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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오름

까미l노 2011. 5. 25. 23:30

부관광도로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방향으로 난 도로(1112번 도로)로 들어가다 보면 높다란 삼나무길이 있는 건영목장 진입로가 나온다.
삼나무가 끝나는 시야에 왼쪽으로 높은오름이 우뚝있고, 오른편에는 아부오름이 납작하게 길게 가로누워 있다.
이 형상은 일정방향에서만 나타나는게 아니라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똑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게 함지박이라도 엎어놓은 듯 하다.
산 자체의 높이는 기스락에서 최고점까지 약 50m, 낮은 데는 10m 정도에 불과하다.
느슨한 뒷동산 언덕비탈을 오르는 듯 10분 남짓 이것도 오름이냐 싶게 시시해 하며 오르다 등성마루에 올라서는 순간 경이의 탄성으로 일변한다.

시시하던 외관과는 다르게 너무나 웅장한 대형 분화구가 숨겨져 있다.숨겨져 있다기 보다 오름 전체가 분화구로 이루어졌다는 표현이 알맞다.
한 오름이 밑동 둘레만 남겨놓고 통째로 뽑혀 나가 버린 것 같다.
설화에 산방산은 한라산 정상이 뽑혀 나가서 생긴 오름이라고 하던데 이 분화구에서 뽑혀나간 덩어리는 어디쯤에 또 하나의 오름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인지....
이것은 오름 밑에서 보았던 엎어놓은 함지박이 아니라 바로 놓은 함지박이다.
지도에 산정 화구의 표시가 되어 있긴 하지만 이렇게 크고 바닥 또한 운동장 만큼인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었다.

안팎으로 잔디를 입혀좋은 고대 로마의 원형투기장을 방불케 한다. 바깥둘레 약 1,400m, 바닥둘레도 500m나 된다.
바닥에는 낮은 돌담에 겹쳐 삼나무 울타리가 빙 둘러져 있어 한결 두드러져 보인다.
복판 한녘에도 수십그루의 삼나무가 우거져 햇볕을 가려주는 휴식처같은 구역을 이루고 있다.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1999년 이정재 주연의 "이재수의 난"영화가 촬영되었던 곳 이기도 하다. 촬영이 끝나고 몇 년동안은 영화세트가 남아 있었는데, 정말 아늑해 보이기도 하고 반란군들의 본거지로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드는곳이다.
이곳 <아부오름>은 최소한의 투자로 대박을 얻을 수 있는 비유가 맞을까? 거의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고, 시간도 절약되지만, 다른 큰 오름에나 올라야 느낄 수 있는 멋진 경치, 그리고 이색적이고 웅장하기까지한 대형 분화구 여행을 오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곳이다.

화구의 깊이가 78m나 되어 상당한 깊이인데도 그만한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닥이 워낙 넓은 데다 풀밭으로 덮였기 때문이다.희한한 것은 (지도로 계산해 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산 자체의 높이(50m)보다 화구의 깊이(78m)가 더 크다는 사실이다. 즉, 산이 깔려있는 지면보다 28m나 더 깊이 패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원형경기장으로 치면 관람석은 지상에 마련되어 있고 경기장은 땅밑으로 28m 파 들어가서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만 큼 산체는 납작하게 낮고, 화구는 함몰한 듯 푹 꺼져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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