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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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힐링 인 제주?

까미l노 2017. 8. 31. 00:20




내가 사는 곳은 제주도의 서귀포다.

힐링을 위해서도 여행을 위해서도 아닌 그저 마지막으로(?) 한바퀴 더 걷고 싶어서 왔었다.


1999년도에 한 일 년 정도 살다가 좁고(?) 답답해서 떠났다가

다시 와서 6년 째 머물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주도의 삶이 무조건 좋아서 사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일 때문에 머문다고 해야 더 맞겠지만

한국의 여타 도시 보다야 평화롭고 안온한 것은 맞다.


원체 내가 좋아하는 곳이 산골이 많은 강원도이다 보니

점점 더 황페화(?)되다시피 하고 투기와 개발밖에 보이질 않는 이 섬이 안타깝다...


6년 전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서울을 떠났었다.

포기도 스스로의 선택일 터 그런 거창따위도 아니었고

가벼운 중이 떠나야될 성 싶었고 허탈스럽고 살아내고 싶은

아무런 욕망이 없어 이제 그만 이 지랄 같은 소풍 그만둘까 했었다.


그랬다.

그러다 6년이 훌쩍 지나갔다.

여기... 지금 이만큼이면 대충 안주할까 라는 생각까지 들기까지 숨 죽여(?) 숨어 살아봤다. 


이만큼 만들기까지도 무슨 목적이나 희망 같은 것도 없었고

인간이 워낙 괴팍스럽다 보니허허실실 장난하듯 살아왔는데

잘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야 비교할 필요까진 없다 손

아직도 세상엔 내 이름도 문패도 없지만 원하는 만큼의 따뜻함은 가진 것 같다.


아직도 배는 더 고픈데 지척에 널린 이저런 먹거리에 그닥 욕심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뭐 아까워서도 아니고 누굴 위해서도 아니지만

지금은 그냥 참기 편할만큼의 이 허기를 나는 또 즐기고 사는 것 같다.


타인의 눈에 비칠 내 모습은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할테지만 장롱 위 먼지 뒤집어 쓴 채

이제나 저제나 학수고대 날 기다리고 있는 내 배낭들 다시 메고

휘적휘적 걸어서 먼 나라들의 길 위에 서는 내 꿍꿍이를 초라하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안온한 현실의 울타리와 단단한 기둥을 세우며 살고 싶은 사람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져버려 나라는 종자는 어차피 이해불가 할테고 나는 그게 더 좋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