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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늙어가는 길/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
일전에 저 까만 개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저 아이는 뒤뜰에 줄에 묶인 채 땅에 엎드려 사람이 지나가는 기척을 느끼면 눈을 위로 치켜 뜨며 내가 지나가는지 확인을 하는 듯 오늘은 미리 삶아둔 흑돼지 수육 12조각을 종이컵에 담아 던져주고 걷기 운동을 하러 간다 고기 조각을 한 개씩 던져 주다가 밧줄 길이보다 조금 먼 곳에 떨어지니 줄이 매여진 말뚝을 빙빙 돌며 줄을 길게 해볼려고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 꽤 영리한 아이인 것 같다 밧줄의 방향까지는 헤아릴 줄을 모르니 오히려 더 짧게 묶이기도 하고 저나 내가 원하는 길이만큼 줄이 늘어나지 않아 멀리 떨어진 고기를 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 아예 컵에 담아 통째로 던져주니 쉽게 먹을 수 있다. 신기한 녀석이 고기를 다 받아먹은 후 나..
놈 놈 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세상에 있는 가지가지 놈들이 다 이 셋 가운데 하나일테지 여자들은 그냥 냅두고서리... 나는 좋은 놈이 될려고 무척이나 발버둥쳤었고 무턱대고 착한 놈으로만 산 게 억울해서(?) 한동안 나쁜 놈이 되어 살아보자고 작정했더랬는데 그 또한 맘 먹은대로는 되질 않았는데 그게 아무나 하고 싶다고 쉽게 되는 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채 더 이상 착한 놈으로는 살기 싫어서 한동안 되는대로 살아도 봤는데 곰 생각해보니 어느날부터 내가 이상한 놈으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 이상한 놈이라 별 특이하거나 독특하지도 않고 잘난 구석이라곤 샅샅이 뒤져볼래도 없지 싶은데 그나마 겨우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낚시 등산 탁구 당구 뭐 이런 등등의 취미와 운동까지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