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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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30번 국도 끝에서

까미l노 2007. 11. 22. 00:52

느닷없이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

 

그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가는 길이라면

멀어서 조금은 무리를 해도 괜찮습니다.

 

아니...

멀어서 가는 길 내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는 건

또 다른 감칠 맛 나는 설레임이 주는 행복입니다.

 

여행이란 게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일 테니까요.

 

내일 또 다시 비가 온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날 비님 내리실 때는

내소사 전나무 숲이 생각납니다.

 

산사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줄기

굽이굽이 힘겹게 당도하여 도착한 곳이

간밤에도 내가 두고 온 그 바다...

 

비가 오는 날에 어디론가 떠나 있다가

밤사이 처마 밑에 서서 내 발 끝을 오래 쳐다보게 되면

그만 이화 생각이 떠올라서 괜시리 곁에 없는 당신만 원망합니다.

 

안개비 속에서 터벅터벅 걸으며

온종일 나무 냄새나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곁에 아무도 없어도 잘 참아야 되는 날이 됩니다.

혼자이면 어떠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사라진 내 모습은 30번 도로 끝에서

비에 젖은 바다를 두고 함께 머무를 사람 찾아

이제 그만 젖은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나야 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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