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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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혼자 산다는 것은

까미l노 2015. 5. 28. 10:11

남녀 간의 우정이란 약간의 불안정한 상태가 존재의 매력인 경우도 있다.

사랑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듯 우정도 그에 마땅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녀 간의 우정을 사랑에 못 미치는 단계로 폄하할 이유는 없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관계란 끊임없는 협상이 필요하고 그래야 건강하다.

 

정념의 순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친구로 남을 수 있느냐고?

섹스 이후 연인이 될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하는 세상에서 왜 친구가 될 가능성에는 더 까다로워야 하는가?

(나에게도 정념의 시간이 지난 후 이젠 우정으로만 남게 된 친구가 있다...)

 

지나간 정념 이후 찾아오는 평온함을 누리지 않고 외면할 이유는 없다.

한때 유혹의 찰나가 오갔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혹이 거절당했다고 해서 당신이 매력 없는 존재는 아니다.

다만, 상대의 거절을 받아들일 만큼의 여유가 당신에게 필요할 뿐이다.

(나는 유혹하고 싶은 욕망이 느껴지지 않는 이성이라면 친구로도 남겨지기 싫다)

 

쉬운 사람과 어려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매력에 마침 반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정중한 유혹의 제안을 마땅한 예의로 거절할 수 있는 겸손도 있어야 한다.

 

인연의 소중함에 감사하게 되면 우리는 배려를 통해 새롭고 고유한 사이로 맺어질 수 있다.

내가 H와 맺은 관계가 그러했다.

외롭고 허전한 나날 속 그의 존재는 위로가 되었다.

 

그와의 산책은 이후에도 즐거웠다.

우리는 정념이 지나간 자리의 넉넉함을 튼튼하게 누렸다.

다만, 언젠가 맺어질 사랑을 위해 현재의 우정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감내하는 관계라면 권장하고 싶지 않다.

나른한 기다림 정도라면 나쁘지 않겠다.

쾌보다 고통이 더 커지는 편이 한쪽으로만 지속된다면 우정의 미덕은 사라진다.

 

나의 경우는 쾌와 고통의 균형으로 사랑과 우정을 구분한다.

균형의 흔들림이 나를 긴장하게 하고 기꺼이 더 멀리 나아가고자 하게 한다면 그것은 사랑에 가깝다.

 

쾌와 고통의 균형이 애초에 중요하고 평안함의 미덕에 더 사로잡힌다면 우정을 맺기에 알맞은 순간이다.

그런 면에서 H는 적절한 우정의 인연이었다.

 

나는 그와 연인이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때로는 짧게 허물어질 수 있는 연애보다 긴 우정이 더 좋다.

 

이서희(유혹의 학교)가운데에서

 

 

(난 이 말에는 동의하기 싫다.

연애가 우정보다 짧게 허물어지는 게 뭍 사람들 눈에 조금 더 잘 보였을 뿐이고 우정이 연애보다 더 길지만은 않기에...)

 

 

마을 공터 높다란 은행나무 한그루 해마다 가을이면 무수한 열매를 맺던데

혹시나 하고 나무 아래를 살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 저기에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는 게 보인다.

 

흙을 살살 파내어봤더니 은행열매를 그대로 달고 새순이 싹 텄다.

은행열매도 척박한 곳에서 발아를 곧잘 한다.

 

숲을 이루고 살아가는 수 많은 나무들 중에도 오로지 홀로 살아가는 나무도 있다.

은행나무는 특성상 숲 속에서 살지 않지만 한개 씨앗에서 발아를 하여 싹을 틔운 자리에서 홀로 천 년을 살아간단다.

 

 

 

드디어 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는 꽃이 되어졌다 라고 하는 게 나을까?

나는 더 늙어지는 걸 점점 꽃이 되어져 가는 나이라고 믿고 싶거든...

 

혼자라는 거...

중학생이 되던 해 부터 늘 혼자 살다시피 했는데

중간에 다른 사람과 함께 산 시간도 있었지만 여태 혼자 살고 있으니

햇수로 대충 셈해보니 수 십년이 되다니 끔찍하다 못해 내가 참 지독하다 시푸다...

 

혼자 산다는 것이 그닥 외로웁지도 못견딜만큼 쓸쓸한 것도 아니다만

남자라서의 고통으로 따르게 되는 성적 욕구가 조금은 귀찮을(?)뿐, 

비단 남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일까 싶다만 우리 나이가 되면 여자들은 싫어한다고들 하기에...

 

조금씩 늙어져 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일전 사귀던 여성에게서 성에 대한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했었는데

욕구가 강한 나와는 달리 흥미를 잃은 사람과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었다만

곁에 사랑하는 예쁜 사람을 두고 무조건 참을 수가 있으랴... 

 

 

 

녀석들을 옮겨다 대나무 속에다 심어봤다.

조금씩 자라고 나면 다른 땅에다  심어줄 심산이다.

 

태어난 곳에서 천 년을 버텨갈지도 모를 녀석들을 함부로 건드려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태어났던 그 자리는 쳔 년을 버틸 수가 없는 곳이라서 그랬거든...

 

                                                   

 

성에 대한 나의 욕구는 오로지 섹스 행위 그 자체만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름답고 예뻐 보이면 만지고 싶고 맨살 닿이고 싶고 스킨쉽이든 입맞춤이든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싫어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의무적으로 상대방의 요구에 응해줘야 한다는 그런 섹스라면 질색이다.

사랑은 마음과 몸도 같이 가는 것이라는 걸 난 굳게 믿는 사람이라서...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었고 그에 따른 이별의 경험도 두루 있었지만 

지금 혼자라는 게 도무지 내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된다...

하긴 나 아닌 다른 주변 사람들도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고들 하니 뭐,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살기에 신경 쓸 일 없어서 편한 게 나아서일까 아니면

내 편 되어줄 마음 놓일 사람을 찾지 못해서 혼자 사는 것일까?

 

나는 혼자 사는 게 마음 홀가분해서도 아니고

상대방도 나도 서로 무장해제가 될 사람을 찾을 수 없어서도 아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지금 내가 혼자 사는 것처럼

나 처럼이든 나 같은 사람이 되었든 그런 남자를 알려고 하는 여자가 나를 찾지 못하는 여자도 있을테지...

 

그저 내 진정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알량한 자존심인 것을...  

 

 

주책인가?

이 나이에 대상조차 없이 섹스 타령을 한다는 것은...

아직도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들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나처럼이나 늙은 여자들은 섹스는 싫어한다길래

나는 섹스 없는 사랑은 할 수 있어도 섹스를 원치 않는 사랑은 싫기 때문이다...

 

초여름날의 비

이런 날엔 격렬한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 혼자 사는 남자의 특성인가...  

만지면 묻어날 듯 촉촉하면서 따뜻한 맨살에 닿이는 촉감이 그리워지는 지랄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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