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그여자의 사랑과 성 본문

링반데룽

그여자의 사랑과 성

까미l노 2007. 11. 22. 00:37

오래 된 내밀한 상처투성이로
건드리기만 하면 한바탕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있는 여자,
 

도약에 실패한 패배자들이 부르는 악에 바친 풍자 처럼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고 다른 어느 누구도 위하지 않는
 

오직 그녀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던가
우정이라든가 하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생 속으로 끌어들이려 했고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다가 자신만을 위해 죽고자 하며 살아간다
 

스스로의 정체성도 모르고 자신감마저  잃어 감각의 노예가 되어있다는 것도 모른 채
언제나 그 여자는 견고한 가족의 성곽으로 발길을 내지르곤 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거나 추스르기 위해
위안거리나 도피처로 즐기는 백화점의 명품쇼핑의 중독 같은
사소한 일상이 그녀 자신을 차근차근 파괴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이미 알고 난 후에도 결코 멈추려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한편으로는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들과 지인들 심지어는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마저도
그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만 성에 차 하던 여자


우울증과 불면의 밤으로 와인과 수면제에 의존하며
스스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닫힌 문을 발로 차면서
스스로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여자
 

지금도 그 여자는 스스로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서
태양이 왜 자신을 위해 돌지 않느냐고 악을 써댈 것이다
 

왜 세상 모든 남자들은 그녀가 외로울 때만 그녀 곁에 없는건지
왜 세상은 그녀의 약을 바싹바싹 올리면서 그녀의 행복에 조금도 협조를 하지 않는지를
억울해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섹스...
싱글로 살아가는 많은 중년의 남녀들은
오래 전에 포기했거나 더러는 잊었다고 자조하며 살아간다


어떤이는 스스로가 늙고 볼품이 없어진 지친 몸뚱아리라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보일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라며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를 사랑조차 미리 포기한 채 살아간다


그 여자는 새로 만나는 남자에겐 언제나 다짐을 한다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지울 수 없는 흔적에 대한 피해 의식과 강박관념을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기를 꺼리면서
섹스는 나 하고만 해야 한다라고...


섹스에 대한 그녀의 욕망은 발악적인 욕구불만으로 이어진다
멀티 오르가즘을 알게된 후 부터...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랑이라는 고유의 따뜻함 행복 평화
이 모든 것들을 자신의 주도로 느끼는 섹스의 만족도로 자리매김 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살에 닿인 채 만이라도 깊이 잠들 수 있다면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을 세상 모든 싱글들의 무모함은(?)
그녀에게는 겨우 백화점 세일기간에 골랐던 명품 핸드백을 며칠만에 반품 해버리는 행위일 뿐이다

 

 

 

 

모 여류작가의 글을 읽고서 썩은 내 풍기며 살 그녀에게 소심한 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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