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내가 나와 헤어지려면 본문
너의 눈빛에서
네 마음이 보인다
너의 몸짓에서
네 마음이 느껴진다
너의 말투에서
네 마음이 읽혀진다
너의 눈빛과
너의 몸짓
그리고 말투가
나를
슬프게 한다
모든 인연의 끝은 슬프다
길었거나 짧았거나
혹은 그저 지나다 잠깐 부디쳤더라도
사람이건 동물이건
하다못해 작은 돌맹이일지라도
한 번 연이 닿았더면
그 연이 끊어질 때는 슬픈 법이다
하물며 마음이 건네진 친구와의 별리는
슬픔을 넘어 아플 수 밖에...
인연이란 것은
사람과의 관계일지라도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나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해진다
나에겐 엄격하더라도
남에겐 관대해야 하는데
내 그림을 보고 누가 그러더라
똑바르지 않으면 안 되는
칼 같은 성격이 그대로 그림에 나온다고
좀 헐렁해지고 싶다
사람도 물건도 헤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나와 헤어지는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산티아고...가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지쳐 쓰러질 때 까지 걷.고.싶.다....
책 읽어주는 남자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달밤이면
한권의 시집을 들고
달빛아래 녹아드는촉촉한 그리움에 젖고
가끔은 잊혀진사람을 기억해내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 부르지 마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세상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친구
물리적 거리가
혹은 심리적 거리가 멀어져
오랜시간 못보고 살지라도
언제건 다시 보게되면
엊그제 만났던 것 처럼 담담하게
웃으며 마음 나눌 수 있는 친구
떠올리면 얼굴에 절로 미소가 번지는
그런 친구가 그립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에도
가슴이 뛰지 않으려니 하여
절망속에서 산다는 것은
죽음과 다르지 않을지니
청명한 겨울하늘을
올려다 볼 때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을 때
심장이 두근대는 설레임을 느낄 수 있기를...
강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