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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 동녘 해변에 우뚝한 사라봉은 섬의 수문장이자 제주시의 상징적 존재이다. 아득한 옛날 이 품자락에서 마을을 이루어 한때는 탐라국의 고도, 오늘날 30만 도시로 성장해 온 제주시의 역사가 올올이 새겨진 오름이다. 긴 뱃길의 손을 맨 먼저 반겨 주는 것도, 떠나는 이와 마지막 아쉬움을 나누는것도 이 오름이다. 시내 한녘에 위치한 오름 전체가 공원화된 사라봉공원은 총면적 73,000평, 체육공원을 겸해 시민의 체력단련을 위한 각종 야외시설이 마련돼 있고 알맞게 우거진 솔숲이 삼림욕에 한몫을 해준다. 산책코스로도 그만이어서 젊은 아베크가 있는가 하면 고독한 산책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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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가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항구는 약진 제주의 표상인 듯 생동감에 넘쳐 있다. 남으로는 수많은 오름위에 군림하는 한라산의 웅자, 북으로는 일망무제의 망망대해,이곳에서의 조망은 호연 그것이다.
산위에 '망양정(望洋亭)' 이라는 이름의 팔각정이 서 있고 옆의 봉곳한 곳에 삼각점이 박혀 있다. 이 지점의 사라봉 최고점(148.2m)인 것이다. 이 귀중한 삼각점 푯돌이 두쪽으로 깨어진 채 볼품없는 몰골이다.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색이 시급공원에 당국의 무관심이 드러난 채 방치돼 있다. 중산간 오름의 경우 재설지가 필요란 삼각점 푯돌은 벌써 새것으로 대체되어 있다. 삼각점에 접할 기회가 없는 시민들을 위하여 삼각점에 대한 간락한 설명판을 세워줬으면 교육자료로서도 한몫 하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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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때 봉수대가 있어서 동쪽으로 원당봉수, 서쪽으로 고원봉수에 응했는데 망양정 북쪽 엣터에 높이 4m, 제주도성에 가장 가까운 봉수대로 비교적 원형에 가까우며 제주도기념물 23호로 보호되고 있다. 봉수대 북쪽 비탈 순화도로변에는 사라사(紗羅寺)가 시원스레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잡아 있고 경내에 산허리에서 솟아 나오는 맑은샘이 있다.꽤 수량이 많으며 콘크리트로 칸을 가르고 지붕까지 갖추어 정결하게 보호되고 있다. 풀숲을 헤치며 이 샘을 찾아 마시던 어릴적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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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사 북쪽벼랑위에 있는 산지(山地)등대는 언제 와 보아도 산뜻한 단장, 동화 속이 섬나라 하얀 성처럼 아름답다. 제주항로 관리소로 개칭된 산지등대는 1916년 무인등대로 설치되어 이듬해부터 등대수가 상주, 8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밤바다의 뱃길을 이끌어 주고 있다. 제주 최초의 등대는 이보다 10년 앞선 1906년 무인등대로 시작한 우도등대로 여기엔 59년부터 등대수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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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 동쪽에 알오름을 끼고 별도봉과 능선이 이어져 있어 한 덩어리의 기생화산으로 알기가 쉬우나, 각각 분출시기가 다른 별개의 화산이다. 이는 지질구조ㆍ암질분석 등 지구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즉 최초의 분출로 알오름이 생기고 다음 분출로 별도봉, 마지막 분풀로 사라봉이 형성된 것이다. 굼부리는 서쪽사면에 북서향으로 야트막이 벌어졌고, 그 기슭을 포장된 순환도로가 등대쪽으로 올라가 있다.
석양비친 잔디 등성이가 마치 황색 비단을 덮은 듯 하다 하여 사라봉(紗羅峰)이라 부른다고 하나 이는 한자명에 대한 풀이일 따름이지 본디의 이름은 사라오름이다. 백록담 북동쪽에도 동명의 오름이 있다. '사라'의 풀이에 대하여는 동쪽ㆍ동쪽땅이라는 뜻의 엣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가 있고,이은상의 기행문에는 신역(神域)으로 생각했던 사상으로 볼 때 상통함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참고: 오름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