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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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다름의 인정

까미l노 2022. 7. 23. 20:49

 

 

5월이 온다

5월이 되면 이곳 제주섬 서귀포에는

분홍 참꽃들이  아무런 레이스가 달리지 않은 채로도 뽀얀 유혹을 시작할 것이고

정액냄새 화려한 구실잣밤나무 꽃들과 이미 유혹을 시작한 하이얀 감귤 꽃들이

오만 뭇인간들의 심중을 어지럽힐 것이다...

 

길을 걷는다

잡생각 상념에 잡혀 땅만 보고 한참을 걷다가

멈칫...

 

뭐지?

죽은겐가?

제 덩치보다 더 큰 새를 삼키려다 죽었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살피다가 발로 툭 건드려보았다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근처 숲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뱀을 건드렸다

오...움직인다.

뱀이 꿈틀대더니 삼키던 새를 게워내기 시작했다.

 

동영상으로 찍을 생각을 미쳐 못했었던 건 왜였을까?

새를 도로 게워낸 뱀이 숲속으로 슬금슬금 도망을 간다.

아마도 새를 삼키려면 방어를 할 수 없어 제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다는 판단을 했으리라...

 

뱀은 자의에 의한 식사를 포기했던 것일까?

새는...

새는 자의에 의해 잡아먹혔을 리는 없었을테고

타의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테지?

 

자연을 간섭한 나는 곧 무색해져서 그 자리를 피해줬는데

뱀은 곧바로 돌아와서 다시 새를 삼켰을까?

 

동물들의 양육간식이든 천적에 의한 섭리였든 

사실 난 뱀이 미웠었다.행여라도 새가 잡히기 전에 발견했더라면 역시 

새를 도와줬을 것 같은데 어찌됐건 간섭을 하지 않은 채 그냥 내 갈길을 가는 게 더 옳았으리라...

 

나도 소풍이 끝나거나 그럴즈음에

타의에 의해 생을 더 부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자의에 의한 사멸을 할 수는 없을테지만...

 

존중도 배려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타의로 스스로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라도 간섭은 말아야할 것이다.

 

허튼 소리 하나...

뒤끝 없다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가 많은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타인을 괴롭히곤(?) 뒤끝 없다면서 툴툴 털란다

당한(?)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차라리 뒤끝 없다고 떠벌릴 게 아니라 앞끝 따위를 만들지 말아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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