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그 슬픔 내 등에 질 수 없어서 본문
알고야 있었지만 막상 헤아려보니 혼자 살게 된 햇수가 22년이네...
성실 부지런치도 않거니와 노력파도 아니고 매사에 긍정적이기보단 부정적인 편이다
해선지 잠자리에 들 때마다 혹시라도 내일 나의 해가 온전치 않을까 온갖 궁리며 걱정거리 한시간이다
내게 뜰 해가 온전치 못할까 싶은 것은
떠오르는 해라기 보다 별 쓰잘데기 없는 준비며 걱정거리들을 해결하려는 몸부림이다
여느 사람들처럼 돈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없이 살면서 별스럽게 돈을 쫓지는 않은 성격인지라
닥쳐지는 환경변회에 또 곧잘 적응하는 편이라 그랬을 터,
그 세월 혼자 살면서 외롭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일 수도 있겠지만
외롭다기 보다는 그런 건 속칭 쪽 팔려서 외롭지 않은 듯 살았을 것이다
오히려 고독을 고즈넉으로 즐기면서 산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늙어가면서 느껴지는 게 있더라
사람들 말이나 유행에 철저히 무관심한 편이라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늙어가니 눈물이 많아진다는 거 가끔 좀 실컷 울어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더군
슬플 일 전혀 없는데도 사람으로 인한 사람에게로 향한 슬픔 같은 눈물 아닌데도 그래
생각 만으로도 슬픔이 베어나온다는 게 창피하지가 않게 되더군
이사 문제로 맘대로 풀리지 않아 늙으막의 궁핍이 슬프다는 친구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져
그럴 정도의 삶을 살아온 친구가 아니었거든
그 친구는 그냥 친구가 아니라 내 속의 또 다른 하나의 나였기에 이럴 때 내 인생살이에 화가 나
돈벌레가 되어 살면서 친구에게 확 선심 쓸 재주를 못 만들었다는 게
그래,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어느날 찾아오게 될까봐 그것도 겁이나
혹여 사는 게 힘들어서 나를 찾아온다면 도와줄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거
이런 날보고 니 뒤치닥거리 걱정이나 하라는 핀잔을 들을까봐 그것도 싫거든...
똥 묻은 바지라도 다 팔고 보잘 것 없을 목숨까지 저당 잡힐 수만 있다면야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슬픔에서 헤어날 수 있다면 시도는 해보겠는데...
겨우 건전하게만 살았다
내 발등에 떨어지려는 불씨만 간신히 피하며 살았던 게 이제는 비겁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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