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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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달빛에 베어진 편지

까미l노 2007. 11. 22. 00:40

몽환처럼 피어 오르던 안개 알갱이

새벽의 소란스러운 놀라운 빛들

내가 잠자리에 들지 못해 딱히 꼬집던 이유들

새벽이 오고 다시금 깨어남의 설레임이오

 

 

돌아보지 않기 위하여

지금의 이 나이를 사랑하고자 함인데

잡다한 상념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듯

 

깊은 밤에도 쉬 잠들지 못하는 또 다른 변명들

서글프고 초라해서

아주 사소한 남루일 지언정

한번 다녀간 생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음에

내 유년 시절부터의 혼자를 이제 다시금 껴안아 보고있소

 

달빛 참으로 교교하고 빛은 누워있는 내 몸에도

펼쳐 둔 내 앞의 백지에도 형광 빛으로 눈이 부시오

푸르스름한 색으로

마치 칼로 베듯 수십가닥 가로줄로 금을 그어대는

커텐의 그림자가 주는 고운 빛살 무늬입니다

 

세속의 일로

아름다움 하나 만들지 못하고

이다지도 허둥대는 지금의 유랑성

 

무릇 사람의 관계라는게

서로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들면

그만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데

그리해서 영원히 함께이고 싶으면 서로 먼 곳으로 돌아서와야 한답디다

 

일어나 앉았습니다.

잠을 청하기엔 달빛이 너무 아름답소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어서이오.

 

보낼 곳이 어딘지를 제대로 모르기에

답장 같은건 전혀 기대 않으면서 쓴다오

 

이제도 내 편지는 누구에게

보내고 싶은건지를 모르는 체 입니다.

 

아마도 우표조차 잊고 지나쳐 그냥 나만 다시 읽게 되겠지요,

 

서해엘 가면 늘

뒤돌아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예외없이

바다를 향하다가 되돌아오고 있었소

 

내가 불러 보고싶은 이름은

다시...

당신이라는 그런 달콤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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