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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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가고 아니 오는 것

까미l노 2019. 1. 11. 13:09


                                                                              


가고 아니 오거나 오고 아니 가는 것

보내도 아니 가는 

보내지 않아도 가는

이 모든 것들에 결코 라는 게 붙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다거나

운명따위 믿고 안 믿고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전혀 짐작도 예감조차도 없었을  때

앞이 캄캄해서 암울할 때 더러 외롭거나 쓸쓸할 때 말이다...

미처 운명일 거라고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랬던 것 같아 그래야만 했었다고 

한줄기 빛인 거라는 믿음을 마음으로 다잡기도 전에

가고 아니오려는 듯

오고 아니 온 듯

가고 아니 간 듯

가고 오고 싶어 하려는 듯

한줄기 빛일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세속에 찌든 범인에게는 신기루였을까...


기억에 남는 어떤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게 싫다는 건 창피해서 후회따윈 않겠다는 억지이기도 하다.

인내는 고사하더라도 다짐하듯 스스로에게 희망이라는 고문으로 시간을 준다.


예전엔 그랬다.

합리화 하고 떼를 써면서

눈 앞에 보여지고 놓여진 게 마음에 든다는 맹목하에...


살면서 다 내 선택이었고 내 탓이라고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타인에게 피해나 상처만 주지 않게 된다면 내 맘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그랬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자신은 없다.

왜 그러잖은가?

내가 주려했고 하려고 했던 잡다한 것들이

비록 최상이었고 대단하다 믿었다손

상대가 받고싶어 했거나 원한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앞 뒤 가리지도  못했을 게 뻔한 채 살다가 오래 오래 지난 후에야 겨우 알게 된다는 사실...


아무런(?) 별 대단한(?)일도 일어나지 않은 그야말로 재수(?)좋게 다행인 시대를 살았던 건

그야말로 비겁하고 치사한 나는 아니었으니까 나만 아니었으면 되었다는 것이었고

세상의 사람 모두를 반으로 나눠 착한 놈 나쁜 놈 또는 살려둬도 괜찮을 놈 죽여도 션찮을 놈으로 나눈다면

나 정도는 살아있어도 되잖을까 라고 은근슬쩍 팔을 안으로만 굽어본다,

하긴 뭐 팔이 어디 뭐 바깥으로 굽힐 수 있기나 하냐만...


내 책임이 아니라며 내 어깨에 지우지 않으려고 했던 짐

그건 내가 못나서이기도 하다는 걸 안다.


이 겨울...

마이 춥다,

마음이 시려서 더 그런진 모르겠지만 제주도 보다는 꽤 춥게 느껴진다.

줄창 책만 읽어댄다.

이럴 때(?)대비해 수십 권 사뒀던 책이 참 다행이다 싶다.

때론 절판되어져 새책보다 비싸 어렵사리 구했던 헌책들은 이사비용을 핑계로 읽고난 후 버리고 왔더니 지금엔 아쉽다.


읽지 않은 책들이 점점 줄어들고

권 중 마지막 부분이 될 때마다 불안해진다.

여유가 없거나 대비를 해두지 않으면 삶도 늘 그러했던 것처럼...

인터넷으로 주문하려던 책들이 결재가 지랄 같아져 계속 포기하니 더 그렇다.


8년 전의 기억으로 돌아가져버렸는데

나는 왜 외롭지도 쓸쓸해지지도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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