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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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가평 용추계곡의 가을색

까미l노 2019. 10. 27. 21:14




물가에 앉아 잠시 쉽을 하려는데

물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나뭇가지인가

넝쿨 줄기려니 하다가

흐늘거리는 움직임이 물살때문이라면 어느정도 일정할텐데

분명 제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머치 살아있는 무슨 불체 같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아, 이녀석은 살아있는 생명체인 연가시라는 놈이었다.


말로만 들었고 습득해두었던 그냥 지식이었을 뿐

실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주도의 숲에서는 볼 수 없었던 떡갈나무으 커다란 이파리

흔히 알고있는 참나무라는 나무는 실제는 그런 이름의 나무란 없고

도토리가 열리는 여섯가지 나무를 통틀어서 좋은 나무라고 이름을 붙인 게 참나무이고 정확하게 말하면 참나무들 이라고 해야한다.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대략 잎파리 크기 순으로 나열한 것인데 맞는지 모르겠다.


떡갈나무의 이파리가 젤 크고 넓은데 가장자기라 마치 물결무늬처럼 둥긍둥글하고

뒷면에 은색 털이 자잘하게 나있는데 음식이 상하지않게 하는 기능이 있어

옛사람들이 떡을 싸서 보관하기도 했었다.


참나무들이랑 비슷하게 생긴 굴피나무 밤나무 등이 있다.



남쪽 지방 또는 남방 한계선에 걸쳐져 자라는 제주도의 식생에서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들도 낙엽수가 아닌(더러 활엽수인 참나무 두어 종류는 있다만)

상록수인 참나무가 있는데 실제 이름은 참나무가 아닌 가시나무 라고 불리어진다.


참가시 나무

개가시 나무

붉가시 나무

종가시 나무

또 뭐였더라?

암튼 제주도에서 보여지는 도토리 나무는 이파리가 왁스층의 두꺼운 늘푸른 상록수로 자란다.

특이한 것은 제주도의 개가시 나무 잎사귀가 약효로 인해 인기가 좋단다. 







붉고 노랗다.

푸른 색이었다가 노랗게 변하고 다시 가을이 점점 깊어지면 점점 붉디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붉나무


어떤 화가가 이렇게 완벽하게 색을 구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제아무리 유명화가가 그린 그림이라도 뒷면엔 아무것도 없는 밍밍한(?)빈 여백이지만

묽나무의 가을 이파리 뒷면도 그야말로 곱고 부드럽고 연한 색깔로 표현이 되어져있다.


 조금씩 노란색으로 붉은색으로 변해 가는 중간이 무슨 붓 따위로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까?

벌레들도 함부로 하지 않고 조그만 구멍 하나만큼만 파먹다가 그냥 떠났다.









뒷모습이 참한 사람이라고

입에 침 진뜩 발라서 말했다가 혼 아닌 혼이 날 뻔 했다.


그렇다고 앞모습이 이상타는(?) 뜻은 절대 아니라고 그렇게 우물쭈물거리며 변명을 했었다.

세상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보고 느낀대로의 칭찬을 쉬 하지 못한다.

게다가 보고 느껴지는대로의 평은 아예 해서는 안 되는 불가침이다.






떙깔...

내고향 진주에서는 아릴족에 꽈리를 땡깔이라고 했었고

여자 누나들이 열매를 까서 신기하게 소리를 내면서 다녔었다.


지금 아주 곱디고운 색깔로 꽈리가 익어가는 중이다



늙어가면서 사진 찍는 게 찍혀지는 게 어려워진다.

누가 내 모습을 찍으려들면 웃는 모습이 되고 싶어 억지 미소를 지어보지만 괴상한 모습이 될 뿐,


해서 이제는 내 배낭만 줄창 찍곤한다,

십 여년 전부터 매고 다니던 내 등짐

내 슬픔을 대신 지고 간다던 인디언의 말

나도 누군가의 슬픔 조금이라도 지고 다니는 것일까?




또 그랬다.

손이 참 곱다 라고 사진을 찍어주다가 혼 아닌 핀잔 아닌 소릴 들었던...

다행 웃으면서 하는 눈 흘김이어서 다소 안심은 했다만...


손만 예쁘다는 뜻이 아닙니다요...라고...







행복...

정말로 모른다.

한 번도 행복했었던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길에서는 마음 하나 평화로워지고 근심도 걱정도 잠시 잠시 잊게 된다.

그래서 걷고 또 걷는다.

 

사는 거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게 없는 듯해서

나중이 불안해서

우울하고

울적해지고

술이 프고

슬프고

가끔 외롭다 느껴지면 줄창 걷는다.

걷다가 보면 다 괜찮아지는 건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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