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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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시시한 긴가민가 #1

까미l노 2016. 10. 30. 00:48


대서양을 바라 보는 세상의 끝 산티아고 피니스테레


난 신기한(?) 눔이라는 소리를 듣는 눔이다.

도당췌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말도 듣는다.


조심성도 많고 꼼꼼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온 몸에 상처는 끊이질 않는다.

소심한데 무지막지한 사건(?)을 몇 번 일으키기도 했다.


지독히 내성적이어서 음악을 전공했으면서도 무대공포증을 가졌었고

논리정연한 대화에도 잼병인 눔이 지금은 사람들 앞에 나서 무슨 개똥철학 같은 강의(?)도 종종 한다.


입 안은 늘 이빨로 물어 뜯어 걸핏하면 상처가 생기는데

식도락도 없으면서 조금 맛있다 싶은 음식을 먹을 때 마다 그렇다....


누구에게 뭘 배우는 걸 싫어하고 본 적도 배운 적 없는 것들도 못 하는 것 없이 거의 프로 수준으로 아주 잘(?) 한다.

가르치는 인간의 인성이 마음에 들 잖아서 그랬는데 나는 남에게 절대 그러질 않는다.


음식은 별로 밝히진 않고

돈은 좋아하지만 잘 만드는 재주도 없고 탐하는 편은 아니라서 상당히 가난한데 지금은 ±0  목표로 사는 중이고

무지 오랫동안 홀로 살지만 성욕을 밝히는 편이면서 어쩔 도리가 없어 오래 오래 참고 사는 중이다....


하루에 40km(100리)씩 몇달을 내쳐 걸어도 발에 물집 같은 거 생기지 않는다.

내 몸무게만큼 나갈 것 같은 커다란 배낭을 걸치고 산을 오르면서 속으로 스스로에게 무지막지한 욕을 해댄다.

그런데 지금 올스톱을 하고 있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아궁이 구들장 뒤따 큰 침대 ....가 집에 대한 욕심이고

별 볼일 없는 얼굴이나마 깔끔하고 순한 할매여친 하나 생겨 맨살 닿이며 잠 자고 싶은 게 또 하나 더 욕심이다.


술 술 술

알콜 중독자처럼 그럴싸하게 생겨 먹었는데

출세 못 한게 술 때문이었을 거라는 핑계 몇 번 했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을 때 싫어하면 담배를 안 피웠고

다행 담배를 피우는 여자와 사겼을때는 참 편했는데 지금도 담배 피우는 여자를 친구했으면 다행이리라 싶다.

누가 끊으라 다그치는 건 싫고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끊는 눔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혈액형이 B형인데 망설이는 거 잘 못하고

가끔씩 대범해서 머리 보다 가슴이 시키는대로 마음이 흐르는대로 사는 눔이다.


겨울철 세수 후 얼굴이 쪼이지 않으면 화장품 따위 사용도 않는데

유독 발을 가장 깨끗이 씻는데 아마 걷는 걸 좋아해서일테고 가장 고생을 많이 시켜서인가 싶다.

여자도 발이 깨끗하지 않으면 여자로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가지기는 했고 더러 사용도 하지만 휴대폰은 아주 싫어한다.

오래 기다려도 괜찮으니 편지가 훨씬 더 좋은 건 받을 때도 답을 할 때도 재촉 당할 이유 없고

뭐라고 해야 할지 어떤 답을 할지를 길게 생각할 수도 있고 살펴 본 후 아니다 싶으면 다시 고쳐 제대로 보낼 수 있어서이다.


싫어하는 회사를 절대 욕 하지 않고 그 회사의 재품은 영원히 사용하지 않는다.

한 번 믿은 회사는 그 회사가 만든 제품만 끝까지 믿고 고집한다.


여행은 두 발 끝의 신발코로 보는 것이라 믿는다.

배낭 속 제 이부자리 침낭 넣어 스스로의 어깨에 이고 지고 오로지 걸어서 가는 것만 여행으로 친다.


내리고 비우라고 떠들 게 아니라 느리고 느리게 걸어서 가는 여행이 내려지고 비워지는 치유이다. 

걷다가 죽는다면 그 또한 행복이고 스스로에게 주는 축복이다.

같은 값이면 서쪽길을 따라 해가 사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할려던 말을 곧잘 잊어먹기도 하고 글도 두서 없이 쓰는 타입이다.

편지를 쓰면 인삿말 조차도 생략인데 500자랑 800자 원고지 서너장을 보내기도 한다.

화장실 갈 때도 심심치 않게 읽어보라고 길게 쓰는 것이다....

엄지 발가락이 더 길고 반곱슬 머리에 장이 안 좋아 허릿살을  늘려 똥배라도 좀 만들어볼까 무진 애를 썼더니

다행 지금은 거의 30인치가 되어 옷 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베개를 살 때 왜 꼭 두개를 사는 지 모르겠고

밥 국그릇이며 수저는 왜 여러벌을 가졌는지

가장 많이 사는 게 팬티며 양말 그리고 신발 따위이다.


주먹도 없고 힘도 안 쎄고 싸우는 것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인데도 

쉽게 흥분하는 편이다만 빠르게 가라 앉히기도 잘 하는 눔이다.


변비 같은 건 없는데 화장실에 가면서 책을 들고 간다.

가끔은 다리가 저려서 그만 읽고 나온다.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낼 출근해야 하는데 새벽 한시이거늘 올뺴미형이라 그런지 밤엔 쉬 졸려하는 편이 아니고

새벽에 벌떡 일어나기도 잘 하지만 아침엔 더 자고 싶은 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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