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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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이 세상에서 가장...

까미l노 2015. 6. 2. 17:04

 

 

다른 나라의 언어는 모르겠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땅덩이가 좁아서 그런지 세상에서 가장...

이라는 표현의 단어(낱말)를 많이 사용하는데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거나 간혹 세계에서 제일 최초의 높이라거나 등등...의 극상표현을 많이 본다. 

 

더군다나 어릴적부터 세상에서 우리...가 제일이고 최고이고 좋다 또는 빠르다 쎄다

뭐 그 런 표현들을 곧잘 쓰면서 자란 것 같다.

다 어른들의 언어습관을 따라한 것들이겠지만...

 

어른이 되고 사랑을 시작하면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장 예쁜 제일 많이

뭐 그렇고 그런 미사여구를 따라 붙여가며 사랑고백을 하기도 한다. 

 

하늘만큼 땅만큼이나 하늘의 달도 별도 다 따줄께 라는 표현은 차라리 귀엽기는 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주로 여자들이...

그럴 때 남자들은 입에 침이나 바르고 하라는 핀잔을 듣지도 않고 짤막하게 진정성 있는 표현이 뭐가 있을까?

 

낡을대로 낡고 퇴색되어져 길가에도 굴러 다니게 된 사랑이라는 표현이긴 하지만 새상 어느 동네에서는

그야말로 누가 봐도 감동적인 사랑의 표현이 있긴 있더라,

물론 영화나 소설에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적어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싶은 생각이고

하는 사람의 진정성과 듣는 사람의 소중히 감싸는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어줍잖고 썰렁해지고 우스개 꼴이 되잖을까?

아님 늘상 하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하는 사탕발림이거나...

 

 

사랑해봤는데 사랑한다는 그 표현은 제대로 못해봤다.

어색하면 어쩌지 라는 조바심으로 툭 던지듯 사랑한다이...정도로...

짧은 침묵 ... 살짝 스쳐 지나는 미소 정도만 있었을 뿐...

 

사탕발림으로도 입술에 침 바르지 못해서도 아니었는데 꼭 어색해서만은 아닌

도무지 내 표현이 상대방에게 진정성과 진지함으로 보여

아주 작은 감동이라도 전해질 수 있을까부터 염려스럽기만 해서 입속에서의 연습으로만 맴돌다 말았다...

 

 

한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사랑했었다.

그 여자에게 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하고 말았었다.

 

그 여자가 믿든 안 믿든 내겐 그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었다.

세상 모든 여자를 다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야...

 

 

남자가 아는 지구상 모든 나라의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했었다.

그런데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 라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었고

니가 이 지구상 내가 아는 나라의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 라고도 말 해주지 못했었다.

 

그 여자가 알고 있었던 지구상 모든 나라들 가운데에서 지가 가장 아름다웁다고 믿지는 않았을테지만

그 여자가 끝끝내 알지 못했던 것은 지가 사랑했고 지를 사랑했던 한 남자가

지를 이 지구상 알고 있는 모든 나라의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보고 있었다는 것 역시 믿지 않았을 게다...아마도...

 

 

콩깎지였든 뭐였든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사랑에 빠졌을 때

어떤 여자는 그 남자가 진정성을 담았다고 느끼지 못해서

자기를 가장 아름답고 예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없어서 사랑을 믿지 못한다...

 

아무리 사랑을 침 튀기며 입에 올려도... 자신이 미인이 아니거나...믿고 싶지 않거나 믿으려 하지 않아버리면...

그 남자는 그냥 진정성 없는 남자로 낙인 찍힌 사람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해도 관계가 끊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닌데 그건 사랑이 밥 먹여주냐며

이 저러하게 그냥 얽혀 살아가자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한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가 당신이라고 한들

자신이 아주 미인이고 날씬 쭉쭉빵빵 하고 누구보다 더 세련되고 뭐 그런 것을 말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아주 후한 점수를 주어도 내세울 게 그닥 없다 싶으면 

남자의 말을 별로 믿지 않으려고 한다...사탕발림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래서 남자들은 그냥 가슴 속 마음에다 저장해 둔 채 산다...

 

 

 

내가 사랑하는 내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누구보다도 제일 예쁜 여자라는 표현을

내 여자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믿고 행복해 할 딱 이거다 싶은 표현을 건네지 못하기에...

자알...해봐야 속아준다..그래 빈 말이라도 고맙다...정도일 것이다...세상 천지 한 남자 정도는 진심으로 그랬던 남자도 있었겠지? 

 

하반신을 못 쓰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창녀(표현 맘에 안 든다만)와 신사

사형수를 사랑하는 변호사

앞 못 보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이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니거나 미친 사람들이어서일까?

가난한 남자를 사랑하는 갑부여자라는 말은 못 들었다만...

 

보잘 것이 있고 없고의 기준이 어떤 것이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도 그다지 보잘 것도 없고 대단한 흉이라 생각하며 한사코 감추려던 약점을 가졌던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에겐

그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제일 예쁜 여자였었다.

 

그 여자는 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제일 예쁜 여자라고 믿고 사랑하는 남자의 

진심이든 사탕발림이든 종내 그 표현을 못 들은 채 남자랑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