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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제주도 가는 비둘기호 열차

까미l노 2021. 2. 24. 17:59

왈가왈부들 하는 해저터널은 싫고

제주도로 가는 기차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그것도 옛적 비둘기호처럼 완행열차로 느리게 가고 싶다.

 

세 번째 제주도로 이사를 간다

2000년도에 이사를 가서 일 년 남짓

2011년에 이사를 가서 7년간 살았었고

이번에 다시 이사를 가게 된다

 

서귀포는 사계절 상록수가 많아 비가 내린 후

지하로 거의 다 스며들기에 건천이 많은데 습도는 오히려 높은 편이다.

 

해서 바닷가 청취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산간도로 근처의 약간 높은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라산 자락 약간 아랫쪽 숲 속에서 일을 하니까

매일 숲 속을 걷게 된다

숲에서는 출근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퇴근시간이 기다려지지 않아서 더 좋다.

 

내 삶의 특성상 모를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이사 가면 평생을 살 작정이다

가능하면 돌집이나 흙집을 지어서 살고 싶다

 

사람들도 대체로 그럴테지만

늘 바다를 가까이하니까 강이 그리워지고

기차가 없는 곳이라서 기차를 타거나 작은 기차역의 정겨움이 그리워지곤 한다.

 

내가 기차를 좋아했던 것은 완행열차라는 것이 있어서였고

느리게 천천히 오랫동안 달리면서 들려주는 덜커덕 거리는 바퀴의 울림이 좋았고

차창에 기대어 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았다.

 

비교적 안전한 느낌과 밤 새 달리는 야간열차가 있어서도 좋았다.

 

누가 느리게 달리는 기차를 타고 내게로 와서 언제까지가 되었든

평온을 느끼면서 싫증 날 때까지 머물러 쉬고 싶게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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