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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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사랑

까미l노 2007. 11. 23. 20:05


 

 

사 랑

 

월정사 부처님처럼

 

마음을 비우고 잠드는 밤에

 

마음 저켠 벌판에서 비가 내렸습니다

 

여리게 혹은 강하게 비가 내렸습니다

 

눈물보다 투명한 그 빗방울들은

 

삽시간에 하늘의 절반을 적시고

 

오대산 구상나무 숲을 적시고

 

우수수 우수수수

 

부처님 발목 밑에 내려와

 

잠들지 못하는 새벽 풀잎 옆에

 

오랑캐꽃으로 피었습니다

 

은방울꽃으로 피었습니다

 

초롱꽃으로 피었습니다

 

바늘꽃, 두루미꽃으로 피었습니다

 

사랑꽃, 이슬꽃으로 피었습니다

 

아......

 

신록으로 꽉찬 오월 언덕에서

 

햇빛 묻은 미루나무 몇그루

 

아름다운 이별처럼 손 흔들고 있었습니다

 

 

(고 정희의 詩集 '아름다운 사람 하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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