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생명 있는...또는 없다는... 본문

링반데룽

생명 있는...또는 없다는...

까미l노 2015. 5. 1. 13:33

 

 

 

 

 

 

 

 

일액현상 이라고 하는데 기온 차이가 많이 나는 아침의 숲에 가보면 잎사귀 가장자리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식물은 뿌리에 온도가 높아지면 수분을 끌어올려 줄기로 보내는데

이 때 수증기가 몸 밖으로 날아가기 위해 잎사귀 가장자리로 몰리게 되는 현상

오이풀에 맺히는 수증기가 그중 아름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맺히기도 한다.

 

유럽의 중세 시대의 영화에 안개 자욱한 숲 속에서 부러진 나무 그루터기에서 마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처럼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타다만 나무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일액현상이 생겨지는 모습이다.

 

 

사무실 앞 숲에서 단 한뿌리 발견했던 더덕 고이 보호해서 이듬해 씨를 사방에다 뿌렸더니

이곳 저곳에서 새순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온 사방에 더덕향이 향긋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맨 처음에 꽃을 발견 후 거의 3년 동안 보호하기 시작했던 더덕이

 최소한 사 년생은 되었을텐데  그만 그 더덕이 송두리째 없어져 버렸다.

 

가장 먼저 생겼고 눈에 띈 녀석이라 줄기도 잎사귀들도 좀 크게 자란 녀석이었는데 전날 탐방객이 뽑아가버린 것이다.

 

 

지나는 탐방객들 눈에 띄지 않게 초피나무로 가리기도 하고 의자를 앞에다 놓기도 한다만...

뽑아 가더라도 겨울에나 뽑아갈 것이지 한창 물 오르는 봄에 뽑아가버리다니...에잇! 나쁜놈...

 

 

 

콩대가리처럼 갓 올라 오는 이 떡잎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기특하게도 꼬물거리며 돌과 흙 사이로 머리를 쏙 내밀은 녀석이 무척 기특하고 고마워 슬플일 없는 요즘 눈물이 난다...

 

 

 

작년 늦여름 잘 안 될거라시던 법화사 스님에게 겨구 겨우 부탁해 몇뿌리 가져다 심었던 오죽

매일 한 번씩 쳐다봤는데 오늘 아침에 드디어 죽순이 올라왔다.

 

저녀석 한줄기 올라오려면 땅 속에서는 뿌리들이 옹기종기 연결해서 저마다 새 순들을 밀어 올리고 있을 터,

잘 자라서 마디가 짧고 새까만 오죽으로 자라주렴,

 

 

밤나무 나방 애벌레가 만들어 살다가 떠난 껍질

 

가랑잎을 포대기 삼아 추워서 꽁꽁 싸맨 것처럼 아랫도리를 감싼 조릿대 녀석 하나가 새로 싹을 튀웠다.

하도 번식을 심하게 하길래 그냥 뽑아버릴까 하다가 잠시만 더 두고 보기로 한다.

 

이 녀석들이 번지기 시작하면 숲엔 아무것도 다른 새싹은 올라올 수가 없게 만들어 버린다.

숲에 조릿대 뿌리가 번지고 잎사귀들이 빽빽하게 자라 하도 무성해져 씨앗이나 열매가 땅에 떨어져도 흙바닥까지 도달하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조릿대의 새숨은 뽑아다가 살짝 덖어서 차를 만들어 마시면 건강에 상당히 유용한 웰빙차가 된다.

 

 

꽃무지녀석이 조릿대 잎 끝까지 기어 올라가더니 더 이상 갈 곳이 없는지 두리번 거리고 있다.

날개를 펴서 날기는 싫은가 보다...

'링반데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숙한 것 버리고 기억에서 지워져가기  (0) 2015.05.04
숨어사는 섬   (0) 2015.05.02
약속 거짓말 일탈의 변명   (0) 2015.04.29
보리   (0) 2015.04.24
너만 봐, 뭘 보라는 건데?  (0) 2015.04.20