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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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행복한 밤 굿나잇 똥

까미l노 2015. 11. 14. 00:00

 

     

요즘 까마귀에게 버릴 음식을 가져다 주곤 하는데 이 또한 찬 반 양론으로 갈리는 말들을 한다.

내 생각엔 인간들 때문에 동물이든 새들이 점점 삶의 터전을 뻇겨 높고 깊은 산 위로 점점 내몰려 먹을거리가 부족해

사람들의 거주지역으로 내려 오기도 하고 때론 죽음에 내몰리고 로드킬을 당하기 일쑤다.

 

버릇을 나쁘게 들인다는 말도 하던데 인간의 사고로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건 아닌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 음식이 까마귀들에겐 훌륭한 먹거리가 되는데...

 

때가 되면 사무실 근처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나만 쳐다보는 녀석들

먹이로 줄만한 음식 부스러기라도 준비 못해온 날엔 도시락의 밥알이라도 나눠주곤 하는데

부디 나더러 까마귀 나쁜 버릇 들인다고는 하지 말았으면 싶다...

 

그보다 지리산 반달곰 방사 따위나 하지 말았으면 시푸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위의 범주를 결코 벗어나기 어려운 짓거리인 것 같아서이다...

 

내 생각엔 자연에서 살아가던 아이들에게는 먹거리가 부족할 때 먹이를 조금 나눠 주더라도

인간의 손에서 자라던 것들을 자연으로 방사하는 행위는 자연을 오히려 거스리는 짓이 될 공산이 큰 것 같아서이다.

부디 내가 틀렸기를 바라면서도 말이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유쾌하게 웃고 떠들면서 과식을(?)한 후 집에 돌아와  행복하게 굿나잇 똥을 푸지게 싸면서

'카트린 지타''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를 읽는다.

 

내가 좋아하는 그들은 나 보다는 세월을 덜 산 사람들이라 좋아한다고 말 하는 것이고

무슨 말이냐고 손사레 칠까 싶지만 존경할만한 구석도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세상사 가장 조바심 내며 살아가는 방법 가운데 그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 아닌 사람이 싫어할 일일랑 가능하면 하지 말고 살자이고 나 아닌 다른사람 존중까지 안 되더라도 인정은 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오늘 밤 그가 말했었다.

종교든 이념이든 나와 다른 사람도 인정한다는 것을...

나 아닌 가족이든  이웃이든 아니면 가까운 친구라도 종교와 정치적 성향 이념이 다를 수는 있을 것이고

그 따위(?) 것들이 다르다고 해서 가족이 아니라고 하거나 친구사이를 단절해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인도 사람들이 좋다고...

그들은 '나마스떼' 라고 인사를 나누며  '그대 안의 신에게 경배를' 전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죄 다 있는 나라인 것 같아서이고 종교 때문에 전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의 종교까지 인정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 같아서이다.

 

너는 왜 그래? 가 아닌

내가 아닌 사람의 사고를 나랑 다르다 옳다 그르다 내 편이 아니다 라고 단절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밤 그들과 만나서 유쾌하게 웃고 떠들다 집으로 돌아와 변기에 걸터 앉아 무지막지하게 행복한 똥을 싸면서

카트린 지타가 여행을 떠나기 전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6개월이 아닌 훨씬 더 오랫만에 소리내어 웃어보았던 밤이었다...

 

 

 

즐거운 굿나잇 똥을 싸면서 읽은

'카트린 지타의 책'  '내가 혼자 여행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여행을 떠나 제주섬에 정착해 사는 지금 지나온 내 삶을 엿보인 것 같은 구절을 옮겨 본다.

번역자의 의도와(?) 다르게 살을 조금 보태기도 했음을 밝혀 둔다...

 

나는 일에서나 삶에서나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기 위해 쉼 없이 일 했다.

 

또 나의 관점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무시할 때도 많았다.

그 때문에 나는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혼자 떠 안고 책임져야 했으며 

삶에 지나치게 진지한 나머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았다.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 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만큼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완벽에 대한 중압감은 시간이 갈수록 나를 옭아매고 삶을 여유롭게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결혼 생활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당시 남편과 내가 거실에서 다투는 걸 누군가 봤다면 한때 열렬히 사랑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결코 믿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인정하지 못했으며 양보할 줄 몰랐다.

모든 잘못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맞섰고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처럼 서로의 말을 이헤하지 못했다.

 

오해를 풀어 보려는 노력은 언제나 또 다른 오해만 낳으며 관게를 악화 시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한 상처는 미움과 원망으로 변해 서로의 인생을 불행으로 이끌었다.

 

결국 우리는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충격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애썼지만 나는 모든 만남을 거절하고 일에만 매달렸었다.

상처받아 위축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화장실에서 울음이 터진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도대체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이 길은 과연 내가 원한 길일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동안 안간힘을 쓰며 지키려고 애썼던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결국 나에게 남은 게 뭔가? 이혼녀,과민한 워커홀릭?'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노하우를 인터뷰하고 주변에서 가장 인기있는 레스토랑과 여행지

자기계발에 필요한 다양한 강의들을 발굴해 밤을 세워 가며 수년 간 기사를 만들었지만 

정작 나의 삶의 성곡과는 점점 멀어지고 심신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만 갔었다. 

 

문득 가 삶이라는 여정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이대로 불행한 마음을 안고 살 것인가,아니면 뭔가 바꿀 것인가.'

 

나는 엄청나게 지쳐있었고 앞으로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싶지 않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분명히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끄러운 일상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나만의 고유한 본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에게 집중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려 할 때마다 거실이며 주방,침실 등에 묻어있는 지난 추억이 몰입을 방해했다.

 

결국 나는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결정 가운데 하나를 내렸다.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금처럼 잔뜩 웅크린 채 남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으르렁대며 스스로를 고립 시키는 게 아니라

나의 가치를 깨닫기 위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그녀는 7년 동안 250회 이상 비행기를 타고 1,000번 이상 낯선 도시에서 밤을 보내며 50개국을 홀로 여행했다.

Risan = 고대 독일어로 길을 나서다 라는 뜻을 가진 말

 

오늘밤 난 스스로에게 '께딸?' 하며 묻고는 '무이비엔!' 이라며 내가 나에게 인사를 해준다...

카미노야!!! 언제나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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