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미친 년 널뛰기 하는 날의 심 심 심... 본문

링반데룽

미친 년 널뛰기 하는 날의 심 심 심...

까미l노 2015. 11. 26. 11:17

흔히들 겪게되는 살다가 원치 않게 맞닥드려지는 게 자격지심 다음으로 반드시 오던 스멀거려지는 자존심

세상사가 그러하듯 아마도 이성 문제와 돈 때문일테지만...

Nicolas de Angelis - La Esperanza                                                                        

애써 무시하고 돌아선 후에 꼭 남는 씁쓸함을 자존감으로 달래면서 내 언제는 외갓집 젖 먹고 컸더냐...라면서 자위한다.

사람은 언제나 사람을 속절 없고 실 없이 만드는 거니까 뭐,,,

 

심...심,심,심 자격지심 자존심 호기심 무심 무관심 측은지심

가만 생각해보니 나의 일상 다반사에 이것들이 꼭 따라 다니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도 언제나 지닌 채 완전 정신무장으로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전화가 온다.

이딴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는데 내 전화기 벨소리라 해봐야 늘 구식 전화의 따르릉 벨소리 하나 뿐이라서

구별해서 들을 수는 없지만 원래도 전화를 싫어하는 인간인지라 좀처럼 울릴 리 없는데 지금 들리는 저 벨소리는

필시 광고 아니면 그닥 반가울 것 없는 사람의 전화일 것 같다.

 

 

해도 받지 않을 수만은 없어 받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찌보면 고마운 전화일 수도 있겠다 시푸지만 씁쓸한 자격지심과 자존심 자존감이 먼저 고개를 쳐든다.

 

 

농장에서 일일 노동 하러 와달라는 전화

지난 번 치과에 들렀다 조금 늦게 간 하루 노동의 댓가에 실망과 실소를 하면서 다시는 하지 않으려 했거든...

 

 

생각보다 적은 댓가에 씁쓸했던 마음을 다둑이며 채워준 또 한 분 때문에

내 탓이었으려니 이심은 이심일 뿐,

내 맘 같지 않아 언제나 이심이 전심이 될 수는 없는 것이려니 가족처럼 생각했으리라는 섣부른 기대는 말아야지...

 

 

주중의 휴일이면서 가지 못한다고 해버렸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몇만 원의 돈이 아쉽고 찰나간에 숱한 잔머리를 굴리다가 내린 결론이로고...

 

 

주말에도 바쁘다고 해버렸다.

24시간 직장생활로 밤에 하던 것이 줄어 수입이 반토막 이상 나버렸지만 내가 곧잘 하는

이왕지사 자빠진 김에 쉬어가자 라고 당분간 빈둥거리면서 낮의 근무만 충실하자고...

 

 

언제나 잘 버텨왔고 더 열심히(?)살아 뭣하고 뛰어봐야 벼룩은 커녕 행복도 희망 따위도 없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매사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종교적 신심이 가득한 사람들은 쯧쯧~하겠지만 어쩌랴,

이 또한 내 삶이거늘...

받아 들이고 나면 잘 해쳐나가는 나를 굳세게 믿는 것이지 뭐...암...

 

내 자존감은 내 스스로 보듬고 싶어서...

오늘도 비가 온다 그러다 이내 진눈깨비가 흩날리더니 햇살이 눈 부시게 만들더니 무지개가 뜬다.

 

 

서둘러 카메라를 찾아 렌즈를 장착하려는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싸락눈 같은 우박이 쏟아진다.

거의 십 분 간격으로 비와 햇살 사방팔방으로 부는 바람과 그리고 우박같은 진눈깨비를 뿌려댄다.

그야말로 미친년 널뛰기 하듯하는 날씨의 연속이다.

 

 

                     로마 바티칸에서부터 산티아고 피니스테레로 이어지는 3,600km의 도보길(순례)

                                                     스페인에서 알베르게를 운영하던 마뉴엘에게서 선물 받은 지도

 

 

 

그는 바티칸에서 크레덴시알을(올레길 수첩 같은 순례자 여권) 발급 받고 수도원에서 잠을 자며

순례 경비라고는 끼니마다 마신 콜라값과 초릿소와 바게뜨 사는 돈 외

최소의 경비로 3,600km를 걸어 생장에서 나와 만나 프랑스 아가씨 케푸씬과 셋이

산티아고길을 보름 정도 함께 걸었었다.

 

 

 

아무리 꼬셔도 주지 않았던 저 지도를

한달 이상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피니스테레 곶이 있는 대성양 끝 절벽으로 떠나던 전날 밤

쓰고 갔던 독일제 모자를 평소 탐내던 마뉴엘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밤 늦은 시각 막 잠드려던 내 머리맡에

슬며시 끼워주고 가던 까무잡잡하고 탁수염 많던 키 작은 스페인 남자

 

 

 

나도 꼭 저 길을 걷고 싶어 언제나 책상 유리 아래 끼워두고 보는 지도 속의 지구 바깥에 있는 지도 밖으로 걸어가려는 길

제대로 인생 살아나가지도 못하는 위인의 자존심 자격지심 자존감 같은 것은

겨우이지만 이 때문 이 덕분 이런 희망 이딴 행복감이 머리 속에 그려져서가 아닐런지 싶다.

 

 

 

미친년이 널뛰기하는 날씨 오늘도 그랬지만 아직은 내일까지는 먹을 것 잠 잘 곳 정도는 남아 있으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유를 누리며 책상 앞 벽에 붙은 지도를 보면서

금새 지도 속의 저 길에서 버거운 배낭 하나 걸머지고 썩은 미소 날리며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수백 킬로미터씩 이어진 아홉갈래의 길

         

르퓌길(750km 순례길 중의 순례길)

프랑스길(987km 가장 많이 찾는 에스파냐 순례길 )

파리와 투르길(972km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하는 길)

브르타뉴길(1,000km 영화 라스트콘서트의 몽쉘미셀을 지나는 길)

북쪽 해안길(825km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길  )

베즐레길(900km 아름다운 자연 환경길)

아를길(745km 로마로 향하는 성지순레길 )

은의 길(1,000km 가장 예쁜 길)

피니스테레 곶(89km 대서양의 절벽 끝으로 가는 길)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라고 적어두는 버킷리스트가 있다.

(프랑스길은 피니스테레 절벽까지 걸어봤으니 여덟갈래길을 더 걷고 싶다)

나의 경우 갖고 싶은 먹고 싶은 해보고 싶은 것들은 거의 없어서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오직 걷고 싶은 길들만 있고 죽기 전에라기 보단 걷다가 지는 해를 따라 사멸해도 좋은 길로 적혀있다.

 

 

상상은 언제나 날 들뜨게 해준다.

하지만 결코 내 상상은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코 망상으로는 하지 않는다.

 

 

 

꿈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굳세게 믿는다.

하지만 언제나 내 상상은 반드시 현실로 오기에 나는 오늘도 살아가고 내일까지 내쳐 살아갈 것이다.

저 길들 위에 서고 싶어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리산에 스며들어 차를 덖으며 살아가는 그녀가 했던 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고

아무 곳에도 가고 싶지 않고

마른 풀처럼 물기조차 다 빠진 이 삶이 좋다고 했던가...

 

 

 

물기조차 다 빠져버려 마른 풀처럼 되어도 나는 가고 싶은 곳은 버리지 않으련다.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걷고 싶어 산다 라고 말한다.

내가 산다는 것은 유럽의 까미노이고 길 위에 선 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대 오늘도 길 위에서

께딸?

응,그래, 그래, 언제나 무이비엔!

문상현은 길 위에 설 수 있어서 부엔 까미노~ 이다...

 

 

 

            투르드 몽블랑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 근처 언덕들을 넘어 트레킹하는 일곱고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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