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여자의 입술 본문
여자의 입술이란 게 그거
좀처럼 욕심만큼 쉬 그려지지 않는다.
연필로 슥슥 만화의 주인공이든 사진속의 인물이든
대충 좀 그려지기도 하더라만 당췌 그넘의 여자들 입술은 모양이 안 살아나...
증명사진 속의 내 얼굴을 연필그림으로 그럴싸하게 그려본 적이 있었는데
머스마 입술은 투박해서인지 대충은 그려지더만...
"여자를 그렇게도 몰라요?"
그 단도직입적인 말투에
미쳐 대꾸할 대답도 찾지못한 채 버벅거렸던 기억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여자의 속(?)으로 제대로 들어 가보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들어갔었다고 믿었건만 겉으로만 맴돌았던 것인지...
어떤 이가 그러더라만
여자와 여행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아무래도 여행을 택하지 시푸다...
둘이 함께 갈 수 있다면야 당연 둘 다를 택하겠지만...
이러저러한 변명으로
꽤나 오랫동안 떠나지 못하고 있어서
늦은 밤 여행책지를 뒤적여본다.
마음은 벌써 달콤쌉쌀해지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곧 또 봇짐을 꾸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아무에게나 더듬거려 길을 묻고
낯 선 곳에서 불안한 잠을 청 하고
날 저무는 기차역에서 배고픔도 달래며
구겨진 지도책을 연신 펴 보면서 말이지...
섬진강 배꽃조차 다 저버렸으니
곧 밤꽃 냄새만 진동할 터 인데
지금 가출을 해봐야 뭐하겠나...
조만간 장마가 닥치면 7번 국도나 거슬러 올라가보자...
은어처럼 바다를 거슬러 오르다가 속초에 당도해서 숭어로 변신해
한갓 체념한 화랑이 되어 불영사 계곡이나 영지 못가를 떠도는...
그딴 꿈을 꾸다 마지막까지 나를 체념하면
누군가 지느러미를 끌고와 내 머리칼을 건드려주겠지...
차 지붕위를 무지막지하게 내리 퍼 붓는
여름날 하오의 장마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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