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개팔자 개띠팔자 본문
일전에 저 까만 개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저 아이는 뒤뜰에 줄에 묶인 채 땅에 엎드려 사람이 지나가는 기척을 느끼면
눈을 위로 치켜 뜨며 내가 지나가는지 확인을 하는 듯
오늘은 미리 삶아둔 흑돼지 수육 12조각을 종이컵에 담아 던져주고 걷기 운동을 하러 간다
고기 조각을 한 개씩 던져 주다가 밧줄 길이보다 조금 먼 곳에 떨어지니
줄이 매여진 말뚝을 빙빙 돌며 줄을 길게 해볼려고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 꽤 영리한 아이인 것 같다
밧줄의 방향까지는 헤아릴 줄을 모르니 오히려 더 짧게 묶이기도 하고
저나 내가 원하는 길이만큼 줄이 늘어나지 않아 멀리 떨어진 고기를 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
아예 컵에 담아 통째로 던져주니 쉽게 먹을 수 있다.
신기한 녀석이 고기를 다 받아먹은 후 나를 쳐다 보는데
내가 손바닥을 보이며 탁탁 터는 시늉을 하면 주위에 떨어진 게 있는지 확인을 한다.
그러면 나는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길을 걸으러 가곤 한다.
저 아이의 팔자가 '개팔자 상팔자' 였더라면 참 좋을 것을...
지도 개고 나도 개띠인 것을
지나 나나 팔자가 도찐개찐이라 애당초 상팔자는 되기 글렀나 보다
상팔자는 못 되더라도 하루 한 번씩 잠깐 동안이나마 산책이라도 하게 해 주면 좋을 텐데...
나야 사람이고 내 맘대로 까지 할 수는 있다만
지나 나나 왜 살아가는지 알고나 살까
그냥 살아있으니 살아가는 것이고
지도 내도 고만 살겠다고 할 마땅한 짓거리도 없을 터,
이름도 모르는 저 까만 아이를 나는 고기를 던져줄 때 '검둥아'라고 부른다
껑충껑충 뛰면서 꼬리를 흔들 때면 매일 그러지 못한 것에 괜스레 미안해지곤 한다.
내가 오래전 사랑했던 사람
나를 배신한 사람
내가 슬프게 만든 사람
그 누구든 지금에 사 내가 알 수도 없음에
그들이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아간대서 내가 무슨 질투라도 하랴
외려 그들 내가 뭘 해줄 수는 없을지언정
행여 단 하루라도 슬픈 날들에 살고 있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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