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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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끔찍히

까미l노 2023. 7. 10. 23:44

어디에도 없는데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는

그러다 화가 나서 한동안 블로그에 글도 쓰지 않았다.

 

그냥...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내가 교회를 가지 않는 이유

절마당에 들어서서도 법당엘 올라서거나 절을 하지 못하는 이유

성당엘 가려고 수차례 찾앗다가 반기는 이(?) 아무도 없음을 다행으로 여겨

서둘러 도망치듯 되돌아서던 이유

 

점점 위선적이고 비겁하고 거짓 투성이가 되는 것 같다

언젠가처럼 나쁜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스스로 우격다짐하던...

 

반문하던 나에게 교회를 가는 이유가

착하려고 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꽤 그럴싸한 설교를(?)하던 기독교인

내가 교회를 가지 못하거나 안 가는 이유가

가면서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더한 지랄같은 인간으로 살 것 같어서라는 개떡같은 변명과 핑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찾아나설 구멍 같은 걸 찾았으면 좋으련만

끔찍히 위해주고 싶은데 

아무 짓도 않고 살아가는 나는 여전히 게으르다

 

이제서야 행복해져 가는 내가 치사하고 비겁타 생각돼

나만 이래도 되는겐가

내가 외롭고 힘들 때 나를 위로해주는 이 아무도 없었기에

나도 그래도 된다는 생각따윈 없었는데 

그래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느껴져서 그냥 누구에게도 모두에게도 미안해져

 

죽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해야 될 것 같은데

죽기 전에 만날 수도 찾을 수도 찾아오지도 않을 것 같아서

찾지도 않고 찾지도 못하는 내가 비겁하다 싶어

 

혼자 걷는 내 길 위를 한 번쯤 같이 걸어가고 싶은데

나는 여전히 혼자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 걸어갈 갓 같다

찾고 싶고 간절한 바램만큼 게으르게도 잘 포기한다

 

별 것 없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행복 다 버려도 좋으니

같이 한 번은...

이제는 같이 걷고 싶다고 찾아온다면 이 행복 따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는 또 산티아고 그 길 위에 혼자 서있겠지

 

가야하는데...

보고싶어서

볼 수 없어서

찾고 싶은데

찾을 수 없으니

다 잊고 모두 버린 채 그 길 위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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