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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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걷고 또 걷는다

까미l노 2015. 8. 25. 15:29

 

 

 

암울했었다.

세상사람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힘 들지 않은 사람 뉘 있겠냐만

왜 그러지 않는가...

세상 그 어떤 상처보다 더 크고 아픈 게 내 상처일 것이라는 쓰잘데 없는 굳센 믿음...


죽을 수만 있다면 방법이 치사하고 추할 것 같아 못했거늘

나 죽고난 뒤 치사해 보이고 추해 보이는 것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 초라한 변명 삼아 아직 살고 있다.


가만히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하나

그러니 등 토탁여 주기는 커녕이었고

그럴 일 있고 없었던들 내 어디 손 내밀지도 못할 위인이지만

누가 있어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슬그머니 내밀어 주었으랴,

                                                

그래서...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막혀있는 길이 아닌

되돌아서 와야할 길이 아닌

무조건 먼 길만 찾아 걸었다.


오래도록 걷고 또 걸었다.

하루에 백릿길도 걸었었다.


내 안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자기 합리화로 무장한 채 내가 미워할 적과 싸움을 한다.

처음엔 계속 나만 이겼다.


걷고 또 걸어도 다리도 발도 아픈 줄을 몰랐다.

그러다 내 안의 내가 미워하려던 그 적에게 조금씩 지기 시작했다.

걷고 있을 땐 내 안에서 내가 일부러 미워하려던 그에게 져 주는 것인줄은 몰랐었다.


걷는다 그래서

그래서 걸었다

다둑여지고 삭여지는 건 다른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도 그래야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던데

스스로도 사랑 못하고 용서도 못하겠는데

다른 사람까지 사랑할 여력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그래서 걸었다

사랑은 물론 없었으며 밥도 없이 걸었다

무작정 걸었더니 평온해졌다.

평화로워졌다...마침내...


걸을 수 있을테니 다음날이 기다려지고 나의 내일은 걸을 수 있을테니 행복하다.

행여 나를 찾다가 보이지 않으면 세상 어느 길 위에 있으리라 생각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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