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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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서툰 삶과 현명한 삶

까미l노 2019. 11. 4. 12:31




전화가 온다.

언제나 그렇듯 여러번 반복해서 벨이 울릴 때까지 망설인다.


나도 이기적인 인간이다 싶은 게

혹시라도 내게 좋은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려고 하는 건 아닐까 라는 망설임


여러 번 그랬었거늘 또 잊었다 싶어 끝내 무시하고 받지 않는다.

벌써 여러 해 이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잊고 지낼만 하면 가끔씩 걸려온다.

맞는 것일까?

그는 어느 면으로는 현명하게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


오래 전 지방의 대도시로 사업적인 일로 초대 같지 않은 초대를 받고 가서

일 년이라는 시간에 오도 가도 못하게 갇혀버렸던 기억

끔찍했던 것은 나를 죽이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삼 세 번은 믿어보자는 성격인지라

꼬박 삼 세 번을 하고도  그 후로도 여러 번 계속 구렁이 담 넘어가듯하는 바람에 내 스스로 제풀에 나가 떨어져버렸었다.


그런 후 저장되었던 번호를 지워버렸었는데

걸려오는 전화가 모르는 번호라 무심결에 받았는데 그는 여전히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제 할말을 늘여놓는 타입이다. 


그 후 저장을 해두고서 확인 후 받지 않기로 했었고

오랫동안 게속 전화가 와도 무시하고 받지 않았었는데

오늘 또 전화가 왔다.


그는 여전히 잘 사는 사람일까?

세금을 내지 않아서 본인 이름의 통장도 없어 내가 대신해 은행업무와 송금등을 대신해 주기도 했었는데

꽤 그럴싸한 중국음식점을 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삶인지 신기했었다.


실제 사업을 영위하고 잇는 신용불량자

과연 잘 할 수 있는 일일까?

까탈스럽고 까칠하다는 말을 듣곤 하는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데

역시 나는 삶에 서툰 모양이다.


법적인 부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부인도 안다.

그 여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전엔 그이 오피스텔에 초대를 받아가서 하룻밤 잔 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 어떤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서 자기 집에 잔 적이 있냐고 묻는 것이다.


그땐 왜 그런 것을 알려고 했는지

집 안의 모습에선 같이 사는 것 같지 않았기에 더 궁금햇었고

애인인지 부부인지 애매했었는데 그와만 만났을 땐 마누라 라고 표현을 했었고

그 여성을 만나면 지나가는 이야기에 남편이라는 표현이었었다만...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혹시 내가 여자가 아니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무려나 남의 인생살이 가타부타 할 이유는 없는 것이고

그의 부인의 삶은 내 보기엔 지극히 정상적이고 제대로된(?)삶을 살아가는 여성이었다.


그 부인이 속한 모임의 제주도 생태여행을 부탁한 적이 몇 번 있어서 함께 하곤 했었고

그럴 땐 아내의 모임을 위한 그의 전화 부탁이라 흔쾌히 들어주기도 했었다.


전화를 받을까 잠시 망설였던 건 그의 부인의 부탁인가 싶기도 했다만 그냥 무시하기로 해버렸다.

그런데 묘한 건

전화를 거절하면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문자로라도 이유를 물어올 법한데

그는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


걸려온 전화 단도직입적으로 앞으로 하지 말라고 해야하는 건 아닐까?

그는 나랑은 달라도 전혀 다른 나름대로의 현명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