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떠나는날까지쓰는편지 본문
차를달리면서듣고싶은음악을선택해본게언제쯤이었지차를바꾸는바람에수동기어에다웅웅거리듯다소시끄러운서브인데사실나는지면으로부터올라오는바퀴의구동이격하게몸에느껴지는것을좋아해서세단식승용보다는찦차종류를선호하는편이다해서조용한음악을들을땐아쉽기는하지만뭐최고급리무진에서고전음악에심취할것아닌다음에야흔하디흔해진씨디플레이어도없는구식이고테이프장착식차량이라간만에고속도로휴게소에서테이프네개를샀다예나지금이나지들마음대로곡을끼워넣어서파는것들만있어서내가원하는음악들만들은테이프나씨디를선탁할수없는것이나우라지게비싼자동차를살때도지들욕심대로끼워파는옵션대로선택해야하는지랄같은나라에사는게화난다어쨌거나저쨌거나테이프를삽입하고볼륨을한껏올린채차의속도를높였더니지면을타고느껴지는바퀴의진동과오랜만에듣게되는귀에익숙한노래소리가마음을편하게(?)해준다오래전겨울이렇게신나게달리다가빙판길을만나구르기도했었지만차에있을때시간이맞으면꼭듣는KBSFM세상의모든음악누군지퍼뜩생각은안나지만진행자의목소리가듣기에편하고초대한손님이랍시고어중이떠중이들불러들여쓸데없는지들만의신변잡기식말들을늘어놓지않아서좋아한다선택해주는음악또한흡족한 편이고세상의모든음악운전을하다가마음에닿여지는음악을듣게되면곧죽더라도외롭거나쓸쓸하지않을것같은느낌이드는건왜일까세상의모든길위에마치프랑스생장에서피레네산맥을넘어스페인땅론세스바에스를향할때의산중턱목초지에있었던어느이름모를외국여행자의십자가묘지옆에벌렁드러누워새파란하늘을볼때의그런평화처럼뒤집혀진차속에서거꾸로된하늘을숨은듯몰려다니는떼어둠속에서도찾아지는맑은그사람저만치앞서간다손을뻗어잡아보려하지만내두팔허우적거리기만할뿐도무지그와의간격을좁힐수가없다그가하얀날개옷을입었던가그의피부가창백한푸르스름이었던가늙어서찾아온아토피라니글을쓰면서무의식중에박박긁었더니주루룩선홍색피가흐른다두종아리에온통상처투성이구나조금은더통통해진여전히싱싱한그녀의몸뚱이를마구유린했다도발하듯부풀어단단해진그녀의젖꼭지는나를향해마치눈을흘기는듯하고잘익은산딸기보다더달콤하다언제나그녀는내입김이스치기만하여도온몸을부르르떤다가쁜숨결을토하며발버둥치는그녀의두팔과다리를움직이지못하게누른채탱탱해진그녀의엉덩이와허벅지에입맞춤을한다손톱을곧추세워내등을할퀴는그녀의고통과희열에찬표정은참으로아름답다설레임조차없어져버려서일까요즘엔전혀없었던건망증이조금씩생겨지는것같다한동안집을떠나있어야했기에냉장고의식료품들을정리하고마지막남았던계란여섯개를삷고새로사다둔식빵한봉지까지챙기고보름예정인일정만큼가방을꾸려길을떠났었다가나흘째되던날삶은계란과식빵한봉지가생각났다현관을나서면서목높은신발을신어야겠기에가방이며계란과식빵이들었던봉지를내려놓고신발끈을동여맨후집을나섰었는데가방만매고식빵과계란봉지는그냥두고왔던것이그제서야생각난것이다미련하게다시차를몰아새벽길을나서집에도착하여옷을바꿔입고그떄까지현관에고이모셔진봉지를챙기고집안을한번더둘러본후다시예정된일정을소화할곳에도착했는데아뿔싸계란과식빵봉지를집안에서는들고나왔는냄새가날까봐데문밖에다둔것을깜빡잊고그냥온것이다계란삶은게썩어갈까싶어부랴부랴처리하려온걸음이었거늘새벽에도착하여얼른계란봉지를문밖에내어다놓고씻고출발하면서그냥와버린것이었다근보름여만에집에도착했더니아무도그봉지를건드리지않았었고별다른냄새도나지않은채집앞문옆에고이모셔져있었다그래서나는다시길을나선다내가있었거나없거나내주변은아무런변화도없기에애써짐짓모른척할수밖에없었던나는속으로울고있었다불안해하면서도언젠가는나를찾아오리라는것을알고는있었다외로움을핑계로아픔을구실로찾아올수있도록언제나나는마음의문을열어둔채너를기다리마이제는울지말아라나를위해서도니서러움을달래려고도울지말아라옆자리의에쁜외국여자를훔쳐보다내려야할곳을지나쳐그녀가내리는곳에서무십코따라내렸다모퉁이아파트사이로사라진그녀의뒷모습을바라보다배낭을버스에두고내린것을기억한다죽기보다싫은택시를잡아타고버스를추적한날어느나라인가내흔적을더듬어산에오르면서울었을사람한사코밀어내면서찾아와서보이는눈물은내가슴을먹먹하게한다오늘도나는스스로를달래기만하였다말하고싶은대로내뱉고싶은대로다해버리고다시는보지않을까싶은울화같은게꿈틀거리는걸참는다어떻게대화는늘그런식으로흐르게되는지도무지내진심은읽을시도조차하지않는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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