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거친 밥 한그릇의 체루 본문
이승환 작가의 책 제목이
'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 라는 게 있다.
분식집 같은 곳 또는 허름한 듯 조그만 식당 구석 한 켠
등 돌린 채 허겁지겁 밥을 먹는 사내 하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다소 괜찮아지긴 했다지만 여전히 혼자 사먹는 밥은
괜시리 주인에게 미안한 것 같고 다른 여럿이서 먹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도 된다.
나 역시 한평생을(^^) 혼자 사먹는 밥이 많았기에
식당엘 가면 구석진 자리를 찾게 되거나 일부러 식사시간이 끝날 무렵에 가곤 한다.
한 번 갔던 식당이 혼자 가도 덜 미안하다 싶은 곳이면 계속 가게 되고...
떄론 먹고 싶거나 떙기는 음식이 있다손 가격이나 맛은 둘 쨰로 칠 수 밖에...
오늘 마트에서 김치를 샀다.
재래시장이 없는 곳이라 좀처럼 김치를 사먹지 않는 편인데
지인들이 보낸준 김치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갔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썰어서 포장된 대형 김치공장 제품이었지만
신김치도 아니고 젓갈도 들어있어서 꽤 맛이 괜찮았었다.
누룽지를 끓여서 김치만으로 먹는 밥
누룽지 한 숟갈 김치 한조각 또 한 숟갈 김치...
밥 한끼를 떼우는 동안 열 몇차례만 반복하는 식사
내겐 무척이나 행복한 식사였는데
남 눈이 뭔 상관이야 없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이게 거친 밥 한끼였을까?
난 어릴적 부터 신김치 보다는 생김치를 더 좋아했었다.
신김치도 곧잘 먹지만 생김치를 먹을 때 보단 덜 행복하다.
신김치는 주로 찌개용으로 먹는 편이다.
오늘 먹은 김치가 비록 김치공장에서 만들었겠지만
뜨끈뜨끈한 누룽지와 생김치였기에 눈물이 흐를만큼 행복했다...
같이 산 사람의 기념일을 잊어본 적도 없고 꽤나 신경 써서 축하하곤 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생일날엔 그 흔한 생일케익도 미역국으로라도
제대로된 생일상을 받아본 기억이 없네...
난 쑥스러워서 남자의 생일 같은 것엔 별 관심도 없긴 하지만
가끔 티비에서 생일케이크로 같이들 축하 하는 것을 보면 요즘엔 조금 부러워지곤 한다.
누구랑 같이 살때엔 내가 밥이며 빨래며 가사일 다 했어도 괜찮았는데
그래도 한가지 바램을 했었던 건 갓지은 따뜻한 밥에
시지 않은 김치 한사발의 밥상 정도만 바랬었는데
그마저도 나에게는 사치였었던 것 같았다.
어느날의 퇴근
밤 늦게 기다려도 오지않아 스스로 저녁밥을 챙겨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더니
캔맥주만 잔뜩 있었고 말라 비틀어진 김치 종지만...
난 생리적으로 술이 맞질 않아 거의 마시지 못한다.
남자에게 밥이란 ...
아니 나에게 따뜻한 한끼의 밥이란 여차저차 여전히 체루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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