지는 것 같은데...

 

숲속으로 보낼까 하다가 아서라~

자연에 있는 모든 것들은 그 모습 그대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순리에 따르는 듯 해서 그냥 지나간다만 단디하고 오래 살거라이~

 

 

가만...

이녀석은 잎을 보면 돈나무 같기도 한데 돈나무의 꽃은 본 적이 없어서 확실치가 않네...

 

 

박수기정에 올라서면 우선 쉬원한 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와줘서 좋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먼바다 색깔도 아름답고 바닥의 풀섶 흙길도 참 마음에 드는 곳이다.

 

이곳에 원숭이 같은 쪽발이 일본놈들이 전쟁 마지막 발악을 했던 동굴진지가 있어서 화도 나지만...

 

 

멀리서 보면 엉겅퀴는 보라색 꽃이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깔인데 가까이 다가가면 이파리부터 사납게 가시형태를 하고 있어서 내키지 않아 한다.

아마도 꽃 중에서 사람들이 눈여겨 보지 않을 종류의 하나이지 싶다.

 

올렉ㄹ 곳곳에 지금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다.

 

 

멀리 형제섬이 보인다.

오늘 날씨는 맑은 편이었는데 바다에 해무가 끼어서 맑게 보이지는 않고

이 길은 왼종일 걸을 수 있게 길고도 멀리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는 길이다...

 

자구내 포구의 노을을 보러 가려던 계획을 오늘도 포기해야겠다.

 

 

예는 미나리 아재비인가?

꽃이름이며 나무 이름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식불의 이름이야 그다지 중요한 거은 아닐 터,

하지만 식생에 대한 다른 정보보다 오로지 이름에 집착하게 만든 식물학자들(?) 참 나뿌다...^^

 

이름도 바다 근처에 있거나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었거나 맛 이 없거나  좀 못생기거나 하는 것들은 죄다 앞에 '개'자를 붙이고

그러면서도 아직 생태 식물학 같은 것에서조차 일본식 표기를 한국식으로 바꾸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얘가 까마귀쪽인가?

처음엔 제주도 하고도 올레길에 어인 돌배인가 했었는데 빨간 색을 한 놈이 있어서 돌배는 아닌 것이 맞고...

 

 

 

 

야야야~

니들 왜 사람을 그렇게 말똥말똥 쳐다보는 거이냐?

 

뭐, 노려보는 것 까진 아닌 것 같아서 잠시 마주 보다가 걸음을 재촉하긴 했지만서도

한낮 뙤약볕 아래 하릴 없이 니들 식사하는 밥상 언저리를 밟고 다닌다고 같잖아서 보는 것인지...

 

그래,

나는 니들 구경하고 니들은 나를 구경하고 그러는 거지 뭐...

 

 

얘!

니 이름이 모니?

 

도감 찾다가 포기했다만...

혹시 화이트 용머리 머시기 그거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곳곳엔 덩치가 상당한 흑소들이 많았는데 얘 우리나라 특산종이 아닌 것 같은데 맞는건가?

한우들은 뿔도 하늘로 솟아 나는 게 보통인데 얘는 뿔이 정면으로 향한 게 꼭 투우를 닮았는걸...

 

그렇게 보여서인지 몰라도 눈빛도 사나워 보이고 덩치도 뒤에 있는 누렁이 보다 훨씬 더 우람해...

 

 

안덕계곡 절벽에 도착해서는 공사중이던 첫 번째 철계단으로 부득부득 내려가 봤다.

혹시나 안덕계곡을 타고 캐녀닝이라도 할 수 잇을까 해서...

 

아직 공사가 덜된 채 방치된 첫 째 계단을 다 내려섰더니 계곡 건너로 가는 다리가 놓여있고 건너편에는 감귤밭과

외딴 집으로 길이 이어져 있었고 두 번째 계단을 가봤더니 공사는 다 끝났었는데 그냥 계곡으로 내려서는 게단이었을 뿐 달리 특이한 길이나

계곡을 끼고 걸을 수 있는 방법도 없어서 도로 되돌아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커다란 잉어들이 물 속을 유영하는 걸 봐서는 계곡을 끼고 상류와 하류로 잉어들이 오르내릴 거라는 짐작만 한다.

 

 

마삭줄 잎이 가을이 아닌데도 색깔 참 곱다.

잎면이 왁스층인데도 어떻게 지금 시기에 저런색깔로 변하는 지 마치 감나무 잎이나 사람주 나무 잎과 표면이 비슷하다.

 

 

 

옷장 서랍 속 가지런히 개켜진 애인의 빨간색 속옷

 

여자들의 속옷은 왜 그리 화려하거나 예쁘거나 심지어는 아름답다고 느껴질까?

왜 속옷은 또 고로코롬 비싼지?

 

9코스 마지막 부분 무슨 공장같은 철조망 담벼락에 줄장미가 지천이었다.

언제 맡아도 향기로운 장미향이 그나마 공사한다고 파헤쳐진 신작로 길을 걷는 올레꾼의 먼지로 막힐 코를 벌름거리게 해준다...    

 

여자들의 화려 값 비싼 속옷을 오늘만큼은 좋게 보자...

 

 

지난 4월에 지나가면서 화순 금모래 해변에 돌로 만들어 두고 지나갔던 화살표가 아직도 그대로인 채 바람에 날린 모래아래 살짝 뭍혀 있다...

이 길을 지나던 올레꾼들은 이 돌화살표가 올레꾼의 해찰 짓인줄은 알고들 지나갔을까?

 

 

화순 바당올레위 산언덕길을 올랐다가 돌아 내려서는 곳에 있었던 밀밭이 주금씩 누래져 가더라~

그러면서 바닷바람에 미친* 머릿결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지나가던 연인올레꾼에게  절벽으로 오라고 손짓햇더니 뭐 신기한 곳이라도 잇는가 해서 쉽게 유혹에 빠져 건너오는데

둘이 사이좋게 손 잡아주면서 건너오길래 찍고서는 몰래카메라 당했다고 했더니 오히려 고맙다고 씨익 웃는다...

 

삼각대를 설치하려고 애를 써다가 아가씨가 아저씨에게 부탁하자고 그러길래 두사람 다정한 모습 사진 몇장 찍어줬다...

싸우지 말고 오늘 이 위험한 절벽길 건너올 때 처럼 둘이 서로 손 잡아주던 기억 생각하며 오래 오래 사랑하거라~

 

 

 

 

셀프카메라가 머 따로 있더냐?

 

여기 한여름 해수욕객들 복작거릴 때 조용히 몇이 와서 자리 선점하고 야영하면 꽤 괜찮을 것 같은 곳이다.

모래사장 폭이나 길이가 적당하고 깨끗한 편인데 텐트를 쳐도 괜찮을 것 같다...

 

 

나를 찍어줄 사람 아무도 없으메 나라도 찍어줘야지 뭐...

언제나처럼 내 모델은 내 등의 영혼이고...

 

 

 

성산일출봉에서 2코스로 향하는 바닷가에처럼 이곳에도 괜한(?) 치기어린 목책길을 만들어뒀다.

재미 삼아 저 사이로 걸어가라는 것인지...

 

 

분홍 나팔꽃처럼 생긴 이것은 갯메가 맞는지...

꽃이 작지도 않고 못생기지도 않았는데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모래밭에 바짝 엎드려 자라는 것을 보니

꽃다운 아름다움을 뽐낼 처지가 안 되는 사연이 있나 보다...

 

 

내 소울메이트 녀석이 바다 절벽에 올라섰다...

뒤에 파란 하늘에 구름이 모였다 일시에 새털처럼 흩어진다...

 

 

언제나의 버릇처럼 걸어온 길의 뒤를 돌아본다.

내가 걸어 왔던 길의 뒷모습은 걸어가려는 길 앞의 모습보다 언제나 아름다웠던 건 무엇 때문일까?.

 

 

보랏빛 깃털을 가진 예쁜 새가 내가 있는 바로 앞 절벽 끄트머리에 포르르 날아와 앉았다.

망원렌즈도 없고 낭떠러지라서 다 이상은 앞으로 다가갈 수도 없는데 어쩌자고 너는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느뇨?

 

 

엉금엉금 기어서 기어이 한발 더 다가 가려했더니 새초롬히 돌아서더니 뒤태 한 번살짝 보여주고는 이내 훌쩍 날아가 버렸다...

나쁜 녀석 가트니라고...

차라리 오지나 말지..

가까이 오라고 유혹이나 하지 말등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라~

이녀석 왼쪽 엉덩이에 종기가 있는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려고 하는 걸 순간적인 순발력으로...

 

길 끝났다.

이만하면 오늘 마이 걸었다...

발바닥 뻐근한 게 낼 새벽에 고생 꽤나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