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햇빛을 가리지 말고 조금만 비켜주시오 본문
Diogens(디오게네스)
알렉산더 대왕은 인도 정벌을 가는 도중에 디오게네스를 방문하였다.
한 겨울의 아침나절이었고 바람이 찼다.
디오게네스는 강둑의 모래위에 비스듬이 누어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영혼은 세속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아름다움을 발산 했다.
세속적으로 볼 때에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또 특이한 만남이었다.
그것은 가장 많이 가진 자와 가장 적게 가진 자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가장 많이 가진 자 알렉산더는 가장 적게 가진 자 디오게네스를 만나자 마자
자기에게는 없는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그의 모습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경외스런 어투로 말을 건넸다.
‘선생...’
알렉산더는 난생 처음으로 ‘선생’이란 말을 쓴 것이었다.
‘선생, 난 당신한테 단번에 감동하였소이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 뭔가 해드려야 하겠소이다. 뭘 해드리면 좋겠소?’
알렉산더의 위의 표현은 겉으로는 한껏 겸손하였으나 내면에는 우월감과 자만심이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그래! 너는 좀 특이한 인간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너는 어쨌든 거지이고
나는 대제국의 왕 아닌가!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 줄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그는 디오게네스에게 뭘 해주면 좋겠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디오게네스의 대답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아, 조금만 옆으로 비켜 서주셨으면 합니다. 햇빛을 가리고 계시니... 그뿐입니다.’
알렉산더는 놀랬다.
지금 자기는 디오게네스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디오게네스의 말이 이어진다.
‘대왕께서는 지금 어디로 가시지오?
여러 달 동안 군대가 이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왕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무슨 일로 가십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세계를 정복하러 인도로 가는 길이요’
디오게네스가 묻기를 ‘그런 다음에 뭘 하시렵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그야 편히 쉬어야지요’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음과 말했다.
‘대왕께서는 참 어리석소이다.
나를 좀 보시오. 난 이미 쉬고 있습니다.
난 세계를 정복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필요성도 못 느끼지만 지금 아주 편히 쉬고 있소이다.
대왕께서 정말 편히 쉬고 싶다면 지금 당장 왜 그리 못하십니까?
편히 쉬기 전에 먼저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고 누가 그럽디까?
대왕께 말해두지만 지금 당장 편히 쉬지 못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요’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그 충고를 마음 깊이 간직해 두겠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디오게네스와 헤어져 돌아오며 알렉산더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 만일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디오게네스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은 이 말 또한 자신의 열등감을 벗어나고 싶은 가진 자의
자존심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만일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의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답변했을까?
나는 다음과 같이 예측해 본다.
‘나는 당신이 부럽지 않소. 나 스스로 디오게네스인 것에 만족하오’
알렉산더는 인도원정에서 죽었다.
길에서 죽은 것이다. 그는 이승에서는 쉬지 못하였으나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쉼을 얻기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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