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길 위에서 길을 묻지 않는다 본문
인생은 예기치 못한 것들의 연속이리라
꿈은 어릴 적 순수에서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적인 것으로 바뀌게 되고
죽을 때 까지도 품어야 한다는 그 꿈과 희망들은 어느새 크고 작음 높고 낮음 가벼움과 무거움의 무게들로 인해
절실하게 품고 살던 가슴에서
꼭 쥐고 놓치지 않으려 하던 손아귀에서
한사코 내려놓지 않으려 언제나 지고 살았던 등짝에서
이제는 그 크고 작음
높고 낮음
무겁고 가벼움의 지랄같은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합리화 하면서 슬그머니들 내려 놓는다.
사람을 가장 아끼는 보물이라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사람들
새해 1월1일이면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드는 해가 떠오르는 곳
가장 아끼는 보물이 영원토록 헌 것으로 변하지 않은 채 처음 그대로의 보물로 있어주면 얼마나 다행일까
1월2일엔 어제보다 더 선명한 해가 떠올라도 그곳엔 이미 사람들이 다 떠나고 없다...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사람
지금 몹시 우울하다는 사람
설악산이 그립다는 사람
산티아고를 걷고 싶다는 사람
애시당초 가슴에만 지닌 채 그 그립고 우울하고 간절한 것 자체만을 즐기고(?) 있지는 않는지...
인생의 갈래길 앞에 서서 스스로 선택한 길이 운명적이든 숙명적이든 어차피 때 되면
잘못 든 길이거나 더 걷기 나은 길로 선택해서 갈 수도 있는 것일진데 무어 그리 아둥바둥 하랴...
살면서 간절히 소망하는 것들 몇가지
그게 사서 갖고 싶은 물건이거나 어디로 가는 여행이거나 무엇인가 되고 싶은 직업이라고 한다면
전자의 두가지 중 물건이나 여행지는 무언가 한 두가지 포기를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것들이고
후자의 직업은 오직 스스로의 능력으로만 가능한 것이기에 무언가든 포기를 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다.
능력(?)이란 것을 억수로 운 좋아서 태어나면서 아예 물려받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만
대신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사람들은 물려받은 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뭔가가 있다는 것은 안다.
지켜야 할 것들이거나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홀가분한 일인가
그렇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무엇에든 책임으로 얽메어 살지 않는다고 누군들 욕을 할 수 있으랴,
자고 일어나 간밤에도 예상치 않았던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고
세상에서 내것이라고 이름 지어진 그 무엇도 다 버리거나 없어져도 크게 마음 아프거나 허전할 것 없다.
잠시라도 단 한 번이라도 절절한 사랑을 해봤었다면 그 사랑이라는 게 지금에 헛헛한 것이 되었을지라도
가지고 싶었던 것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고
죽기 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앞에 놓여진 모든 현실을 포기하고서라도 갈 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래?
사람들은 돌아올 곳이 있어서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궁금할 게 뭐 있을까?
세상에 영원한 내 주소가 없어지고 휴대폰 전원이 꺼지면 금새 나를 잊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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