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가을 한복판에 와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은 곡식과 과일들에게 축복이겠지요.
여러분들은 결실의 계절에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익숙해진 일상과 시야 속에서 잊고지낸 그 무언가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옛친구의 이름이라던가, 옛일기장이라던가, 아득한 기억들 말입니다.
고마리라는 식물은 제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플라워레터를 준비하면서 1주일은 어떤 꽃이야기를 전할까 고민합니다.
구절초, 코스모스, 두메부추, 배초향, 쑥부쟁이, 과남풀...
향 좋고 개성있는 꽃들에게 유혹당하고 있을 때
문득 집에 가는 길 개울가에 연분홍으로 핀 고마리를 보고서는
고마리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어릴적 집앞 빨래터 아래에는 고마리가 지천으로 널려있었죠.
한여름 그 풀 헤치며 버들치며 미꾸라지며 잡았던 기억도 있지요.
그 풀 뜯어다 돼지를 주면 잘 먹곤했지요. 그래서 돼지풀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서늘한 바람 불어 아이들 떠난 냇가에 어느새 하양, 분홍 꽃들이
안개처럼 드리우던 아득한 기억이 오늘 문득 떠오릅니다.
아무도 눈여겨주지 앉는 낮은 곳에서도 자기의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하늘만큼 멋드러진 꽃을 피우고,
가진 것 적어도 마음을 나눌줄 알며,
함께 더불어 사는 멋과 맛을 아는 당신은 고마리를 닮았네요.
당신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봅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도 추억으로 일어나 같이 따라옵니다.
그 시간의 힘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줘서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