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흔들릴 때마다 장미꽃에 취하다 본문
오래 전 부평에 살면서 논현동으로 출퇴근을 했었다.
차를 가지고 출근하지 않던 날엔 전철로 퇴근을 하는데 부평역에서 내리면
롯데마트가 역사에 함께 있어서 항상 장을 봐서 집으로 가게 되는데 하필 장 보따리 한가득 들었을 때면
어김없이 꽃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더라는 것이었다.
사내 혼자 사는 집에 누가 오기라도 하랴만 혹시라도 쿵쿰한 뭇내라도 날까봐
자주 꽃을 사들고 들어갔었던 기억이 나는데
벽을 빙 둘러 꽃묶음을 거꾸로 메달아서 말리곤 했었다.
아주 오랫만에 오늘 꽃집엘 들렀다.
사는 것이 내 의도였든 타의에 의해서였든 흔들려서이기도 하지만
좌지우간 꽃이 있는 집안은 두루 좋기만 해서...
"계세요?"
... ...
아무도 없는 건 아닐까...
"계십니까? 아무도 없어요?"
... ...
간만에 큰 맘 먹고 꽃이나 한송이 사볼까 하고서 동네 꽃집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조그만 화원엘 들렀는데...
"아무도 없어요?"
다시 한번 큰소리로 불렀더니 그제서야 뚱해(?)보이는 얼굴로 아주머니가 방에서 나온다.
"장미꽃 좀 주시겠어요?"
... ...
역시 묵묵부답이다...
손님이 오는 것이 싫은걸까?
꽃을 만지는 사람이라고 다 아름다운 여성이어야 하고 미인이고
조심스워야할 것 까지야 없겠지만 그래도 꽃인데 아무런 세심함도 없이
장미꽃 대궁을 쑥쑥 뽑더니 무지막지한 가위로 싹둑싹둑 모가지를 잘라버린다.
꽃인데 그렇게 마구 다루니까 험악해 보인다는 말을 게면쩍게 건넸더니 그래도 아무런 대꾸조차 없다...
이런...망할...
돈 계산은 넙죽 잘 받는다...
그참...안녕히 가시라는 말도...또 오시라는 인사도 없다...
그렇게 장미를 한다발 사고...
향이 아주 짙었던 새빨간 그 장미는 흔들리는 내 하루와 함께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나보다...
오늘은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꽃집을 찾아냈다.
꽃이 싸서 좋다고 하면 꽃한테 미안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 더 많이 샀다...
새빨간 장미는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 같아서 쳐다보면 더 야릇하다... 지랄가튼 소리가 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