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그녀가 말했었다...아주 오래 전... 본문
그녀가 말했었다.
아주 오랜 시간 전의 단발머리 소녀적에
배가 고파올 즈음이면 속이 편해서 홀가분해진다고...
그땐 몰랐엇다.
걸핏하면 민생고 건너뜀이 일쑤였던지라 하루 세끼라는 팍팍했던 내 삶의 최대 명제는
하루 꼭 세 번 이상은 밥을 먹으려던 야심찬 희망만이 최고의 목표였을 때이니...
이적지 내 삶의 마지막까지 품고 살 뻔 했었던
단 하나의 희망이 따뜻한 밥상을 차려 주려는 여인상이었다.
이었다 라고 한 것은 이제는 포기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슬그머니 내려놓은 희망이기 때문이다.
단발머리 그 소녀도 어언 할머니가 되어갈텐데 여전히 속을 비워 편해지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아마도...
그도 그럴것이 체한 음식물 토해내듯 그렇게 억지로라도 삶을 끄집어 내거나
버리든 포기하든 그럴싸할 방법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할 것이다.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슬픔조차 남겨두지 않을 수만 있다면
스스로 조용하게 사멸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때 그 소녀의 가족은 겉으로라도 내 보기엔 화목해 보였음으로
삼 시 세끼의 밥 먹는 것은 그냥 일상의 한갖 따위의 행위였을 수도 있었으리라,
밥 욕심도 없고 식탐도 식도락도 영 아니올시다인데
영양실조 라는 건 없어서 안 먹거나못 먹어야 맞는 표현이지
아무렇게나 그런 표현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할배가 되기까지 밥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고
거룩했으며 가장 고마운 것으로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한데 이제는 영 다르게 되어버렸다.
하루 세끼엔 별 관심도 없어졌고 왼종일 안 먹어도 그만이 되어졌으며
배속인지 위장인지도 줄어들었는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그 소녀처럼 배가 고파질 때가 그냥 편안해지면서 행복해진다.
그렇다고 술이든 군것질 같은 건 전혀 않는다
할배 나이에 이르고 보니 배속이 비어 슬슬 고파져 올 때면
참 편하고 상쾌해져 기분이 나아진다.
그 소녀처럼 나도 이젠 내가 버리지 못할 것 같았던 삶의 마지막 희망 하나 더 버렸으니
홀가분하게 떠나기엔 조금 더 수월해진 것 같다.
잠이사 죽으면 영원히 곤한 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랬었고
밥은 지금 못 먹으면 평생 다시 못 찾아 먹는 거라고 그랬지...
철이 든 것인지 사춘기 치기만 마음에 두고 살 때였는지
난 그 아이에게 어릴적 대포를 두발 쏘았다고 들었고
그 아이는 내게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터 어른으로 변해갈 때 까지 세 번의 충격을 주었다.
그 아이가 내게 준 충격이라는 것은 그 아이의 결정이었긴 했을테지만
원인제공이 있었을 법한 타의에 의했을테지만 내가 쏜 두 번의 대포는 순전히 내 자의적이었었다.
시시콜콜 그때 했었던 변명은 각자 다시는 안 보겠다는 다짐 섞인 치기었을 것이다.
책을 일는다.
출판사 잘못인지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구효서의 신작(현대문학 수상작)'풍경소리' 를 읽다가
이상하고 답답한 부분을 발견했었다.
나 보다 공부를 훨씬 잘했던 할머니처럼 늙어간 그 소녀에게 물었더니
내가 맞을 것이다 라고 하더라만 한 두 군데가 아니고 계속 그렇게 표현이 되어 있던데
우리 말 표현에 '것이다' '거이다'라는 것을 '게다' 라고 줄여 하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그 책에는 '개다' 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없는게지' '없는 것이겠지
'하는 것이다' '하는게지
'맞는 것이지' '맞는게지'
이래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인쇄 잘못인지 내 한글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한 두 군데가 아니라 전부 그렇게 쓰여 있어서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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